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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AS 농도 낮추면 끝?”
고덕산단 방류수 ‘오염물질 논란’ 근본적 해법은

발암물질 등 17종 전국 수계로 확산 가능성, 분해도 안 돼…물 재이용·방류량 감축으로 배출 총량 줄여야

[비즈한국] 산업폐수를 정화해 하천으로 내보내는 방식만으로 ‘영원한 화학물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경기도 평택시 고덕산단 방류수에서 과불화화합물(PFAS) 17종이 검출되면서 배출 기준 마련과 처리 기술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수질 감시를 확대하고, 삼성전자는 저감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염물질을 걸러낸 뒤 하천으로 내보내는 대응을 넘어, 공정 내 물 재이용을 늘려 방류수 자체를 줄이는 계획까지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산업폐수의 PFAS 관리기준 마련과 함께 단계적인 방류량 감축을 촉구했다. 배출구에서 수질을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공정의 물 사용과 폐수 배출 방식까지 바꿔야 한다는 취지다.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폐수 내 농도를 낮추는 정화 기술도 필요하지만 배출 형태 자체가 유지되는 한 위험은 계속된다”며 “정부와 기업은 방류량 자체를 단계적으로 줄여 종국에는 ‘무방류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덕산단에 위치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2라인을 공중에서 본 모습. 사진=삼성 뉴스룸

검출 농도만으로는 실제 배출 규모 알 수 없어

이번 논란은 경기환경운동연합, 서평택환경위원회, 평택환경행동, 환경운동연합 등 4개 단체가 지난 10월 19일 공개한 고덕산단 최종 방류수 분석 결과에서 비롯됐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위치한 고덕산단의 종단 방류구에서 9월 17일 시료를 채취해 부산대학교 산학협력단 환경·에너지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했다. 방류수가 서정천으로 유입되기 직전 지점에서 채취했다.

분석 결과 PFAS 17종이 검출됐으며, 정량값의 단순 합계 농도는 9007.66ng/L였다. PFBA 4240ng/L, PFPeA 1830ng/L, PFHxA 1200ng/L, PFHpA 695ng/L 등 단쇄 과불화카복실산(PFCA) 4종이 합계 농도의 88.4%를 차지했다. PFOA 339ng/L, PFNA 239ng/L 등 장쇄 화합물도 확인됐다.

PFAS는 열과 기름, 물에 강해 생활용품부터 반도체 제조 공정까지 폭넓게 사용되는 인공 합성 화학물질군이다. 자연계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 특성 때문에 환경에 지속적으로 배출되는 양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농도만으로는 고덕산단에서 하루에 얼마만큼의 PFAS가 하천으로 흘러나가는지 알 수 없다. 오염물질 배출 총량은 농도와 방류량을 함께 확인해야 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리 기술로 농도를 낮춰도 방류량이 늘면 총량 감축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물을 적게 내보내더라도 농도가 높아진다면 오염물질 배출량이 그만큼 감소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환경단체들은 이러한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유입수와 방류수를 비교하고 실제 방류량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어떤 PFAS가 어디에서 유입돼 처리시설을 거친 뒤 얼마나 배출되는지 추적하고, 방류수와 하천 수계를 연계한 반복 조사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인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바이오 센터장은 “과불화화합물은 자연 분해되지 않고 반감기가 수십 년에 달해 계속 쌓이는 물질”이라며 “특히 이번 방류수에서 88% 이상을 차지한 단쇄 화합물은 물에 잘 녹고 이동성이 뛰어나 오염 물질이 전국 수계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센터장은 “PFOA는 인체 발암성이 입증된 물질로, 낮은 농도에서도 신장암, 고환암, 기형아 출산 우려, 간·갑상선 기능 장애 및 환경호르몬 교란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감시체계 확대, 삼성은 2027년 저감 기술 적용 추진

경기환경운동연합, 서평택환경위원회, 평택환경행동, 환경운동연합 등 4개 단체는 지난 10월 19일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고덕산단 방류수 PFAS 검출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김민호 기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9일 설명자료를 통해 2025년부터 PFAS 34종을 대상으로 업종별 배출 특성을 파악하는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낙동강 본류 8개 지점에서는 왜관·매리 수질측정센터를 통해 정밀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으며, 결과를 물모아시스템 등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 감시체계는 2027년 하반기까지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영산강·금강 수질측정센터는 준공을 마쳤고, 한강 수질측정센터는 11월 착공할 예정이다. 방류수 관리기준에 대해서는 모니터링 결과와 해외 규제 동향을 검토해 필요시 국내 규제화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같은 날 방류수 PFAS 저감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오는 12월 실증설비를 설치해 실제 사업장에서 처리 성능을 검증하고, 결과를 토대로 2027년 8월 평택사업장에 우선 적용한 뒤 2028년까지 국내 사업장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삼성전자는 국제협약과 국내법에 따라 사용이 제한되는 PFOA, PFOS, PFHxS 3종의 직접 사용을 중단하거나 대체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2023년부터 제조설비와 부품의 PFAS 함유 여부를 점검하고 공급사와 대체재 확보를 추진해 왔으며, 일부 PFAS가 제조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할 가능성에도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기업 모두 물 사용을 줄이는 방향도 언급했다. 기후부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TSMC 등의 물 재이용 사례를 들며 관련 법령에 따른 재이용 확대에 따라 향후 방류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생산규모가 늘어나더라도 취수량을 줄이겠다는 노력을 선언했으며, 방류수에 대해서도 적합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만으로는 고덕산단의 방류량을 언제까지 얼마나 줄일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취수량 감축과 재이용 확대가 실제 폐수 배출 감소로 얼마나 이어질지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되지 않았다.

배출 기준은 출발점…‘덜 쓰고 덜 버리는’ 공정으로 전환해야

환경단체가 요구하는 대책은 처리시설을 보강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기업이 공정별 PFAS 사용·배출·처리 정보를 파악해 공개하고, 사용 저감과 대체재 도입, 물 재이용 확대를 묶은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폐수처리시설을 거친다는 이유만으로 배출원 기업의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관리 대상 확대도 과제다. PFAS는 알려진 종류만 1만여 종에 이르지만, 관리는 일부 대표물질에 집중돼 있다. 단체들은 조사 결과와 위해성 자료가 축적된 물질부터 산업폐수와 수계에 적용할 관리기준을 단계적으로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무방류 시스템으로의 전환 역시 선언만으로 실현되지는 않는다. 공정별로 물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범위와 필요한 시설, 도입 일정 등을 검토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단계별 방류량 감축 목표를 세우고, 저감 기술 도입 전후의 PFAS 배출 실적을 공개해야 이행 여부를 평가할 수 있다.

전명수 서평택환경위원회 위원장은 “기업의 성장이 시민 건강과 환경을 희생하는 대가 위에 세워져선 안 된다”며 “법적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관리를 미뤄선 안 되며, 산단 유입수와 방류수, 퇴적물까지 조사를 확대하고 시험성적서 원자료를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중화학공업·에너지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사회와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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