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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표, 10년 만에 지주사 체제 접는다…
오너 4세 박용학 해외사업 시험대

샘표식품에 흡수합병, 지주사 자산 요건 미달·상장 유지 불확실성 해소…박진선 대표 ‘최대주주’로

[비즈한국] 샘표그룹이 10년 만에 지주사 체제를 종료한다. 지주회사 샘표를 사업회사 샘표식품에 흡수합병하는 역합병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합병으로 샘표식품은 지주회사가 보유한 자산을 승계하면서 투자 여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해외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 기반을 강화한다는 방침이어서, 오너 4세인 박용학 전무(48)의 해외사업 경영 성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샘표식품이 지주회사 샘표를 흡수합병하며 10년 만에 지주사 체제를 종료한다. 사진=샘표 홈페이지

샘표 “중장기 투자 대응력 및 경영 효율성 높이기 위해 합병”

샘표와 샘표식품은 10월 30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사업회사인 샘표식품이 지주회사 샘표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합병이 완료되면 샘표는 소멸하고 샘표식품만 존속하게 된다.

샘표는 2016년 7월 경영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인적분할을 단행해 지주회사 샘표와 사업회사 샘표식품으로 분리했다. 당시 식품업계에서는 정부의 세제 혜택 등을 배경으로 지주회사 전환이 잇따랐다.

약 10년 만에 샘표가 역합병에 나서는 것은 지주회사 지위 상실과 상장 유지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정부는 2017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자산총액 기준을 기존 10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상향하면서 기존 지주회사에 10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하지만 샘표의 올해 6월 말 기준 별도 자산총액은 2256억 원으로 변경된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6월 30일 유예기간이 종료되면 지주회사 지위를 잃게 될 전망이다.

문제는 지주회사 지위를 잃을 경우 상장 유지 여부를 판단하는 매출액 기준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현재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을 적용받지만, 일반 상장회사로 전환되면 별도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이 적용된다.

여기에 2027년부터 새로운 회계기준이 적용되면 기존 영업수익에 포함되던 지분법이익이 영업손익에서 제외된다. 샘표의 올해 상반기 별도 매출액은 지분법이익을 제외할 경우 약 7억 6000만 원으로, 상장 유지와 관련된 매출액 요건인 50억 원에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샘표는 이러한 제도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기존 주주의 투자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합병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샘표와 샘표식품은 “합병은 샘표식품을 존속 회사로 해 양 사의 자산과 재원, 투자·관리 기능 및 제조·판매 기능을 통합함으로써 중장기 투자 대응력과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병으로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생긴다. 현재 샘표식품 지분 49.40%를 보유한 지주회사 샘표가 소멸하면서 박진선 대표(76)가 샘표식품의 직접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합병 직후 박 대표의 예상 지분율은 23.41%이며, 이후 합병 과정에서 승계한 자기주식 225만 5842주를 소각하면 31.51%로 높아질 전망이다.

샘표식품은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해외 유통망을 확대하며 해외사업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사진=샘표 홈페이지

해외 사업 투자 확대 계획…수익성 개선될까

합병 이후 샘표식품의 투자 여력도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존 지주회사인 샘표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 등을 승계하면서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샘표의 별도 현금성 자산은 약 353억 원으로, 합병 이후 외부 차입 필요성과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합병으로 확보한 재원은 생산시설 확충과 해외사업 경쟁력 강화 등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샘표식품 관계자는 “제천 신공장 건설 등 국내외 수요 증가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 생산 인프라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글로벌 사업 확대에 필요한 생산 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시장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생산 기반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샘표식품이 합병 이후 해외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인 만큼, 이러한 투자가 향후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샘표식품은 그간 해외 매출 규모를 꾸준히 확대해왔으나, 현지법인의 적자가 이어지는 등 수익성 측면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샘표식품은 간장과 고추장 등 전통 장류를 비롯해 요리에센스 ‘연두’와 각종 소스 등을 해외에 판매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해외 매출은 35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했다. 다만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7.6%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해외사업은 오너 4세인 박용학 샘표식품 전무가 이끌고 있다. 1978년생인 박 전무는 2017년 11월 샘표식품에 합류해 해외사업을 담당해왔다. 2024년 7월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올해 미국 현지법인 SFS(Sempio Food Services)의 대표이사까지 맡으며 해외사업에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박 전무가 최근 대표이사를 맡은 미국 법인은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SFS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4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7억 8000만 원에서 9억 8000만 원으로 확대됐다. 매출 증가에도 적자 규모는 오히려 커진 셈이다.

샘표식품 관계자는 “현지 인력 확충과 유통 채널 확대,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한 마케팅 투자 등이 반영되면서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며 “현재는 중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 단계로 향후 유통망 확대에 따른 매출 성장과 사업 운영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국 법인 대표까지 맡으며 박 전무의 경영 책임이 한층 커진 가운데, 현지 사업의 수익성 개선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해외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확대된 투자 여력을 실질적인 경영 성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샘표식품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사업회사인 샘표식품을 중심으로 중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해외사업 역시 기존 사업 전략을 바탕으로 글로벌 유통망 확대와 신규 시장 개척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해나 기자

유통 산업과 기업 이슈를 취재합니다. 놓치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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