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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고 투자하라고?”
태양광업계, 전력망 정보공개 헌법소원 청구

부지 사고 인허가 끝냈더니 ‘접속불가’ 날벼락…7년 전 법 제정에도 세부기준 전무

[비즈한국]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100GW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발전소를 짓는 데 가장 기초적인 ‘전력망(계통)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사업자들이 막대한 투자 손실을 입고 있다며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국회가 7년 전 법을 개정해 전력망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했음에도 소관 부처가 세부 기준을 담은 시행규칙을 마련하지 않아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당했다는 주장이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와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은 10월 15일 헌법재판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을 상대로 계통정보 공개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행정입법부작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행정입법부작위란 상위 법률이 행정관청에 하위 규정을 만들도록 구체적인 의무를 부여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제정하지 않고 방치하는 행정적 불이행을 의미한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와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이 10월 15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김민호 기자

법은 7년 전 시행됐는데…하위 규칙은 ‘전무’

국회는 2019년 4월 23일 전기사업법 제20조의2를 신설해 송전·배전사업자가 다른 발전사업자의 전력망 설비 이용을 돕기 위해 전기설비의 용량과 이용 현황 등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했으며, 이 법안은 같은 해 10월 24일 본격 시행됐다.

그러나 법률은 구체적인 공개 범위와 기준, 방식을 부령(시행규칙)으로 정하도록 위임했으나, 소관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7년이 지나도록 세부 기준을 제정하지 않았다. 법 조문만 존재할 뿐 실질적으로 작동할 기준이 없다 보니, 사실상 독점 송·배전사업자인 한전이 핵심 계통정보를 제한적으로 다루더라도 이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거나 공개를 강제할 근거가 사라진 셈이다.

하정민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헌법소원은 전기사업법 제20조의2에 따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마련해야 할 정보공개 기준을 제정하지 않은 행정입법부작위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묻는 사건”이라며 “정보 부재로 사업 좌절을 강제해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법률이 예정한 정보를 주지 않아 알 권리와 평등권까지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청구 취지를 밝혔다.

인허가 마치니 ‘접속 불가’ 통보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짓기 위해서는 발전 설비에서 생산한 전기를 국가 전력망에 실어 보낼 수 있는 ‘계통 여유용량’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부지를 사고 수억 원을 들여 인허가를 모두 마친 뒤에야 뒤늦게 계통 접속 불가 통보를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이번 헌법소원에 참여한 한 청구인은 2026년 4월 한전을 통해 배전선로 여유용량을 확인하고 태양광 발전소 2곳을 짓기 위해 부지 매입과 인허가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와 관계 기관의 복잡한 인허가를 마친 뒤 한전에 정식 접속 신청을 내자 돌아온 것은 ‘주변압기 용량 부족에 따른 전력계통 연계 불가’라는 불허가 처분이었다. 인허가 절차가 진행되는 수개월 사이에 다른 사업자가 접속 용량을 먼저 선점해 버렸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은 현재 한전이 웹사이트(한전ON) 등을 통해 제공하는 정보가 배전선로, 주변압기, 변전소 등의 단순 표면적 수치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접속 대기 물량이 얼마나 밀려 있는지, 전력망의 물리적 여유가 실제로 얼마나 남았는지 등 중요한 기술 정보는 가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최진 전국태양광발전협회 부회장은 “사업자들은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수십억 원의 막대한 선투자 비용을 쏟아붓고 있지만, 인허가를 다 받고 나면 돌아오는 것은 한전의 무책임한 ‘계통 접속 불가’ 한 줄뿐”이라며 “인허가를 진행하는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여유 용량이 소진되어도 사업자는 그 과정을 전혀 알 길이 없어 파산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재생에너지 100GW 달성하려면 ‘예측가능성’ 제공해야

정부는 지난 9월 29일 전력망 혁신대책을 내놓고 호남권 계통관리변전소 지정 해제와 유연접속 확대를 약속했다. 현재 40GW에도 미치지 못하는 재생에너지 설비를 2030년까지 100GW로 3배 가까이 늘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발전업계에서는 전력망의 물리적 진입 문턱을 낮추는 것과, 투자자가 사업 타당성을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계통 연결이 허용되더라도 접속 대기 기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연결 후 출력제어로 발전기를 얼마나 멈춰 세워야 하는지 사전에 알 수 없다면 사업 투자가 어렵기 때문이다.

주다윤 기후솔루션 전력계통시장팀 연구원은 기자회견문 낭독에서 “정보공개는 사업자에게 베푸는 혜택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늘리는 길”이라며 “사업자가 언제, 어떤 조건으로 연결되는지 알 수 없다면, 정부의 재생에너지 목표도 실제 투자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기자

중화학공업·에너지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사회와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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