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페퍼저축은행이 대규모 희망퇴직을 추진하면서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수년째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재무 개선을 위해 프로여자배구단 매각, 희망퇴직 등을 진행했다. 이에 직원들이 희망퇴직에 반대하며 노조를 설립해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페퍼저축은행이 매각을 염두에 두고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페퍼저축은행은 최근 몇 년간 재무구조가 불안정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BIS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1.75%였다. 금융당국은 자산총액 1조 원이 넘는 저축은행에 BIS 자기자본비율 12% 이상을 권고한다. 페퍼저축은행의 자산총액은 2조 원이 넘는다. 페퍼저축은행은 올해 1월 300억 원 유상증자 등으로 자본 확충에 나섰고, 3월 BIS 자기자본비율을 12.42%로 올렸다.
수년째 지속되는 적자도 문제다. 2024년엔 961억 원, 2025년엔 555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한 채 계속 모기업에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에 페퍼저축은행은 최근 재무구조 및 수익성 개선에 적극 나섰다. 지난해 두 차례 희망퇴직을 진행한 데 이어 올해도 약 15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추진하고 있다. 프로여자배구단 AI페퍼스도 SOOP에 매각했다. 이자비용도 줄여 2024년 1211억 원에서 2025년 820억 원으로 32.35% 감소했다.
잇단 희망퇴직은 내부 반발을 불러왔다. 직원들은 7월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페퍼저축은행지회’를 설립해 사측이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한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경영진의 방만 경영 탓에 회사가 위기에 처했는데, 정작 그 피해는 직원들이 본다는 것이다.
노조는 △일방적·불법적 강제 해고 및 3차 해고 대상 선정 기준 협의 즉각 중단 △과반수 노동조합과 법규에 따른 성실 협의 △방만 경영 책임자의 즉각 사퇴 △졸속 구조조정안 전면 철회 △대주주의 실질적인 경영 정상화 대책 수립 등 5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더불어 “법이 보장하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바탕으로 일방적인 정리해고 시도를 분쇄하고 일터를 정상화하는 그날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노조 출범 한 달이 지나도록 갈등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노조 관계자는 27일 “사측을 만나 교섭했지만 진전된 내용은 없다”고 전했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관련 법령을 준수하면서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퍼저축은행은 최근 경영 지표가 개선됐다. 올 1분기 적자는 7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줄었다. 프로여자배구단 매각이 완료되면 비용 절감 효과도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프로여자배구단의 1년 운영비는 70억~80억 원 수준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경영 지표가 개선되고 있는데도 희망퇴직을 이어가는 것을 두고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매각 가능성을 제기한다. 기업 규모를 축소하면 매각 작업이 수월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에도 매각이 추진된 바 있다. 당시 OK금융그룹이 실사까지 들어갔지만 결과적으로 매각은 불발됐다.
페퍼저축은행의 모회사는 올해 7월 ‘페퍼유럽’에서 ‘페퍼코리아홀딩스’로 변경됐다. 페퍼코리아홀딩스는 국내 법인으로 페퍼저축은행과 특수관계다. 페퍼코리아홀딩스가 페퍼저축은행 지분 100%를 갖고 있으므로 페퍼코리아홀딩스를 인수하면 페퍼저축은행도 함께 인수하게 된다.
페퍼코리아홀딩스의 구체적인 주주 구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호주 페퍼그룹 측이 최대주주, SG프라이빗에쿼티(SG PE)가 2대 주주로 알려진다. SG PE는 지난해 페퍼저축은행 측에 1400억 원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창해 SG PE 대표는 페퍼코리아홀딩스 기타비상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페퍼그룹이 페퍼코리아홀딩스 지분을 추가로 매각하면 사실상 페퍼저축은행 경영권도 넘어가게 된다.
다만 페퍼저축은행이 공식적으로 매각 관련 언급을 한 적은 없다. 페퍼저축은행은 최대주주 변경 사유에 대해 “그룹 내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