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상상인저축은행 매각이 또 다시 미뤄졌다. 인수 예정자인 KBI그룹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주식 취득 승인 신청을 철회하면서다. 거래 무산 가능성까지 나왔으나 당분간 매각 절차는 이어질 전망이다. KBI그룹이 상상인저축은행의 인수 의지를 강조한 데다 상상인도 주식 처분 예정일을 연장했다.

상상인그룹이 상상인저축은행의 지분 처분 예정일을 8월 31일에서 9월 21일로 변경했다. 상상인은 타법인 주식 및 출자 증권 처분 결정 정정 공시를 통해 “9월 21일은 거래 종결 예정일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양수인과 계약 유지 여부 및 조건 변경에 대해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인수 예정자는 자동차 부품 사업, 산업 소재, 환경·에너지 사업 등을 전개하는 KBI그룹이다. 상상인은 2025년 10월 KBI그룹과 1107억 원에 상상인저축은행 지분 90.01%(1224만 1주)를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KBI그룹 내에서 인수를 주도하는 곳은 폐기물 처리 사업을 하는 KBI국인산업이다. KBI국인산업은 경북 구미를 기반으로 영업하는 라온저축은행을 인수한 곳으로, 2025년 7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주식 취득 승인을 받았다.
상상인이 주식 처분 예정일을 바꾼 건 2025년 10월 31일 매각 결정을 공시한 이후 벌써 세 번째다. 애초 거래 종결 예정일은 3월 31일이었으나 4월 31일로 한 달이 미뤄졌고, 다시 8월 31일로 4개월을 연장한 상태였다.
특히 이번 거래 종결일 변경이 시장의 주목을 받은 건 KBI그룹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주식 취득 승인 신청을 직접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라 저축은행의 대주주가 되려면 금융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범죄 경력·부채비율 등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고, 인수 대상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증자 계획을 검토한다.
KBI그룹이 거래 종결 시한을 앞두고 승인 신청을 취소하면서 상상인저축은행 매각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에 이목이 쏠렸으나, 상상인이 지분 처분 예정일을 3주가량 연장하고 KBI그룹에서도 인수 추진 의사를 피력하면서 매각 시계는 다시 돌아가게 됐다.
KBI그룹은 “2025년 10월 이후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주식 취득 승인을 위해 관련 법령을 준수하고 상상인과의 협의에 따라 성실히 진행했다”며 “당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인수 이후 대규모 유상증자에도 적극 동의하면서 인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이후 경영 정상화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원활한 인수 진행을 위해 상상인과 계약 기간 연장, 세부 조건 재협의 등 인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KBI그룹이 갑작스레 주식 취득 승인 신청을 철회한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인수 후 대규모 유상증자나 경영 정상화 등을 언급한 것으로 미뤄 당국과 자본 확충 방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철회한 것으로 추정된다.
상상인저축은행은 부실채권 회수, 대손상각(회수 불가능 채권 처리) 등으로 재무 건전성을 개선해 왔다. 상상인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5년 22.53%에서 2026년 상반기 18.51%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연체율은 16.9%에서 14.23%로 낮아졌다. 그러나 업계 평균과 비교하면 여전히 위험한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상호저축은행의 업계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8.16%, 연체율은 6.26%다.
양측은 아직 거래가 끝나지 않은 만큼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KBI그룹 관계자는 “인수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다”라며 “법령 준수 등 지분 인수를 위해 적극적으로 준비해왔다”고 강조했다. 앞서 KBI그룹은 거래 종결일을 두 차례 미룬 지난 6월에야 금융당국에 주식 취득 심사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한다고 밝히면서 인수에 속도를 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상상인 관계자는 “계약 사항엔 변동이 없다. 재협상은 하지 않는다”며 “인수 관련 계약 내용은 모두 정리해 당국에 보고한 상태고, 이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상상인은 2023년 10월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지분 90% 이상을 처분하라는 금융당국의 명령에 따라 매각을 추진해왔다. 금융당국은 2019년 12월 불법 대출 등의 혐의로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가 중징계를 받아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에 문제가 생기자 저축은행 지분 처분을 지시했다. 상상인은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지분 100%를 보유한 모기업이며, 유 대표는 상상인의 지분 23.65%를 가진 최대주주다.
상상인은 당국의 주식 처분 명령에 불복해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으나 2024년 12월 1심에서 패했고, 현재 2심을 진행 중이다. 항소심은 2025년 11년 이후 두 차례 변론기일이 열린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