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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만에 온 ‘감자동의서’…
OGQ 120억 투자 분쟁, 실마리 찾았다

KB·하나증권 LP 참여 투자사 감자 동의…신철호 대표 “부족분 23억 원은 개인 지분으로 책임질 것”

[비즈한국] 신철호 OGQ 대표와 120억 투자자 간에 8개월 이상 이어진 분쟁에 드디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KB증권과 하나증권이 LP(유한책임조합원)로 참여한 투자조합 측이 OGQ에 감자동의서를 보내면서다. 투자금을 돌려줄 방법은 있었지만 실행에 필요한 동의가 막혀 있던 상황에서 처음으로 실질적인 절차가 움직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신 대표는 28일 SNS를 통해 “8개월여 만에 KB증권·하나증권을 LP로 둔 투자사가 감자동의서를 보내왔다. 드디어 문제를 풀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투자자 측이 신 대표의 경영권 지분과 부동산, 급여, 퇴직금 등에 건 강제집행은 아직 중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신철호 OGQ 대표(사진)와 투자사 간의 투자금 120억 원 반환 분쟁에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사진=봉성창 기자

사건은 2021년 OGQ가 게티이미지코리아 인수를 위해 투자사로부터 90억 원을 유치하면서 시작됐다. 인수가 무산된 뒤 투자자는 회사가 아닌 투자계약상 ‘이해관계인’인 신 대표 개인에게 투자금 반환을 요구했다.

지난 4월 대법원에서 투자자 측 승소가 확정되면서 신 대표는 원금과 연 12%의 이자를 합쳐 약 120억 원을 지급할 책임을 지게 됐다. 법원은 이를 전통적인 의미의 연대보증이 아니라 신 대표가 투자계약에 따라 부담한 별도의 지급 의무로 판단했다.

그러나 신 대표 측에 따르면 투자원금 90억 원은 현재도 OGQ에 남아 있다. 신 대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가 투자자의 종류주식을 외부 평가에 따른 공정가치 약 94억 2500만 원에 취득·소각하고, 판결금액과의 차액 약 23억 7000만 원은 자신의 지분을 담보로 책임지는 방안을 제시했다.

문제는 감자와 지분 처분 모두 신 대표 혼자 결정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투자계약상 동의 절차와 회사 의사결정이 필요한 반면 투자자 측의 법원 강제집행은 별도의 주주 동의 없이 가능했다. 스스로 자산을 처분해 갚기는 어렵지만 채권자가 이를 강제로 매각할 수 있는 구조였던 셈이다.

이번에 실제 감자동의서가 전달되면서 8개월 동안 막혀 있던 해결 절차 가운데 중요한 관문 하나를 넘게 됐다.

KB증권과 하나증권이 LP로 참여한 투자조합 측이 감자동의서를 보내면서 회사에 남아 있는 투자원금 90억 원을 공정가치로 돌려주고, 부족한 이자는 신 대표가 개인 지분으로 책임지는 해결안이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사진=신철호 대표 SNS

대통령·국회까지 번진 ‘우회 연대보증’ 논란

OGQ 사건은 최근 한 기업의 투자 분쟁을 넘어 벤처투자 계약에서 창업자에게 부과되는 개인책임 문제로 확산됐다. 정부가 정책금융을 중심으로 연대보증을 폐지했지만, 이해관계인 조항이나 주식매수청구권, 별도의 지급 의무를 이용하면 회사의 위험이 사실상 창업자 개인에게 이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올해 3월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중소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중소·창업기업이 불합리한 부담을 떠안는 문제를 언급하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창업자의 재기를 가로막는 연대보증과 같은 관행은 이미 폐지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된 만큼, 형식만 달리해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가 남아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도 드러냈다.

OGQ 사건은 올해 국회에서도 직접 거론됐다. 지난 7월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OGQ 사례를 들어 KB증권과 하나증권 등 금융회사의 역할을 문제 삼았다. 이에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해관계인에 대한 연대책임 부과 금지가 올해 3월부터 시행되고 있다며 사안을 살펴보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투자금 분쟁을 넘어 투자계약상 이해관계인 조항을 통한 ‘우회 연대보증’ 논란으로 확산됐고, 이재명 대통령과 국회에서도 창업자 개인에게 과도한 책임이 전가되는 구조를 문제 삼으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12일 OGQ 사건을 언급하며 “창업자 개인이 억울하게 빚을 떠안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실은 명시적인 연대보증뿐 아니라 별도 지급 의무나 주식매수청구권 등 다른 계약 형식으로 회사의 위험을 창업자에게 떠넘기는 이른바 ‘우회 연대보증’까지 제한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당국과 국회의 관심이 커진 가운데 장기간 교착 상태였던 감자 절차가 실제 동의서 전달 단계까지 진전됐다. 관계당국의 관심이 이번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OGQ 문제가 제도적 논란으로 확산된 이후 협상이 구체화됐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감자 길 열렸지만 강제매각은 계속

감자동의서가 도착했다고 해서 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실제 감자까지는 회사 내부 의사결정과 다른 주주들의 동의 등 추가 절차가 남아 있다.

가장 큰 변수는 강제집행이다. 신 대표에 따르면 투자자 측은 감자동의서를 보내면서도 경영권 지분과 집, 급여, 퇴직금 등에 대한 강제매각·추심 절차를 계속하고 있다.

신 대표는 “투자금은 회사에 그대로 있고 공정가치 감자로 회수할 길이 열렸다”며 “이제 강제매각을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주주총회의 의결로 이 오랜 일을 서로 소모 없이 원만히 매듭짓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OGQ 분쟁은 이제 투자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열린 회수 경로를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넘어갔다. 회사에는 투자원금이 남아 있고, 투자조합은 감자동의서를 보냈으며, 부족한 금액은 신 대표가 개인적으로 책임지겠다는 방안도 제시됐다.

남은 것은 감자를 위한 회사와 주주들의 의사결정, 그리고 투자자 측의 강제집행 중단이다. 120억 원의 개인 채무와 경영권 상실 위기로 번진 OGQ 사태가 강제매각이 아닌 투자금 반환과 합의로 매듭지어질지 주목된다.

봉성창 기자

기업이 말하는 성장의 언어와 그 뒤에 놓인 현실의 간극을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날카롭고 균형 잡힌 시선으로 산업의 현재와 다음을 기록하겠습니다.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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