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15일 삼성전자에 ‘경영성과급의 퇴직연금 및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 편입 선택권 제도’를 도입해달라고 요구했다. 초과이익성과급(OPI)과 목표달성장려금(TAI) 등을 현금으로 지급받거나 퇴직연금 계좌로 넘기는 방식을 직원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번 요구를 내놓은 곳은 최근 이슈가 된 이른바 ‘DS노조(초기업노조·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나 ‘DX노조(동행노조·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와는 다른 전삼노다.
성과급을 현금으로 받으면 해당 연도의 근로소득에 합산돼 소득세를 내지만, 일정한 요건을 갖춰 회사가 DC형 퇴직연금에 적립하면 그 시점에는 근로소득으로 과세되지 않는다. 퇴직할 때까지 세금 납부를 미룰 수 있고 이후 퇴직소득으로 과세된다. 고액 연봉자나 억대 성과급을 받는 직원일수록 당장의 세 부담 차이가 커질 수 있다.

SK하이닉스 직원 3만 명 선택…성과급 1조 원 퇴직연금으로
삼성전자에 DC형 퇴직연금 제도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DB형(근로자가 받을 퇴직급여가 미리 정해지고 회사가 운용 책임을 지는 방식)과 DC형(회사가 납입할 부담금이 정해지고 운용 성과에 따라 퇴직급여가 달라지는 방식) 퇴직연금을 모두 운영한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DC형 퇴직급여 비용으로 인식한 금액은 약 1304억 원이다. 다만 SK하이닉스처럼 경영성과급 일부를 별도의 사용자 부담금으로 DC 계좌에 넣을 수 있는 ‘경영성과급 DC’ 제도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초과이익분배금(PS) 일부를 경영성과급 DC 계좌에 적립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직원 약 3만 5000명 가운데 약 3만 명이 올해 경영성과급 DC 적립을 선택했다. 근속연수에 따라 PS의 10~50%를 적립했고 이렇게 퇴직연금 계좌로 이동한 돈이 약 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PS 재원은 약 4조 7000억 원이었다.
성과급 자체도 컸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지난해 실적에 따른 PS 지급률을 기본급의 2964%로 정했다. 연봉 1억 원인 직원이라면 약 1억 4820만 원이다. SK하이닉스는 이 가운데 일부를 DC형 퇴직연금에 넣는 방식 외에도 자사주로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한다.
전삼노는 LG전자도 비슷한 경영성과급 퇴직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LG전자의 구체적인 적립방식과 적립률, 실제 이용 직원 수 등은 공개된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다.
성과급 1억 원, 현금으로 받으면 세금 약 4100만 원 더 늘 수도
경영성과급 DC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세금이다. 현행 소득세는 누진세율 구조로, 과세표준 8800만 원 초과 1억 5000만 원 이하는 35%, 1억 5000만 원 초과 3억 원 이하는 38%, 3억 원 초과 5억 원 이하는 40%, 5억 원 초과 10억 원 이하는 42%, 10억 원을 넘으면 45%가 적용된다. 지방소득세는 산출된 소득세의 10%가 추가된다.
가령 다른 공제는 제외하고 근로소득공제와 본인 기본공제만 적용해 연간 총급여가 2억 원인 직원이 추가로 성과급 1억 원을 현금으로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총급여 2억 원일 때와 3억 원일 때를 현행 근로소득공제와 소득세율로 단순 비교하면 추가되는 소득세와 지방소득세는 약 4100만 원이다. 정확히 성과급 1억 원에 41%의 세율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성과급이 기존 근로소득에 더해지면서 발생하는 연간 세액 증가분을 계산한 값이다. 부양가족과 각종 소득·세액공제 등에 따라 실제 세액은 달라진다.
반면 세법상 요건을 충족해 이 1억 원을 경영성과급 DC로 적립하면 해당 금액은 그해 근로소득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당장 약 4100만 원에 해당하는 세 부담 증가를 피할 수 있다.
