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부광약품 창업주 김동연 전 회장이 별세하면서 고인이 남긴 지분 7.15%가 최대주주 OCI홀딩스의 지분 확보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OCI홀딩스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2027년 9월까지 부광약품 지분율을 현재 17.11%에서 3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김 전 회장의 지분은 추가 확보해야 할 물량의 절반을 넘는 규모다. 유족의 매각 의사와 OCI홀딩스의 인수 계획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상속 이후 지분 향방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6일 별세했다. 부광약품은 1960년 설립된 제약사로, 김 전 회장은 김성률 명예회장과 함께 회사를 공동 창업했다. 2006년 김 명예회장 별세 이후 김 전 회장 중심으로 회사를 운영했고, 2013년 3월 아들 김상훈 씨가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2세 경영체제로 전환됐다.
창업주 지분이 부족분 절반 넘어
올해 6월 말 기준 부광약품의 최대주주는 OCI홀딩스다. OCI홀딩스는 1687만 8791주를 보유해 지분율이 17.11%다. 김동연 전 회장은 705만 3266주(7.15%)를 보유했었다.
김 전 회장의 별세로 지분은 상속 대상이 됐다. 상속은 사망과 동시에 개시되기 때문에 상속개시일은 지난 26일이다. 부고를 통해 확인된 유족은 배우자 백정순 씨와 자녀 김상훈, 김은주, 김은미 씨다.
김 전 회장의 지분 향방이 주목되는 것은 OCI홀딩스가 추가로 확보해야 할 부광약품 지분 규모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OCI홀딩스는 2023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공정거래법상 상장 자회사 지분 보유 요건을 적용받고 있다.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 한다. OCI홀딩스는 당초 지난해 9월까지 부광약품 지분율을 30%로 높여야 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년의 유예기간을 추가로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지분 요건 충족 기한은 2027년 9월 22일까지로 연장됐다.
OCI홀딩스는 지난해 부광약품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지분율을 11%대에서 17.11%까지 높였다. 현재 지분율을 기준으로 30%를 충족하려면 약 12.89%p(포인트)를 추가 확보해야 한다.
김 전 회장이 가지고 있던 7.15%는 이 부족분의 절반이 넘는다. 단순 계산으로 OCI홀딩스가 이 지분을 전량 확보할 경우 지분율은 약 24.26%까지 높아진다. 30%까지 추가로 필요한 지분은 약 5.74%p로 줄어든다.
다만 현재까지 유족이 상속받은 부광약품 지분을 매각할 계획인지, OCI홀딩스가 지분을 인수할 의사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상속 절차와 재산 분할 결과에 따라 김 전 회장 지분이 여러 상속인에게 나뉠 가능성도 있다.
김 전 회장의 아들 김상훈 전 부광약품 대표는 앞서 OCI가 부광약품 경영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상당량 처분한 바 있다. 김 전 대표는 2022년 3월 장외매도를 통해 지분을 매각하면서 56만 8504주를 남겼다. 2025년 7월 OCI홀딩스가 제출한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살펴보면 김 전 대표의 보유분은 그대로 확인됐으며 특별관계자로 분류돼 있다. OCI홀딩스 관계자는 “부광약품 지분 인수 당시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100% 매입한 것이 아니어서 이후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김 전 대표와 공동의결권 행사 등에 관한 내용을 계약에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 전 회장의 지분은 OCI의 경영권 인수 이후에도 유지됐다. 부광약품의 유상증자로 전체 발행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지분율은 낮아졌지만 보유 주식 수에는 변동이 없었다.
상속세 재원 마련이 변수…양측 지분 거래 여부 미정
상속세 역시 향후 지분 보유 여부를 결정하는 변수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상장 주식의 상속재산 가액은 상속개시일 전후 각 2개월간의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평가된다. 지난 23일 종가 3930원을 단순 적용하면 김동연 전 회장이 보유한 부광약품 주식 705만 3266주의 가치는 약 277억 원이다. 다른 재산이나 채무, 사전증여 등을 제외하고 일괄공제와 배우자상속공제 등을 단순 적용할 경우 상속세 산출세액은 약 116억 원으로 추정된다. 다만 실제 세액은 향후 주가와 전체 상속재산, 상속인 간 재산 분할 등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창업주 별세 이후 상속세 부담이 지분 변동과 지배구조 변화로 이어진 사례가 있다. 한미약품그룹은 2020년 창업주 임성기 회장 별세 이후 그가 보유했던 한미사이언스 지분이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나뉘어 상속됐고, 오너 일가에는 5000억 원이 넘는 상속세가 부과됐다.
상속인들은 연부연납 방식으로 상속세를 납부했지만 상속세 재원 마련이 그룹 지배구조의 주요 현안으로 이어졌다. 2024년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자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이에 반대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됐다. 이후 주주총회 표 대결과 주요 주주 간 지분 거래가 이어졌고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일부를 매각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했다.

부광약품의 상황은 한미약품그룹과는 다르다. 김 전 회장 일가는 이미 2022년 OCI에 경영권을 넘겼고 OCI홀딩스가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대규모 상장주식이 상속되는 시점과 OCI홀딩스가 지분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 시점이 겹친다는 점에서 향후 유족의 지분 보유 또는 처분 여부가 OCI홀딩스의 지분 확보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OCI홀딩스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장내매수나 블록딜 등 장외거래를 통한 추가 지분 확보가 있다. 반대로 부광약품 지분을 처분해 자회사 관계 자체를 해소하는 방안도 공정거래법상 가능한 선택지다. OCI홀딩스는 지난해 공정위로부터 요건 충족 기간을 연장받으면서 부광약품 지분 문제를 검토할 시간을 추가로 확보했다.
OCI홀딩스 관계자는 “부광약품 추가 지분 확보 계획에 대해서는 현재 정해진 바 없으며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면 공시나 보도자료를 통해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부광약품은 신약개발 사업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덴마크 자회사 콘테라파마는 파킨슨병 아침무동증 치료제 CP-012를 개발하는 동시에 RNA 사업을 전담할 쓰리포인트 테라퓨틱스를 신설했다. 부광약품은 오는 11월 공식 출범을 대외에 알릴 예정이다. 쓰리포인트에는 콘테라파마가 보유한 RNA 파이프라인과 지난해 덴마크 CNS 전문 제약사 룬드벡과 체결한 RNA 신약 공동연구 계약 등이 승계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