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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계의 HBM’ 특수장갑의 명가 삼양컴텍 탐방기

17년간 K2 전차 방탄 장갑 독점 공급…구미 3공장 가동으로 글로벌 방탄 소재 시장 ‘정조준’

[비즈한국] 최근 대한민국의 수출 상품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컴퓨터와 서버에 들어가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컴퓨터나 서버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아주 작지만, AI의 추론과 학습 속도라는 핵심적인 성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현대전의 핵심 무기인 전차에도 HBM같이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무기로서의 핵심 성능을 결정하는 것이 있다. 바로 장갑이다. 현대 주력전차(MBT)의 장갑은 소재공학과 물리학의 예술적인 합창곡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물리학은 겉으로 보이는 부분을 얼마나 적게 노출하면서 최대한의 장갑 두께를 만들지 연구하고, 재료공학은 같은 무게의 철판보다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온갖 재료들이 들어간 복합장갑(Composite armor)의 소재와 구성을 만드는 연구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조합은 실제 포탄을 쏘면서 품질과 성능을 검증한다.

제작의 핵심 공정인 챔버에 대해서 설명하는 삼양컴텍. 사진=삼양컴텍 제공

복합장갑은 HBM처럼 제품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공통점도 있지만, 제조 공정과 재료가 철저히 기밀로 분류된다는 점도 큰 공통점이다. 복합장갑이 개발된 1970년대 이후로 40년간 최고의 군사적 기밀로 취급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공개 자료에서 가장 많은 오류나 잘못된 소문이 도는 것도 또 이 장갑이다.

필자는 최근 국내 유일의 복합장갑 제조회사인 삼양컴텍(484590)을 견학할 기회를 얻어 전차용 복합장갑의 핵심 부품인 탄화규소(SiC) 세라믹 기반 복합장갑의 공정과 기술에 대해 알게 되었고, 공개 가능한 정보 중 공유할 만한 내용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삼양컴텍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방탄용 세라믹 양산 설비를 갖춘 기업으로, 1973년 방위산업체로 처음 지정된 후 K1A1 전차의 복합장갑 국산화에 성공한 뒤, K2 전차에 들어갈 세라믹 복합장갑을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튀르키예 주력전차인 알타이(Altay)에 기술 및 완제품 복합장갑을 수출했고, 현재 폴란드 버전으로 성능 개량한 K2PL용 세라믹 장갑은 기존 장갑보다 크게 성능을 향상시켰다.

삼양컴텍이 전차용 장갑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보병용 방탄조끼에서부터 K21, K808, 소형전술차량(KLTV), 천무 다연장로켓, 상륙돌격장갑차, 타이곤 차륜형 장갑차까지 우리 육군의 거의 모든 장갑차와 전차에 삼양컴텍의 세라믹 기반 복합장갑이 적용된다. 여기에 수리온 기동헬기 및 소형무장헬기에도 승무원 방탄 장비를 공급하고, 심지어 과거에는 고속함용 방탄재도 납품했다. 그야말로 육·해·공의 모든 장갑에 삼양컴텍의 세라믹이 쓰이는 셈이다. 최근 국내 최초로 미국 수출에 성공한 무기체계인 K9MH 차륜형 자주포에도 삼양컴텍의 부가장갑이 장착되어, 경쟁사보다 우수한 방어력을 자랑한 바 있다.

최근 완공한 삼양컴텍의 구미3공장 시설. 사진=삼양컴텍 제공

그런데, 왜 세라믹이 장갑 소재로 주목받을까? SiC 세라믹은 규소와 탄소로 구성된 4족 화합물로, 다이아몬드와 보론 카바이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모스 경도 9.5의 물질이고, 같은 무게 대비 철이나 알루미늄보다 훨씬 방어력이 강하다. 여기에다가 열전도율도 높고 열팽창 계수는 낮아 높은 온도를 견디는 능력도 좋아서, 전차에서 쏘는 대전차 철갑탄은 물론, 헬기나 트럭에서 쏘는 대전차 미사일의 화학 에너지 탄두(HEAT)도 잘 막아낸다.

다만, 이 SiC 세라믹의 단점은 도자기처럼 잘 깨진다는 점(취성 파괴)이다. 이 때문에 한 번에 얼마나 두껍게 세라믹 덩어리를 만드는지가 장갑 방어력을 결정한다. 두껍게 만든 세라믹 덩어리는 얇은 판을 여러 장 겹칠 때보다 공격에 견딜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 삼양컴텍은 이 SiC 세라믹 제조 공정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세라믹 덩어리’를 만드는 능력을 가지는 셈이다. 마치 HBM 메모리가 단수를 높일수록 데이터 전송 속도가 높아지는 것과 유사하다.