그렇다고 세금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DC 계좌에 들어간 경영성과급은 퇴직할 때 퇴직소득으로 과세된다.
퇴직소득은 재직 중 받는 급여처럼 다른 근로소득과 합산해 6~45%의 종합소득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로 계산해 과세한다. 퇴직연금을 일시금이 아닌 연금 형태로 수령하면 이연된 퇴직소득세를 전부 내지 않아도 된다.
2026년 현재 연금 실제 수령연차가 10년 이하이면 일시금으로 받을 때 부담할 퇴직소득세의 70%, 10년 초과 20년 이하이면 60%, 20년을 초과하면 50%만 원천징수한다. 올해부터 20년 초과 연금수령에 대한 50% 적용 규정도 시행됐다.
즉 재직 중 높은 근로소득에 억대 성과급이 더해져 높은 한계세율을 적용받는 것과 달리, 성과급을 퇴직급여로 넘겨 과세를 미룬 뒤 퇴직소득으로 분리과세하고 장기간 연금으로 받으면 최종 세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다만 퇴직연금의 중도인출에 제한이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삼성전자 평균 급여 1억 5363만 원…성과급 커지며 절세 유인도 확대
삼성전자 직원들에게도 이 같은 제도의 유인이 커질 수 있다. 삼성전자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국내 직원은 12만 8881명, 1인 평균 급여는 약 1억 5363만 원이다. 2026년 6월 말 직원 수는 12만 9200명으로 늘었다.
올해 1월 지급된 2025년분 OPI는 DS부문이 연봉의 47%, DX부문의 MX사업부가 50%였다. OPI는 사업부 실적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이익을 재원으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성과급이다.
올해 임금협상에서는 DS부문에 별도 특별경영성과급도 신설됐다.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구조로, 회사가 정한 조건에 따라 세후 금액을 자사주로 지급한다. 당시 연봉 1억 원을 기준으로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기존 OPI를 합쳐 최대 6억 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추산도 나왔다.
직원이 매년 원하는 만큼 넣는 것은 불가능
다만 전삼노가 요구한 ‘선택권’을 그대로 제도로 만드는 데는 제약이 있다.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은 퇴직급여로 지급하기 위해 적립되는 급여를 근로소득에서 제외하면서도 ‘근로자가 적립금액 등을 선택할 수 없는 방식’일 것을 요구한다. 시행규칙은 더 구체적으로 퇴직급여제도 가입 대상 근로자 전원을 대상으로 하고, 근로자가 적립 시점마다 적립금액을 임의로 변경할 수 없으며, 적립 방식을 퇴직연금 규약 등에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직원이 제도에 가입할지 여부를 선택하는 것은 가능하다. 제도가 처음 만들어지거나 적립방식이 변경될 때 향후 적립하지 않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성과급을 받은 뒤 매년 “올해는 전액 현금, 내년에는 50% DC”처럼 적립 비율을 자유롭게 바꾸는 구조는 세법상 경영성과급 DC의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SK하이닉스도 이런 요건을 고려해 근속연수 등에 따라 10~50%의 적립률을 사전에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IRP도 경영성과급 DC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직원이 성과급을 일단 현금으로 받아 근로소득세를 부담한 뒤 개인 IRP에 넣는다면 이미 발생한 성과급의 근로소득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개인이 연금저축과 IRP 등에 납입할 수 있는 일반적인 연금계좌 납입 한도는 연 1800만 원이고, 세액공제는 연금저축을 포함해 연간 최대 900만 원까지 적용된다. 따라서 억대 성과급을 회사가 사용자 부담금으로 직접 적립하는 경영성과급 DC와 개인이 세후 돈으로 IRP에 납입하는 것은 세제상 효과가 크게 다르다.
전삼노는 “제도의 조속한 시스템 구축과 실무 협의에 적극 협조할 준비가 돼 있다”며 회사에 책임 있는 결단을 요구했다. 이어 “다른 노조를 겨냥한 비방이나 소모적인 갈등에 휘말릴 생각은 없다”며 “2027년 교섭을 준비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