[비즈한국] 그동안 많은 외계행성을 발견했다. 그 중에는 지구처럼 암석 행성도 있고, 목성처럼 두꺼운 대기를 두르고 있는 곳도 있다. 심지어 표면에 액체 바다가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곳까지 있다. 각각은 모두 생명체를 위해 중요한 무대다. 지구 역시 암석, 대기, 바다 세 가지 요소가 어우러져 마지막 생명권이 존재할 수 있다.
뜻밖에도 이 세 가지 무대가 모두 고루 갖춰진 곳은 지금까지 찾지 못했다. 적당한 크기를 가진 암석 행성이면 대기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고, 수증기와 산소 등 흥미로운 대기를 품은 행성은 대체로 목성처럼 큰 행성들밖에 없었다. 그런데 최근 암석 행성이면서 대기권까지 갖춘 흥미로운 후보가 발견되었다.

별 LHS 1140 곁을 맴도는 행성 LHS 1140b 자체는 이미 2017년에 발견되었다. 이 행성의 질량은 지구의 5.6배고, 지름은 지구의 1.7배다. 지구보다 살짝 크고 더 무거운 ‘슈퍼 지구’ 정도로 볼 수 있다. 중심 별은 태양보다 훨씬 어두운 적색왜성이다. 이 행성은 별 곁을 고작 25일 주기로 맴도는 작은 궤도를 그리고 있다. 그래서 이 행성이 받는 별빛은 지구에 쏟아지는 태양 빛의 42% 정도다. 온도 조건도 그리 나쁘지 않다. 생명 거주 가능 구역, 해비터블 존에 들어와 있다.
상당히 탐스러운 행성이다. 단순히 고체 금속 핵만으로 이루어진 암석 행성도 아니고, 행성 전체 질량의 10~20%가 물 또는 얼음으로 채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암석과 바다까지 고루 갖춘 세계일 가능성이 있다. 대기권만 갖고 있다면, 까다로운 세 가지 요소를 고루 갖춘 트리플 크라운 행성이 될 수 있다.
바로 그 마지막 요소, 대기권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이 행성을 겨냥했다. 2024년 9월 행성은 중심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갔고, 6.5시간 동안 관측이 이어졌다. 그 결과 놀랍게도 헬륨 성분이 검출되었다. 그런데 스펙트럼에 나타난 헬륨은 살짝 다른 파장에 어긋나 있는데, 이는 헬륨이 정지하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헬륨 가스가 행성 대기에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그런데 2025년에 이어진 다음 관측에서는 헬륨 신호가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별의 난폭한 활동으로 인해 행성 상층 대기의 헬륨이 상당 부분 불려 나가면서, 잠시 신호가 약해진 것으로 추정한다. 헬륨은 우주에서 두 번째로 가벼운 기체다. 만약 행성 대기에 헬륨 성분이 있다면 상층 대기로 떠오를 것이다. 또 행성 중력을 벗어나 우주 공간으로 새어나가기도 쉽다.

이번 발견이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이번에 분석한 LHS 1140b는 중심 별이 적색왜성이다. 지금까지 발견한 해비터블 행성 대부분이 중심에 적색왜성을 두고 있다.
그런데 적색왜성 주변 행성에는 큰 문제가 있다. 어두운 적색왜성 곁에서 지구 못지않게 온도가 적당하려면 행성도 별에 더 바짝 붙어 작은 궤도를 돌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별 표면에서 방출되는 난폭한 별의 플레어, 항성풍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항성풍을 막아줄 자기장 보호막이 없다면 행성 대기는 우주 공간으로 모두 날아가버린다. 그래서 최근까지 발견된 적색왜성 곁을 도는 대다수의 해비터블 행성들에 대해서 적잖은 천문학자들이 생명의 흔적까지 발견하는 것엔 크게 기대를 걸지 않는 편이다.
별 한 곳에서 한꺼번에 행성 일곱 개가 발견되고, 심지어 그중 세 개 이상이 해비터블 존에 들어오면서 크게 주목받은 TRAPPIST-1 행성들도 제임스 웹으로 다양하게 관측했지만, 지금까지 뚜렷한 대기의 흔적은 찾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중심 별이 적색왜성이고 행성들이 별에 바짝 붙어있기 때문에, 설령 행성에 한때 대기가 있었다하더라도 지금은 모두 날아갔을 수 있다.
그런데 헬륨 대기 성분이 확인된 LHS 1140b는 적색왜성 곁에서도 행성들이 꽤나 꿋꿋하게 대기권을 유지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다른 적색왜성 곁을 도는 수많은 외계행성들에 대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게 됐다.
물론 LHS 1140 별 자체의 차분한 성격도 한몫했다. 이 별은 비교적 조용한 별이다. 130일에 한 번 정도로 아주 느리게 자전하며, 별의 자기장도 매우 약할 것으로 추정한다. 그만큼 강력한 플레어도 딱히 터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행성에 생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별의 차분함이 필요하다.
이번 관측에서는 같은 별 곁에 더 바짝 가까이서 맴도는 작은 행성 LHS 1140c도 살펴봤다. 하지만 이 행성에서는 헬륨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아마 행성의 크기가 더 작고 중력이 약한 데다 중심 별에 더 가깝다보니 일찍이 대기권 대부분을 우주 공간으로 잃어버렸을 가능성이 크다. 그와 달리 조금 더 별에서 멀리 있고 중력이 강한 1140b 행성은 아직까지 대기를 거느리고 있을 수 있다.
특히 이 별의 나이가 30억 년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태양의 나이가 50억 년이 조금 안 되는데, 30억 년은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이런 긴 세월 동안 적색왜성 곁에 붙어 있는 행성의 대기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건, 의외로 행성 대기가 오랜 시간 꿋꿋하게 버틸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한다. 우리 지구처럼 혹독한 우주 환경 속에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잠깐의 행운을 놓치지 않기 위해 버티고 있는 행성이 우주에 많이 숨어 있길 바란다. 그 행성들 중에 나름의 생태계까지 품고 살아가는 곳도 있을지 모른다.
참고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ea9708
https://ui.adsabs.harvard.edu/abs/arXiv:2608.19120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천문학자의 쓸모없음에 관하여’, ‘우리는 모두 천문학자로 태어난다’,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UFO’ 등을 번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