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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공공기관 이전 ‘숨 고르기’ 속 금융권 노조 ‘단체행동’ 계속

금융노조 “이전 논의 중단까지 투쟁” 선언…비수도권 지역선 “집단 이기주의” 비판

[비즈한국]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두고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이전 대상과 기준을 둘러싼 반발이 커지면서 공론화와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10~11월께 방향을 확정할 전망이다. 금융공공기관의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자 금융권 노조는 업무 효율 저하와 전문 인력 이탈 등을 이유로 반대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비수도권 시민단체는 금융권의 반발을 집단 이기주의라고 비판하며 차질 없는 이전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반대하는 금융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시중은행, 금융기관 등이 속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9·4 1차 총파업에 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제공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 시기에 관해 “현재 준비하는 과정이며 공론화를 거쳐야 하므로 (확정 시기는) 10~11월 정도로 예상한다”라며 “전체 350개 기관이 전부 이전할 수는 없으므로 가능한 지역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정부는 25일 국무회의에도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 이전 대상으로 거론된 기관들의 반발이 거센 데다 대상과 기준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전 시점이 미뤄진 데다 잔류 기관을 확대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금융권 노조에서는 논의가 무산될 때까지 단체 행동을 이어갈 전망이다.

27일 윤석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9·4 총파업을 앞두고 개최한 간담회에서 “금융공공기관 지방 이전 논의가 공론화라는 이름으로 연기됐지만 투쟁은 이제 시작”이라며 “발표 연기가 아니라 이전 논의를 완전히 중단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기관 지방 이전에 관해 “지역 균형 발전의 필요성과 수도권 집중 분산에는 동의한다”라면서도 “그러나 이미 구축한 금융산업의 기능을 물리적으로 쪼개는 방식은 안 된다. 금융 중심지로서 서울의 경쟁력은 높이고, 지역은행과 지역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과 지역 산업을 뒷받침할 금융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세종시 이전이 유력하게 떠오르면서 관련 기관의 반발이 거세지는 상황이다. 금융위 소속인 예금보험공사, 서민금융진흥원, 신용회복위원회 등도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노조는 24일 지방 이전 반대를 위한 공동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예보의 보호 대상과 금감원의 검사 대상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기관 업무 대상인 금융사와 인프라도 수도권에 있다”며 “현장을 떠난 금융 감독은 적시성, 현실성을 잃고 비효율을 낳는다. 위기 대응의 순간에 기관 간의 물리적 거리는 의사결정의 지연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를 세종시로 이전한다는 논의가 나오면서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노조는 지방 이전을 반대하고 나섰다. 사진=임준선 기자

청년 세대 및 전문 인력 이탈의 가속화도 반대 근거로 강조했다. 두 노조는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근무를 계속한다는 직원은 네 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 실무진 다수가 금융·법률 전문가로 저축은행 사태 등 역사적인 위기를 헤쳐나간 경력이 있다”며 “청년 세대에게는 어렵게 입사한 회사의 위치가 자신의 선택과 무관하게 변경되는 것으로, 단지 출근지가 바뀌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직원 수 400명 미만으로 비교적 소규모 기관에 속하는 서민금융진흥원도 반발하고 나섰다. 20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는 서민금융진흥원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지방 이전을 반대하는 답변이 79%, 인력 이탈과 신규 채용의 어려움을 우려한 답변은 85%, 지방 이전 확정 시 퇴사나 이직을 고려한다는 답변은 44%로 나왔다고 밝혔다. 

사무금융노조는 “기관별 기능과 규모, 인력 구조, 정책 집행 특성을 무시한 일률적이고 기계적인 이전 분류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며 “이전 대상 선정에 앞서 기관별 이전 적합성, 인력 이탈, 사업 공백, 국민 피해에 관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사전 영향 평가를 실시하고 결과를 전면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금융사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국책은행 등에서도 반발하는 가운데 정부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기조를 바꿀지 주목된다. 예결위 전체 회의에서 김윤덕 장관은 “지방선거 이후 지방 정부 대표가 다 바뀌었기 때문에 당선자를 중심으로 지방 정부 의견을 듣고 있다”며 “노동조합의 의견도 들어야 하기 때문에 공론화 과정을 거쳐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27일 간담회에서 “국토부와 대화하거나 제안을 받은 것은 없다”고 답했다.

한편 금융권의 반발을 두고 지역 시민단체에서는 ‘집단 이기주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비수도권 지역 단체가 모인 ‘균형발전을 촉구하는 강원·영남·호남·제주·충청권 시민사회단체’는 25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를 향해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을 촉구했다.

단체는 “3대 국책은행과 금감원 노조는 명분 없는 반발과 집단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정부의 지방 이전 정책에 반발하며 집단 행동을 하는 것을 지독한 집단 이기주의로 규정한다”며 “그동안 이전하지 않고 잔류한 것만으로도 특혜와 특권을 누린 것인데, 정책에 반대해 연장하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심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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