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SNS와 스마트폰으로 끊임없이 소통하는 시대, 어째서 우리는 갈수록 외롭고 공허해질까. 이에 대안을 제시해주는 새 책을 소개한다.
‘좋아요’ 뒤에 숨은 ‘무존중’의 사회

한병철 지음, 정창호 옮김, 간디서원
‘피로사회’ ‘불안사회’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새 책 ‘존중 없는 사회’에서 신자유주의적 성과사회가 어떻게 인간 사이의 유대를 파괴하고 사회를 해체하고 있는지를 예리하게 진단한다. 오늘날 현대인은 ‘자기실현’이라는 매력적인 착각 속에 갇혀 자발적으로 자신을 극한까지 착취하며 살아가지만, 그 이면에는 타자에 대한 경멸과 자기 자신을 향한 깊은 혐오가 가득하다.
저자는 인간의 존엄성이 존재 자체의 고유한 가치로 존중받는 것이 아니라, 오직 개인이 만든 성과와 자본의 크기로 평가받는 무한경쟁 체제로 전락했다고 비판한다. 이로 인해 공동체의 공공심은 무너지고, 사회는 뿔뿔이 흩어진 채 무차별적인 분노를 쏟아내는 ‘분자적 내전’ 상태로 치달았다.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 역시 대중을 감시·통제하며 타인과의 진정한 교감을 가로막고 무례한 직접성과 혐오를 확산시키는 주범으로 지목한다.
이 책은 오늘날 우리가 겪는 고립과 분열의 원인이 단순한 개인의 성격 결함이 아니라, 구조적인 ‘무존중’의 문명적 위기에 있음을 직시하게 만든다. 저자는 절망적인 진단에 머무르지 않고, 타인을 지배하거나 말살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는 대신 독립된 존재로 인정하고 경청하는 사려 깊은 태도, 즉 ‘우정의 정치학’과 ‘아름다운 형식’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타인과의 건강한 거리 두기와 정중한 예의를 되찾을 때 비로소 야만적인 경쟁 사회로부터 민주주의와 인간성을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이다.
숲으로 세상을 읽다

남효창 지음, 책이라는신화
‘숲문해력: 숲에서 세상을 읽다’는 생태인문학자이자 40년간 숲을 연구해온 남효창 작가의 에세이다. 문해력이 글을 읽는 힘이라면 ‘숲문해력’은 숲을 통해 세계를 읽는 힘이다. 이 책은 우리가 잃어버린 감각과 관계의 지혜를 숲이라는 거대한 생명의 교실에서 되찾고자 한다. 저자는 숲을 단순히 풍경이나 자원의 관점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면서도 정교한 문장과 문단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완결된 ‘텍스트’이자 ‘살아 있는 관계의 망’으로 바라본다.
현대인은 디지털 기기의 정보와 속도에 매몰되어 자연을 외부의 대상으로 밀어내고, 삶을 효율과 데이터로 처리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숲에서는 빛과 바람, 향기와 미세한 변화들이 모여 서두르지 않고 저마다의 계절을 만들어간다. 숲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나무나 꽃의 이름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생명들이 서로를 향해 귀를 기울이고 연결되는 깊은 상호작용의 방식을 체득하는 일이다.
이 책은 속도와 효율을 최우선하는 현대 디지털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한 의미의 ‘재감속(Deceleration)’이 왜 필요한지를 일깨워준다. 자연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작은 신호로 말을 건네지만, 우리가 읽는 방식을 잃어버렸을 뿐이다. 숲이라는 원형적 학습 구조를 통해 세상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함으로써, 파편화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깊은 위안과 함께 세상을 감각하는 새로운 눈을 열어준다.
저자는 오랫동안 연구자이자 학자로서 활동했고, 2002년부터 숲연구소를 이끌어왔다. 지난 2024년 강원도 춘천에 실내 치유정원 ‘마인바움’을 열고 숲을 통해 사람을 치유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내면의 위대함을 일깨우는 고전

랠프 월도 에머슨 지음, 김익한 해제, 임상훈 옮김, 오아시스
미국 초월주의 철학자이자 시인 랠프 월도 에머슨이 쓴 ‘자기 신뢰(Self-reliance)’는 현대적 자기계발서의 원형이자 시초가 되는 고전이다. 1841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후 2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스스로를 믿는 자만이 삶의 정답을 찾을 수 있다”고 외치는 에머슨은 인간이 타인의 시선, 과거의 제도, 그리고 타성에 젖은 관습에 얽매여 스스로의 무궁한 잠재력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역사 속 모든 위대한 인물들은 남의 앵무새처럼 말하지 않고, 자신의 내밀한 마음속 목소리를 굳게 믿었기에 정점에 설 수 있었다는 것. 인간 내면의 잠재력을 신뢰한 에머슨의 사상은 니체의 초인 사상, ‘월든’을 쓴 헨리 데이비드 소로, 미국 현대시의 아버지 월트 휘트먼 등에게 영향을 미쳤다. 에머슨의 다른 책 ‘자연’은 얼마 전 방탄소년단(BTS)의 RM이 추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자기 신뢰’는 이미 국내에 여러 권 출간돼 있는데, 최근 오아시스 출판사에서 ‘오아시스 클래식’ 시리즈로 펴낸 ‘자기 신뢰: 나를 믿고 우뚝 선다는 것’에는 국내 1호 기록학자이자 자기계발 멘토인 김익한 교수의 해제를 더했다. 에머슨의 삶과 사상의 배경이 된 시대적 환경, 각 에세이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 또 국내에 아직 번역된 적 없는 에머슨의 후기 대표작 ‘불멸’을 국내 최초로 수록해 에머슨 사상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상호 신뢰가 무너지고 남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느라 숨이 가쁜 현대인에게 에머슨은 타인이 정해놓은 허례허식과 평가의 감옥에서 벗어나, 자기 내면에 깃든 확신을 언어로 만들고 삶의 주인이 되라고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