공장 출고한 SiC 세라믹에 대해 설명하는 삼양컴텍 김종일 대표 사진=삼양컴텍 제공

이 부분에서 삼양컴텍의 공정과 설비를 직접 확인한 결과, 세계에서 가장 두꺼운 SiC 장갑 모듈을 만드는 기술력과 양산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실물로 확인해 본 K2 전차의 SiC 모듈도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한데, 최근 개발이 완료된 폴란드 수출형 K2PL에서는 K2보다 또 훨씬 더 두꺼운 SiC 모듈을 제작했음을 확인했다. K2 전차의 정확한 방어력은 기밀이지만, 적어도 현재 존재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철갑탄이나 대전차 미사일을 막아낼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이다.

제품의 성능뿐만 아니라 생산 능력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정확한 공정을 말하는 것은 제한되어 있지만, 현장에서 본 생산 설비만 보아도 장비의 크기와 숫자가 세계 최고 수준임을 알 수 있었다. 전차의 장갑이 없으면 생산이 되지 않으니, K2 전차가 경쟁 장비 대비 연간 생산량이 3배 이상인 비결 중 하나가 세계 최고 수준의 복합장갑 생산 능력을 가진 삼양컴텍의 능력인 셈이다.

여기에다가 국방과학연구소(ADD), 체계업체와 개발 단계에서부터 유기적으로 공동 연구와 시험평가를 하고, 이 과정에서 소재 설계부터 생산, 시험평가까지 자체적으로 해내는 원스톱 체계를 구축했다. 국내 최초로 국제공인시험기관(KOLAS) 인정을 받은 방탄 전문 시험소도 운영한다. 이 때문에 고객사의 요구 사항도 빨리 반영할 수 있고, 요구 조건에 대한 검증도 철저히 할 수 있다. 얼마 전 방탄형 소형전술차(KLTV)가 폴란드에 수출되었을 때 삼양컴텍의 방탄 장갑이 장착된 채로 납품했는데, 폴란드군은 실제 기관포로 소형전술차에 집중 사격을 하여 그 성능을 눈으로 확인하고 만족했다는 에피소드도 들을 수 있었다.

다만, 앞으로도 삼양컴텍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의 방호력을 유지할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 있다. 현재 ADD와 연구 중인 차세대 전차용 복합장갑 개발이 성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신 복합장갑의 주된 개량 방안인 나노 기술을 활용한 공정 적용과 탄소 복합소재 등 신소재와 SiC 세라믹의 조합을 어떻게 이뤄내야 할지 앞으로의 연구 성과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에다가 최근 전차에 대한 공격 위협이 고도화되는 점도 삼양컴텍과 ADD가 고민하는 부분이다. 전차를 노리는 드론의 경우 상부나 측면 등 장갑이 얇은 부분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전차 1대에 수십 대의 자폭 드론을 투입하는 등 반복 공격이 많아 장갑의 소재나 재료만으로는 대응하는 데 어느 정도 어려움이 있다.

삼양컴텍이 세라믹 복합장갑 기술을 가진 세계 유일한 업체는 아니다. 심지어 이미 튀르키예 등에 기술 수출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로부터 복합장갑 기술을 이전받은 국가는, 실제로 자신들이 생산해 보니 여전히 삼양컴텍 수준의 기술과 수율, 품질을 확보하지 못해 다시 한국산 복합장갑 소재를 수입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보이지 않는 이런 부분의 기술력 차이가 결국 치열한 방위산업 시장에서 우리 K-방산의 경쟁 우위를 만드는 셈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김민석은 미국 워싱턴에 본사를 둔 에비에이션 위크(Aviation Week)의 한국 특파원이자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 국방일보 등 여러 매체에서 방위산업·국방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달란트 투자’, ‘신사임당’, ‘경제한방’, ‘증시각도기’, ‘와이스트릿’ 등 경제·시사 유튜브 채널과 KFN TV ‘리얼웨폰 K’, ‘디펜스 프라임’에 출연해 국제정치와 방위산업 현안을 진단해왔다. 저서로 방위산업 투자 안내서 ‘K-방산에 투자하라’가 있다.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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