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삼성전자가 최대 110조 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내놨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으로 현금 흐름이 개선되자 주주 몫을 대폭 늘린 것이다. 앞서 SK하이닉스도 40조 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소각을 발표하는 등 국내 반도체 대표 종목이 연이어 통 큰 주주환원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이 큰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다시 한 번 지수 상승을 이끌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8월 21일 이사회를 열고 90조~110조 원 규모의 2026년 주주환원 시행 방안을 의결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책으로, 2020년 시행한 주주환원(약 20조 3000억 원)과 비교하면 5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임직원 보상을 위한 15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의결했다.
삼성전자는 2024~2026년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한다는 계획에 따라 배당,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이행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잉여현금흐름이 증가하면서 환원 규모도 확대했다. 2024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9조 8000억 원의 정규 배당을 실시했고, 2025년에는 1조 3000억 원의 특별 배당과 8조 4000억 원대 자사주 매입·소각을 이행했다. 올해 주주환원까지 포함하면 3개년 주주환원 규모는 120조~140조 원에 달한다.
구체적인 환원 방식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우선 올해 3분기에 정규 배당을 포함해 약 30 조 원의 현금 배당을 시행한다. 세부 사항은 10월 말 이사회에서 확정한다. 나머지 환원 계획은 2026년 연간 실적이 확정된 뒤 2027년 1월 이사회에서 현금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포함해 결정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회사 성과가 주주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가게 하고, 이를 통해 회사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이어가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주주환원책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한편 주주환원 계획을 두고 주주 및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대규모 주주환원의 배경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이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의 실적도 분기 연속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8월(1~20일 기준) 들어 반도체 수출액은 260억 달러(약 36조 원)로 전년 대비 199%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 및 메모리 수요 급증으로 잉여현금흐름이 대폭 개선 삼성전자는 역대급 주주환원과 대규모 설비 투자에 나섰다.

반도체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에 앞서 강력한 주주환원책을 내놨다. SK하이닉스 이사회는 19일 40조 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및 전량 소각을 결정했다. 소각 예정 자사주는 약 2407만 주로 전체 발행주식의 3.3%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여기에 기존에 발표한 2025~2027년 주주환원 규모도 확대했다. 누적 잉여현금흐름의 50% 내로 명시했으나 이를 50% 이상으로 변경하면서다. 더불어 고정 배당, 특별 배당 등의 확대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구체적인 배당 규모와 이행 방식은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두 회사의 주주환원이 시장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사상 최대 규모와 더불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증시의 대표적인 대형주이자 반도체 업황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종목이다. 8월 18일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장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각각 27.7%, 21.4%로 합하면 시장 절반에 달한다.
최근 국내 증시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장기금리 상승, 국제유가 상승, 미국 증시 변동성이 영향을 미치면서다. 특히 코스피 지수는 8월 19일 장 초반에 5% 넘게 급락하며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 일시정지)가 발동됐다. 그러나 하루 뒤인 20일에는 SK하이닉스의 40조 원 규모 주주환원 발표, 반도체주 강세 등에 힘입어 코스피 지수가 전날 대비 5.89% 급등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변동이 코스피 전체를 흔드는 셈이다.
이어 21일에는 삼성전자의 대규모 주주환원 계획까지 영향을 미쳤다. 코스피는 21일 장 초반 하락으로 출발했지만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반등했고, 결국 전 거래일보다 0.9% 오른 6912.95로 거래를 마쳤다. 반면 코스닥은 4.6% 급락해 온도 차를 보였다.
시장의 관심은 반도체주의 주주환원 확대가 장기적인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지에 쏠린다. 긍정적으로는 반도체 메모리 수요와 회사 실적을 기반으로 주주환원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박준영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의 40조 원 자사주 매입·소각은 향후 3개년 환원 재원의 일부를 조기에 집행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향후 대규모 잉여현금흐름 창출을 기반으로 100조 원을 웃도는 자사주 매입·소각 현실화 가능성이 있다. 이는 지속적인 주식 수 감소와 주당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삼성전자가 최대 110조 원 규모의 주주환원책을 발표했음에도 한 주가가 5% 이상 하락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와 달리 잉여현금의 50% 환원을 유지한 점, 임직원 보상을 우선한 점 등이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더불어 삼성전자 소액주주 사이에서 현금 배당 확대보다 자사주 매입·소각을 선호하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