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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수협 합작 김 사업에 업계 반발 계속…
국감 재소환되나

업계 “수협 정보우위, 이해충돌 소지”…수협 “물김 폐기 막고 생산자·소비자 보호”

[비즈한국] 오리온과 수협중앙회가 합작해 설립한 ‘오리온수협’을 둘러싼 김 가공·수출업계의 반발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수협과 대기업의 합작이 적절한지를 두고 질타가 나왔지만, 사업은 예정대로 추진돼 최근 조미김 공장까지 착공했다. 업계가 다시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오리온수협 문제가 올해 국감에서도 쟁점으로 다뤄질지 주목된다.

수협중앙회가 오리온과 김 사업에 나선 가운데, 김 가공·수출업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오리온수협 조미김 공장 착공…업계 ‘사업철회’ 촉구

오리온수협의 조미김 공장 착공이 본격화하면서 김 가공·수출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당초 오리온수협은 8월 27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목포시에서 노동진 수협중앙회장 등을 비롯한 관계자가 참석하는 조미김 공장 착공식을 열 예정이었지만, 김 가공·수출업계가 현장 집회를 예고하면서 하루 전 행사를 취소했다. 이날 한국김수출협회와 한국마른김생산자연합회 관계자 70여 명은 공사 현장을 찾아 오리온수협의 김 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앞서 8월 20일에도 한국김수출협회와 한국마른김생산자연합회, 한국해태가공업협동조합 등 관련 단체 관계자 250여 명은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본사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오리온수협의 사업 철회를 촉구했다. 최근에는 주요 일간지에 반대 광고를 잇달아 게재하는 등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김수출협회 관계자는 “오리온이 독자적으로 김 사업에 진출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CJ제일제당이나 동원, 대상 등 대기업도 각자 사업을 하고 있다”며 “공정하게 경쟁하려면 오리온과 수협 모두 독자적으로 사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가공·수출업계 관계자들이 8월 27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목포시 오리온수협 조미김 공장 앞에 모여 사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한국김수출협회 제공

오리온과 수협중앙회의 김 사업 협력은 지난해 7월 업무협약 체결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합작 논의는 수협중앙회가 오리온 측에 먼저 김 사업 협력을 제안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각각 300억 원씩 출자해 지분 50 대 50의 어업회사법인 ‘오리온수협’을 설립했다. 수협이 원물을 공급하고 오리온수협이 조미김·스낵김 등을 생산하면 오리온이 국내외 판매를 맡는 구조다. 조미김 공장은 최근 착공에 들어갔으며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가 오리온수협 설립을 반대하는 이유는 수협의 역할에 있다. 물김 위판과 자금 지원, 보관사업 등을 통해 기존 김 업체를 지원해온 수협이 특정 기업과 손잡고 직접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조미김 가공업체 단체인 한국해태가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수협은 수산물 유통 과정에서 중립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특정 대기업과 합작해 시장에 뛰어드는 게 문제”라며 “조미김 업종은 그동안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왔는데, 수협이 대기업과 함께 진입하면 기존 업체들이 경쟁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수출업계는 수협이 가진 정보 우위도 공정경쟁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수협은 물김 위판과 자금 지원·보관사업 등을 통해 산지별 생산량과 가격, 업체별 보유 물량 등 시장 정보를 폭넓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김수출협회 관계자는 “이런 정보를 가진 수협이 특정 대기업과 합작해 직접 경쟁에 나서는 것을 공정한 경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가공·수출업계는 수협의 오리온 합작 김 사업이 기존 시장의 공정경쟁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진=박해나 기자

수협·김 업계 갈등 장기화…올해 국감서 재논의되나

수협중앙회는 김 사업 추진의 주요 명분으로 물김 수급 안정과 어업인 보호를 내세우고 있다. 생산량이 급증할 때 물김을 안정적으로 수매해 폐기를 줄이고, 이를 마른김으로 가공·비축해 가격 안정에도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바다에서 수확한 물김은 장기간 보관이 어려워 빨리 가공해야 한다. 하지만 생산량이 한꺼번에 늘면 기존 가공시설이 물량을 모두 소화하지 못해 폐기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지난해 1월 김 전국 최대 산지인 전남 지역에서는 물김 5296톤이 폐기됐다. 당시 물김 가격은 하락한 반면 마른김 가격은 오르는 수급 불균형도 나타났다. 수협중앙회 측은 “민간 가공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김 산업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량이 급증할 때 물김이 폐기되는 구조를 막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함께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업계는 지난해 대규모 폐기가 일시적 현상에 불과한 만큼, 이를 수협의 김 가공사업 진출 명분으로 삼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반박한다. 당시 김 생육 여건이 좋아 채취 주기가 평년보다 짧아지면서 생산량이 급증했고, 특히 1월에는 일부 마른김 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기 전이라 한꺼번에 늘어난 물량을 소화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비즈한국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청에 확인한 결과 올해 1월 전남 지역에서 폐기된 물김은 없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청 관계자는 “2025년 1월에는 기후 변화 등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크게 늘면서 대량 폐기가 발생했으나 올해 1월에는 폐기된 물김이 없었고, 2~3월에는 품질 문제로 일부 물량이 폐기됐다”고 말했다.

노동진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장이 지난해 10월 2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수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수협중앙회 측은 “업계와 대화할 의사는 있지만 현재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며 “경제적 약자인 생산자의 생존보다 기존 가공업계의 이해관계를 앞세우는 논쟁은 김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리온수협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2025년 10월 27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수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수협의 공익적 역할이 오리온 합작사업과 충돌할 가능성을 지적하며 상생 모델 마련을 주문했다. 이에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생산자의 생산을 합리화하게 만드는 것일 뿐 피해가 가지 않게 하겠다”고 답했다.

업계는 올해 국감에서 다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김수출협회 관계자는 “올해 국감 기간에도 업계의 입장을 최대한 전달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지난해 (수협이) 기존 가공업체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했지만 이후 실제 사업이 추진된 만큼, 현재 상황이 기존 업체에 대한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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