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산책과 야장의 시즌이다. 안타깝게도 이 시기는 찰나처럼 순간 지나간다. 적극적으로 지금을 탐하는 바지런함이 있어야만 한다는 소리다. 서울에서 노을과 야경을 감상하며 산책하고 뛰고 먹거리까지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한강만 한 곳이 없는데, 오늘은 그중에서도 지난 9월 18일, 수변문화공간을 개방한 노들섬을 추천한다.

노들섬은 2019년 음악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문을 열었는데, 시설 위주로 이용돼 시민들의 발길이 적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에 서울시가 한강의 풍경과 자연을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고자 2024년 5월 세계적인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의 설계를 선정하여 ‘노들 글로벌 예술섬’으로 조성해가는 중. 이번에 개방한 공간은 수변문화공간으로, 기존 주차장과 쓰레기장, 저이용 수변공간을 정원과 산책로로 바꿨다. 최종적인 노들섬의 모습은 2030년 완공될 예정이지만, 현재로도 서울의 노을과 야경을 즐기기로는 안성맞춤이다.
무엇보다 젊은 2030들의 발길이 노들섬으로 분주하게 향하는 게 인상적이다. 요즘 일몰 시각은 오후 6시를 갓 넘기고 있는데, 평일 오후 4시경부터 이미 노들섬 생태공원엔 돗자리 깔고 앉아 있는 사람으로 인산인해인 상태. 지리적으로 노량진수산시장이 가까운 만큼, 회를 포장해 노들섬의 노을을 바라보며 즐기는 일명 ‘회크닉(회+피크닉)’이 인기란다. 피크닉 세트 빌리고, 편의점에서 복분자주와 소주, 사이다를 사와 ‘복소사’를 만들어 마신다나. 일요일마다 피크닉 매트와 보드게임(젠가, 할리가리)을 대여하는 ‘노들 피크닉데이’도 운영 중이니 이용에 참고할 것.
물론 거창한 먹거리와 피크닉 준비를 하지 않아도 가벼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게 조성된 것이 개방된 노들섬의 변화다. 평상처럼 넓직한 자연석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청춘들, 강이 보이는 돌계단에 앉아 황화 코스모스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는 연인들, 시원스레 펼쳐진 산책로를 여유롭게 뛰는 러너들까지, 누구나 만족할 수 있다. 10월 31일까지 수제버거, 핫도그 등을 판매하는 푸드트럭도 운영하니 간단한 간식 정도는 충분하다.
노들섬 생태공원에 앉아 멀리 63빌딩을 배경삼아 뉘엿뉘엿 지는 노을을 감상하는 시간은 놓칠 수 없다. 어린 자녀들이 있다면 자연친화적인 공간으로 바뀐 놀이정원에서 뛰놀아도 좋다. 해가 완전히 진 이후에는 노들섬 옹벽 사이로 지상과 수변을 잇는 이국적인 구조물인 틈새정원에서 사진을 찍어보자. 조금씩 뒤틀린 입체적인 계단을 내려가면서 차츰 달라지는 한강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틈새공원 옆, 한강대교 남단 하부에 마련한 미디어아트 공간 아뜰리에 노들도 노들섬 야경을 충만하게 만드는 곳. 빛과 영상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속에서 서울시 마스코트 해치와 친구들이 자연을 배경으로 뛰노는 모습을 넋 놓고 보게 된다. 1.5km 남짓 조성된 순환형 산책로를 따라 노을과 야경을 벗삼아 타박타박 걷거나 뛰면서 가을을 만끽하는 것도 노들섬을 찾는 이유다.
이번에 공개된 수변문화공간은 야외 공간이지만, 노들서가, 노들갤러리, 노들라운지, 라이브하우스 같은 실내공간도 있다. 햇볕이 강렬한 오후에는 노들서가에서 한가로이 책도 읽고, 모퉁이 공간에서 운영되는 상설전시를 구경해도 좋다. 관람객의 기록이 모여 완성되는 전시도 있으니, 몽글몽글한 감성에 젖어 종이에 꾹꾹 자신의 생각을 눌러 담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을 듯. 실내공간은 오후 9시까지 운영 중이다.
10월 2일부터 11일까지는 노들섬 전역에서 ‘2026 서울라이트 한강 빛섬축제’도 열린다. 오후 6시 30분부터 밤 10시 30분까지 진행으로, ‘빛의 서사시’란 주제로 레이저아트와 공연과 기부를 결합한 동행라이트, 전문가 야외 공연인 빛섬렉처 등이 펼쳐질 예정. 서울 한강을 무대로 펼쳐지는 국내 최대 규모의 수변 레이저아트 축제인데, 입장료는 무료이니 환상적인 한강의 밤을 보고 싶다면 인파를 무릅쓰고 찾아볼 만할 것으로 보인다.
노들섬의 노을과 야경을 즐겼다면 이젠 야장이다. 노들섬 내에는 간단한 푸드트럭만 있으니, 한강대교를 건너 ‘용리단길’이라 불리는 용산구 한강로 일대를 찾아 야장의 계절을 즐기길 권한다. 특히 드라마 ‘나의 아저씨’ 등에 주요 장소로 비추며 익숙한 백빈건널목, 일명 땡땡거리는 용산의 명소 중 하나. 드라마 속 박동균(고 이선균)과 이지안(아이유)을 떠올리며 기찻길에 연신 셔터를 터뜨리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땡땡거리를 찾는 이유는 드라마의 여운 때문만은 아니다. 이 인근이 야장 분위기 즐기기 좋은 곳들이 많거든. 넓은 실내뿐 아니라 빈티지한 분위기로 꾸며진 야외 좌석으로 야장의 명소로 꼽히는 ‘창주랜드’에서 12시간 숙성한 바비큐와 맥주를 즐기거나, ‘빈센조’ ‘굿파트너’ 등 여러 드라마에 촬영지로 모습을 비춘 ‘밤노을’에서 숙성회를 음미하는 것도 추천한다. 화덕피자와 파스타 등 메뉴를 갖추고 폴딩 도어를 활짝 열어 개방감이 탁월한 ‘오르노 신용산점’은 로맨틱한 분위기로 ‘청모’ 인기 장소로도 손꼽힌다고. 만약 노들섬에서 용산 방면이 아니라 노들역 방면으로 내려와야 한다면 ‘노들섬소리풍경상점’도 있다. 카페 겸 바인 곳으로, 바비큐 메뉴와 안주, 다양한 음료와 바 메뉴를 갖추고 있다. 술과 카페인 생각 없는 러너라면 핫도그와 특별한 에너지 음료 조합의 ‘런너 Pick’이 당길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