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20억 원 규모의 투자 채무 분쟁으로 경영권까지 위협받았던 신철호 OGQ 대표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투자자가 보유한 OGQ 종류주식을 회사가 취득·소각하는 감자안이 15일 임시주주총회를 통과하면서다. 이에 따라 OGQ가 투자자에게 약 94억 원을 지급하고, 판결금과의 차액 약 25억 원은 신 대표가 개인적으로 상환하는 방식으로 분쟁을 정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번 감자의 의미는 단순히 회사가 투자금을 돌려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투자계약상 사전동의권과 법원의 강제집행 사이에서 사실상 손발이 묶였던 신 대표가 자신의 지분을 지키면서 채무를 정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다. 남은 약 25억 원은 신 대표가 보유한 OGQ 주식 등을 담보로 자금을 마련하고 채권자와 상환 방식 및 일정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2021년 OGQ가 게티이미지코리아 인수를 추진하면서 투자자로부터 90억 원을 유치한 데서 시작됐다. 인수가 무산됐지만 투자금은 회사에 남아 있었다. 문제는 투자금 반환 책임이 회사가 아닌 투자계약상 ‘이해관계인’이었던 신 대표 개인에게 돌아갔다는 점이다. 지난 4월 대법원에서 투자자 측 승소가 확정되면서 신 대표는 원금과 연 12%의 이자를 포함해 120억 원 안팎을 개인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법원은 이를 전통적인 연대보증이 아닌 계약에 따른 별도의 지급 의무로 판단했다.
하지만 신 대표에게 돈을 갚을 방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OGQ에는 투자원금에 해당하는 자금이 남아 있었고 신 대표가 보유한 회사 지분 가치도 채무액을 웃돌았다. 회사가 투자자의 종류주식을 취득해 소각하거나 신 대표가 자신의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법이 가능했다. 문제는 이 같은 주요 의사결정에 투자자의 사전동의가 필요했다는 점이다. 채무자는 자산을 활용해 돈을 갚으려 해도 투자자 동의가 필요했지만, 채권자인 투자자는 법원 판결을 근거로 신 대표의 지분이나 부동산 등에 강제집행을 할 수 있었다.
OGQ 측은 이 과정에서 LP와 GP의 행위가 서로 모순된다는 문제를 제기해왔다. 투자금 회수 책임을 신 대표 개인에게 요구하면서도 정작 회사 자금이나 보유 지분을 활용해 채무를 갚으려는 시도에는 투자계약상 사전동의권이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도 이른바 ‘3자 연대책임 위반’과 LP·GP의 상호 모순된 행위와 관련해 본건 처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분쟁의 실마리가 보인 것은 지난 8월이다. KB증권과 하나증권이 LP(유한책임조합원)로 참여한 투자조합 측이 약 8개월 만에 OGQ에 감자동의서를 보내면서다. 당시 제시된 방안은 OGQ가 투자자의 종류주식을 외부 평가에 따른 공정가치 약 94억 원에 취득해 소각하고, 판결금과의 차액은 신 대표가 개인적으로 책임지는 구조였다. 이후에도 연 12%의 이자가 붙으면서 현재 신 대표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약 25억 원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감자동의서가 도착했다고 해서 절차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었다. 실제 회사 자금으로 투자자 지분을 취득하고 소각하려면 상법과 정관 등에 따른 회사 내부 의사결정이 필요했다. 결국 이날 임시주주총회에서 감자안이 통과되면서 투자자에게 약 94억 원을 지급할 수 있는 핵심 관문을 넘게 됐다.
이번 결정으로 신 대표가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도 크게 낮아졌다. 투자자 측이 신 대표가 보유한 OGQ 지분을 강제집행할 경우 제3자에게 지분이 넘어가면서 최대주주 지위나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었다. 반면 회사가 투자자 지분을 직접 취득해 소각하면 신 대표는 자신의 지분 대부분을 유지한 상태에서 남은 개인 채무를 별도로 해결할 수 있다.
다만 금융감독원의 판단은 별도의 문제로 남아 있다. OGQ 측이 제기한 3자 연대책임과 LP·GP의 행위 적정성이 어떻게 판단되는지에 따라 이번 분쟁의 책임 소재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금융회사가 LP로 참여한 벤처투자에서 투자 손실 위험이 계약 구조를 통해 창업자 개인에게 어디까지 전가될 수 있는지는 이번 감자와 별개로 따져볼 문제다.
이번 사태가 남긴 의미도 여기에 있다. 정부가 창업자 연대보증을 폐지해왔지만 실제 벤처투자 현장에서는 ‘이해관계인’ 조항이나 주식매수청구권, 사전동의권 등의 계약 장치를 통해 투자 위험이 창업자 개인에게 이전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회사에 투자금을 반환할 재원이 남아 있는데도 계약 구조상 이를 활용하기 어렵고, 반대로 창업자 개인 재산에는 강제집행이 가능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점은 현행 투자계약 관행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성을 보여준다.
금융회사가 LP로 참여한 투자에서 GP와 LP, 창업자 사이의 책임과 권한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도 숙제로 남았다.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원칙과 별개로 투자 실패의 위험을 창업자 개인에게 돌리는 계약이 정책적으로 폐지된 연대보증과 실질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논쟁도 아직 풀어야 할 숙제다.
OGQ 사태는 신철호 대표가 경영권을 지키며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더 근본적인 질문을 남겼다. 창업자는 투자 실패에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고, 투자자는 어느 범위까지 보호받아야 하는가. 결국 이번 사건은 벤처투자에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투자 위험은 누가 부담하는가’를 다시 묻게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