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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사 통합 발전공기업, 한전 품에서 ‘공정한 전력시장’ 가능할까

‘공공성 강화’와 ‘경쟁 실종’ 우려 교차…통합 실효성 담보할 감독체계 마련돼야

[비즈한국]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 25년간 유지되어 온 5사 분할 체제가 막을 내리고 하나의 거대 발전공기업으로 다시 합쳐진다. 분절된 공기업 구조의 비효율을 없애고 국가 주도의 에너지 전환을 강력하게 견인하겠다는 취지다. 발전공기업 통합을 통한 에너지 공공성 강화라는 ‘기대’와 거대 독점 공기업 출현 및 시장 왜곡이라는 ‘우려’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9월 4일 서울 여의도 한국전력 남서울본부에서 발전 5개사 및 노동조합과 함께 발전공기업 통합방안에 대한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9월 4일 한국전력 남서울본부에서 ‘발전공기업 통합방안 간담회’를 열고 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등 5개 발전공기업을 1개사로 통합해 한전의 100% 자회사인 ‘㈜한국발전’(가칭)을 신설하는 추진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내부 거버넌스는 대대적인 축소와 함께 에너지 전환 중심으로 탈바꿈한다. 기존 5개사 체제에서 운영되던 ‘5사장·5감사·10상임이사’ 체제는 ‘1사장·1감사·4상임이사’ 체제로 대폭 압축된다. 5개사 본사에 분산돼 있던 관리 인력은 2,400여 명에서 1,800여 명 수준으로 축소한다. 감축된 600여 명은 신설되는 3~4개의 ‘지역재생에너지본부’에 재배치되어 태양광·육상풍력 등 지역 단위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전담하게 된다. 본사는 재생에너지본부, 정의로운전환본부, 안전기술본부, 기획관리본부 등 4개 본부 체제로 구축된다.

통합이 완료되면 합산 발전설비는 약 53GW 규모로,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발전회사 중 8위권(중국 포함 시 14위)에 해당하는 글로벌 초대형 발전사가 된다. 정부는 올해 정기국회 내에 특별법을 제정해 인허가 의제, 기존 회사의 권리·의무 및 고용계약 승계, 합병 절차 간소화, 기업결합 심사 면제 근거 등을 마련하고, 9월 중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발전공기업 통합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켜 2027년 10월 1일 공식 출범을 마무리하겠다는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했다.

통합 지지 측 “에너지 공공성 회복과 단일 법인 기반의 고용 승계”

통합을 지지하는 측은 공공 주도의 에너지 전환과 분할 체제의 구조적 비효율 해소를 핵심 명분으로 강조한다.

우선 2001년 신자유주의적 분할 이후 5개사 간 의미 없는 과다경쟁과 중복 비용만 발생했으며,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투자의 90% 이상을 민간 자본이 차지하면서 ‘우회적 민영화’가 심화되었다는 비판이다. 이에 따라 공공이 직접 대규모 재생에너지 확대를 책임져야 전력 공공성과 에너지 주권을 회복할 수 있다고 본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시민 삶에 있어서 필수재인 에너지를 이윤을 중심에 둔 민간사업자에게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수익이 나지 않을 때 민간사업자는 언제든 사업을 취소할 수 있는 만큼, 통합된 발전공기업이 투자 규모를 키워 해상풍력 등의 확대를 공공 주도로 견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분산되어 있던 연구개발(R&D)과 투자 재원을 하나로 묶고, 연료 공동구매 및 정비자재 일원화를 통해 원가를 절감함으로써 미래 세대의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주요 근거다. 8월 7일 국회에서 열린 ‘AI 시대를 대비하는 바람직한 전력산업 구조’ 심포지엄에 참석한 제용순 발전노조 위원장은 “25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정부가 통합 논의로 전환한 것은 발전 노동계의 오랜 요구에 부합하는 일”이라며 “2001년 분할 이후 발전사들이 LNG를 각자 직구매하면서 가스공사의 구매 파워를 낮추는 역효과를 낳았다”고 강조했다.

석탄발전 퇴출에 따른 ‘정의로운 전환’ 역시 단일 법인 체제여야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석탄화력발전소 순차 폐쇄되는 상황에서, 단일 공기업이어야 화력 발전 노동자를 공공 재생에너지 인력으로 원활히 전환배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심포지엄을 주최한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석탄발전 전면 폐지 추진으로 화력발전 노동자들의 고용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별도의 신재생 자회사를 만들기보다 통합 발전공기업라는 지배구조 틀 안에서 이들의 고용과 리스크를 흡수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구조로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8월 7일 국회에서 열린 ‘AI시대, 우리나라의 바람직한 전력산업 구조개편 방향모색’ 심포지엄 현장이다. 사진=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통합 우려 측 “시장 신호 마비, 망 중립성 훼손, 경로의존성의 덫”

반면 거대 독점 공기업 출현에 따른 시장 왜곡과 전력망 공정성 훼손을 경고하는 쪽도 있다.

