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00억 원 넘게 투입된 남산 곤돌라 공사가 2년 가까이 중단된 가운데 지난 17일 항소심에서도 서울시가 패소하면서 공사 재개 시점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서울시는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인근 학교의 학습권 침해와 환경 훼손 우려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남산 곤돌라는 서울시가 남산예장공원과 정상부를 잇는 약 832m 구간에 10인승 캐빈 25대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시간당 최대 2000명을 수송해 기존 케이블카와 순환버스의 혼잡을 줄이고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기존 케이블카의 독점 운영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사업 추진 배경이다.
그러나 공원구역 변경 과정에서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현행 공원녹지법 시행령은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시설물의 높이를 12m로 제한하는데, 사업계획상 곤돌라 지주 5개 중 2개가 이를 넘어섰다. 이에 서울시는 지주 설치를 위해 남산 일부를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 제외하고 근린공원으로 편입하는 도시관리계획 변경 결정을 내렸다.
이에 기존 남산 케이블카 운영사인 한국삭도공업 등이 변경 결정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곤돌라 공사는 2024년 10월 중단됐다. 이후 1심은 공원구역 변경·해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서울시의 처분을 취소했고, 소송이 이어지며 공사는 현재까지 재개되지 못했다.
21일 찾은 서울 중구 남산 예장공원 상부에는 사업 장기화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공사장 앞에 설치된 곤돌라 설치공사 안내표지판에는 사업기간이 2024년 9월부터 2026년 4월까지로 적혀 있었다. 당초 예정된 완료기간이 다섯 달 가까이 지났지만 공사는 중단된 상태 그대로다. 공사장 주변에 설치된 소음·미세먼지 환경정보현황판도 꺼져 있었다. 공원 상부에 위치한 기억6 전시관 출입문은 ‘곤돌라 설치 관계로 2024년 9월 1일부터 휴관한다’는 안내문이 붙은 채 굳게 닫혀 있었다.

한산한 상부와 달리 공원 하부 순환버스 승강장은 남산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승강장에서 출발한 순환버스에도 관광객들이 가득했다. 남산으로 올라가는 또 다른 교통수단인 케이블카 탑승장에도 탑승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곤돌라 공사는 멈췄지만, 남산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남산을 찾는 연평균 방문객은 약 1200만 명이며, 남산 케이블카 이용객은 지난해 약 170만 명에 달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과 관광업계 종사자들은 곤돌라 도입으로 남산의 접근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예장공원에서 만난 20대 A 씨는 “지금 정상에 올라가는 운송수단은 사실상 케이블카와 버스 2개 노선밖에 없는데, 남산 방문객은 갈수록 늘어 둘 다 최근에 너무 복잡하다”며 “곤돌라가 들어서면 이러한 문제가 개선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상에서 만난 관광 가이드 B 씨도 “곤돌라가 도입되면 방문객들이 남산 정상에 오기가 훨씬 쉬울 것 같다”며 “관광 산업 종사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기대와 달리 곤돌라 사업 재개 시점은 불투명하다. 17일 서울고등법원은 남산 케이블카 운영사 등이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도시관리계획 변경 결정 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서울시의 항소를 기각했다. 서울시는 이후 보도자료를 내고 “연간 1200만 명의 방문객과 교통약자들의 고통을 해소하려는 서울시의 공익적 행정 재량권이 인정받지 못해 극히 안타깝다”며 “곤돌라 사업이 좌초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되는 만큼, 대법원 상고를 면밀히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적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논란이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환경단체들은 곤돌라 설치로 인한 남산의 생태환경 훼손을 우려하며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은 16일 논평을 통해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 요구 철회와 곤돌라 사업 백지화를 촉구했다.
인근 교육시설에 미칠 영향도 쟁점이다. 곤돌라 예정 노선 주변에는 리라초등학교와 숭의초등학교, 리라아트고등학교 등이 있어 학생들의 학습권과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서울시는 학교 관계자 면담과 현장조사를 진행했으며, 남산의 고도와 수목에 따른 차폐 효과 등을 고려하면 학습권 침해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자료를 시의회에 제출했다.
법적 분쟁이 이어지는 상황이지만 서울시는 곤돌라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소송으로 인해 공사 재개 일정이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며 “조속히 공사가 재개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