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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개혁, 해 넘기나…
회장 직선제·감사위 설치 두고 정부와 이견

중앙회, 직선제 수용 대신 선거공영제 요구…야당 반대 속 법 개정 미뤄져

[비즈한국] 정부와 여당이 농협 개혁을 위한 법안 마련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의 조합원 직선제 전환과 외부 감사위원회 신설을 두고 정부와 농협중앙회가 세부 조건에서 이견을 보이는 데다 야당의 반대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열린 법안심사소위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해 국정감사 이후에나 법안 심사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 개혁안이 연내에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농협 개혁을 위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심사해왔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9월 29일 열린 농림축산식품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농협 개혁안을 담은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안을 심사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농해수위는 소속 여야 의원이 발의한 12개 농협법 개정안을 일괄 상정해 심사해왔다. 농해수위는 10월 7일부터 23일까지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어, 이후 열리는 법안소위에서 농협 개혁 논의를 재개할 전망이다.

같은 날 열린 제42회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농협 개혁의 추진 현황을 점검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상임위에서 1차 개혁안으로 조합원 직선제, 감사위원회 독립 부분을 논의하고 있다”며 “2차 개혁안은 경제사업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연내 마련할 수 있도록 농협 개혁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자금 운용 권한이 있거나 경제적 이권이 있는 곳에서 경제적 이익을 주고받으며 투표권을 매도하는 경우가 많다”며 “농협에서 이 같은 경향이 있었고, 직선제로 바꾸면 해결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농협 개혁안의 골자는 크게 △농협중앙회장 전 조합원 직선제 △외부 농협감사위원회 신설 두 가지다. 현재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조합장 약 1100명이 투표하는 간선제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금품 수수 등 비리가 발생하면서 조합원이 직접 투표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감사위원회의 경우 농협중앙회의 감사 기능을 분리하기 위한 기구로 중앙회와는 별개의 법인으로 마련한다.

농해수위 간사를 맡은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월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와 농협중앙회가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이 밝힌 합의안에 따르면 농협 감사위원회의 경우 중앙회와 분리한 무자본 특수 법인으로 신설한다. 농협법 개정안 통과 후 6개월 내 국회에 이행계획을 제출하고, 1년 내 분사화를 우선 시행하며, 2년 내 완전히 법인을 독립한다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 직선제의 경우 피선거권 요건인 조합원 자격 유지 기간과 사업 이용 금액 기준은 중앙회의 자율성을 존중해 자체 정관으로 규정한다. 선거비용은 농협중앙회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과도한 정치화를 막기 위해 입후보자의 정당 가입 제한 기간을 2028년 선거에선 1년, 2031년 선거부터는 3년으로 확대한다.

지난 5월 21일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앞줄 가운데)이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농협 공동 비상대책위원회가 마련한 개혁안을 담은 입장문(농업인 조합원과 국민께 드리는 글)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농협중앙회 제공

그러나 윤 의원의 발표와 달리 농협중앙회는 정부와의 협의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애초 농협은 직선제 도입, 농림축산식품부의 직접 감독권 확대, 외부 감사위원회 설치 등에 모두 반대했으나, 5월 21일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의 입장문을 통해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조합원 직선제는 수용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꿨다.

당시 농협중앙회는 조합원 직선제 자체는 수용하면서도 비용 부담을 우려해 선거공영제와 같은 제도적 지원을 요구했다. 농협중앙회가 추산한 선거 비용 규모는 400억 원대에 달한다. 반면 정부는 농협법에 따른 선거이므로 국가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신 지역조합장과 중앙회장 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방법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농협중앙회 측은 합의안 마련에 관해 “정부 개혁안과 관련해 협의를 마친 것은 아니며, 세부 사항을 정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9월 29일 열린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에서도 선거 비용 부담 주체를 두고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의 반대도 이어진다. 윤준병 의원은 9월 22일 기자회견에서 야당을 향해 농협 개혁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농해수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직선제·간선제 혼용 방식이나 법적 정합성 문제를 제기하자 전 조합원 직선제 도입에 대한 합의를 강조한 것이다.

윤 의원은 “농협중앙회는 견제받지 않는 제왕적 회장 중심의 왜곡된 지배 구조로 인해 인사 전횡, 특혜, 유착, 비리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며 “조합장 간선제가 낳은 폐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선거권을 전 조합원에게 돌려줌으로써 조합원 주권 농협을 회복하고 선거권 소수 독점으로 발생한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려의 목소리는 여당에서도 나온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월 8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방식의 미국 대통령 선거를 사례로 들며 직선제의 타당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성범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직선제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설명 과정이 필요하다”며 “선거 비용 제한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고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법 개정이 미뤄지면서 농협 개혁이 해를 넘길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애초 농식품부는 6·3 지방선거 이전에 개혁안 입법을 추진하고, 6월 중 경제사업 활성화 방안을 담은 2차 개혁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지금까지 1차 개혁안마저 입법이 마무리되지 않는 등 추진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이에 9월 7일 농민 단체인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농협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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