9월 1일 국회 기후위기탈탄소경제포럼과 기후솔루션이 주최한 ‘에너지전환기 발전공기업, 어떻게 재편한 것인가’ 토론회 축사에서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분할로 인한 비효율은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통합이 거대 독점 기업의 출현으로 이어져 망 중립성을 훼손하고 공정한 전력시장 조성을 방해해서는 안된다”며 “특히 한 기업 안에서 ‘탈석탄 자산 관리와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상충하는 임무를 동시에 수행하면 에너지 전환 동력이 약화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쟁점은 도매 전력 공급의 60% 이상을 점유하는 독점 사업자의 출현으로 인한 시장 왜곡이다. 지배적 사업자가 공급 용량을 조정하거나 발전 원가 제출 자료를 왜곡해 도매 전력 가격(SMP)을 인위적으로 조작할 위험이 제기된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이유수 숭실대학교 교수는 “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하는 거대 공기업이 탄생하면 전력거래소의 가격입찰제나 실시간 시장 등 시장 선진화 로드맵은 무력화되고 시장 가격 신호는 완전히 상실된다”며 “이러한 구조는 결국 무늬만 시장인 ‘관리형 시장’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전력망 중립성’ 훼손에 대한 경고가 더해진다. 망 중립성이란 중복 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자연독점 영역으로 남아 있는 송배전망을 모든 발전사업자가 차별 없이 공정하고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송배전망을 독점한 한전과 거대 통합 발전사가 결합할 경우 민간 재생에너지 사업자에 대한 계통 접속 지연, 불공정한 출력제어 전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 견제 등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유수 교수는 “발전공기업이 한전의 자회사로 있는 한 공공 카르텔 형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망이 포화된 상황에서 통합 공기업 발전기에 접속과 급전을 우선 배정하고, 민간 재생에너지나 에너지저장장치(ESS)에는 계통 차별과 무보상 출력제어를 전가할 위험이 크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강경택 기후부 전력산업정책과장은 토론회에서 “망 중립성 문제는 발전공기업이 하나냐 다섯 개냐의 문제 보다는 한전이 송배전망과 전력 판매를 겸업하는 수직 구조에서 비롯된 사안으로, 발전사 통합과는 결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망 중립성이 문제라면 송배전망을 운영하는 한전과 발전공기업의 관계를 자회사 형태가 아닌 독립법인으로 가져가는 방안도 제기된다.

에너지 전환 속도가 오히려 둔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전공기업 설비의 95% 이상이 전통 화석연료와 원자력이고 재생에너지는 0.3% 수준에 불과한 구조에서, 거대 단일 조직이 출범하면 기존 화석 자산의 손실을 방어하려는 ‘경로 의존성’이 강화되어 탈석탄 전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세원 기후솔루션 전력시장계통팀 연구원은 “발전자회사들이 진정 에너지 전환 의지가 있었다면 지난 25년 동안에도 재생에너지를 늘릴 수 있었다. 단일 조직으로 합쳐 놓으면 기존 주력 사업을 스스로 깎아 먹어야 하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현실적인 동력이 생기기 어렵다”며 “차라리 화력발전 감축 법인과 재생에너지 전담 공공법인 등으로 분리하여, 화력 축소로 줄어드는 인력을 지속해서 확장되는 재생에너지 법인으로 단계적으로 재배치·고용 승계해 주는 구조가 정의로운 전환 관점에서도 훨씬 자연스럽고 논리적“이라고 짚었다.

반면 황인철 팀장은 “만약 퇴출해야 할 자산만으로 법인이 이뤄져 있다면, 이 회사는 어떻게 행동할지 거꾸로 질문해야 한다”며 “탈화석연료를 할 경우 이 법인은 사라지게 되고 자기 회사를 스스로 문닫게 하는 선택을 하는 것은 더욱 어렵기에 오히려 경로의존성을 강화하고 전환에 저항할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5개사의 합산 부채비율이 약 160%에 달하고 석탄 폐쇄 비용까지 겹쳐, 단순 통합만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 여력이 생긴다는 것은 ‘재무적 착각’이며 관료주의적 비효율만 심화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력 공기업의 민주적 통제와 독립 규제기관 필요성 제기

통합에 대한 판단은 엇갈리지만, 양측 모두 거대 전력 공기업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우선 거대 전력 공기업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대한 목소리가 크다. 통합 공기업이 과거처럼 일방적·비민주적으로 전력망이나 발전소 건설을 밀어붙이지 못하도록 사업 기획부터 평가까지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다.

이태성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 지부장은 “통합과 고용 대책이 원청 공기업 통합에 그친다면 9000여 명에 달하는 하청·자회사 노동자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거대 공기업이 지역 분산형 에너지를 압살하거나 화석연료 수명을 자의적으로 연장하지 못하도록 주민과 노동자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민주적 통제 기구가 통합 법인 내에 반드시 설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립된 전력 규제기관의 신설도 제기된다. 정부나 전력 당국으로부터 독립된 ‘전력감독원’ 등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공정한 전력망 이용 규칙을 확립하고, 시장지배력 남용을 감시해야한다는 제언이다.

김세원 연구원은 “현재 전기위원회가 기후부 산하에 있어 실질적인 규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금융 시장의 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나 일반 시장의 공정거래위원회처럼 시장 감시와 계통 감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독립 규제기관 설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독립 규제기구의 성격을 둘러싼 경계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심포지엄 토론자로 참석했던 정세은 충남대학교 교수는 영국의 독립 규제기관 오프잼(Ofgem) 사례를 들어 다른 각도의 문제를 제기했다. 정 교수는“영국의 오프잼처럼 시장 개방 후 들어선 규제기구는 자칫 시장주의자들에게 장악되어 공기업인 한전만을 옥죄고 공공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지금은 섣부른 기구 독립보다 한전의 적자를 해소할 수 있도록 국가가 원가를 보장해 요금을 공공적으로 관리하는 원칙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중화학공업·에너지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사회와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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