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비즈한국

공공기관 2차 이전 앞두고 금융권 긴장…
노조는 거리로, 지자체는 유치전

농협 노조 대규모 집회, 국책은행 노조도 공동 대응 예고…지방은 ‘이전 촉구’

[비즈한국] 정부가 하반기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금융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농협 노동조합은 농협중앙회와 금융 계열사의 지방 이전 논의에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고, 국책은행 노조도 공동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반면 각 지방자치단체는 공공기관 유치를 위한 경쟁에 나서면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농협 노동조합이 7월 29일 광화문 앞에서 농협중앙회 본사 지방 이전을 반대하는 결의 대회를 열었다. 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 제공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농협 노조)가 농협 본사 지방 이전에 반대하며 대규모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노조 농협지부 산하에는 △농협중앙회 △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지주 △하나로유통 △농협은행 △농협생명 △농협손해보험 △농협양곡 등 8개 법인이 속해 있다. 농협 노조는 7월 23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간부 집회를 연 데 이어, 29일에는 광화문 앞에서 약 4000명의 전국 조합원이 모인 결의 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이 거리에 나선 건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에 농협중앙회와 금융지주 계열사가 포함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현재 농협중앙회와 은행·손보·생보 등 본사는 서울시 중구 서대문역 인근에 모여 있다. 노조 측은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시도를 둘러싸고 외부 압박과 낭설이 확대됨에 따라 선제적 행동에 나섰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 15일 국토부는 농협 이전 언론보도에 관해 “지방 이전 대상 기관과 지역은 전혀 결정된 것이 없다”며 “연내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농협 노조는 법적·경제적 근거를 들어 지방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우선 농협중앙회가 법률상 공공기관 이전 대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농협은 농업협동조합법을 근거로 설립한 법인으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에는 ‘구성원 간의 상호부조, 복리증진, 권익향상, 영업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설립한 기관’은 공공기관에서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다.

노조는 “국토부는 농협이 지방 이전 공공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무적 결정 사안이라며 별도의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훼손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사 이전으로 인한 비용 부담도 반대 사유 중 하나다. 농협 노조는 본사 이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 토지 매입 비용을 제외하고도 최소 252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건물 신축 비용 2130억 원, 지역 이전에 따른 임직원 주거 지원 비용 390억 원 등을 합한 금액이다. 노조는 “막대한 이전 비용이 농업인 지원 사업 재원을 잠식할 우려가 있다”며 “이는 농업인 경쟁력 강화와 공동 이익 증진 등 지원 기능을 해친다”고 말했다.

지역 이전의 효율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지역에서 근무하는 범농협 임직원은 7만 182명으로, 전체(9만 6103명)의 73%에 해당한다. 중앙회 본부 인력 중 반드시 수도권에 남아야 하는 인력을 제외하면 이동 가능한 임직원 수가 460명에 그쳐 지방 경제에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에 농협중앙회와 금융지주 계열사가 포함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농협 내부에서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임준선 기자

정부는 14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하반기 중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2027년부터 선도 기관 중심으로 이전에 착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는 “수도권에 집중한 국가 기능을 재배치하기 위해 수도권 잔류 기관을 최소화하고, 5극 3특(5개 초광역권, 3개 특별자치도) 성장전략과 연계한 집적 배치 원칙을 감안해 이전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의 발표 시기가 가까워지자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3개 국책은행 노조에서도 오는 8월 지방 이전 반대를 위한 공동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산업은행은 지난 정권에서도 부산 이전을 국정과제로 추진했지만 법 개정이 불발돼 무산됐다. 그사이 산업은행은 내부적으로 장기간 노사 갈등, 저연차 줄퇴사 등의 잡음을 겪었다.

한편 금융권의 거센 반발에도 지역에서는 기관 유치를 위한 본격적인 공세에 나선 상황이다. 특히 농협중앙회의 경우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전북특별자치도, 경상북도 등 여러 지역에서 본사 유치에 힘쓰고 있다. 7월 15일과 20일 전북농업인단체연합회와 전북축산단체연합회는 각각 농협중앙회 본사의 전북 이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2일에는 경북농업인단체협의회가 농협중앙회 본부의 경북 이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유력 후보지로 꼽히는 전남광주특별시의 경우 통합 추진 과정에서부터 농협중앙회 본사 이전을 요청해왔다.

대구시는 28일 국회 토론회를 통해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대비한 유치 전략을 밝혔다. 대구시는 기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을 포함한 34개 기관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중심지를 보유한 부산시에서도 국책은행 등 금융 공공기관과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을 중심으로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방 이전 논의는 정권마다 반복되는 사안”이라며 “매번 업계 반발이 심한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심지영 기자

금융·가상자산·핀테크·투자 업계 중심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언제든 제보주세요.

jyshim@bizhankook.com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형광펜 추가
✕ 형광펜 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