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때 오우무아무아와 3I/ATLAS 같은 수상한 천체가 태양계 안으로 갑자기 찾아왔다. 이들은 태양계 바깥의 머나먼 다른 항성계에서 날아와 태양 곁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오우무아무아는 예상 밖의 가속을 보였고, 3I/ATLAS는 태양계 밖에서 날아온 세 번째 성간 천체로 확인됐다. 잠시나마 외계 문명이 보낸 우주선일지 모른다는 상상까지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천체들이 인공물이라는 증거는 없다. 오우무아무아도, 3I/ATLAS도 결국 다른 항성계에서 튕겨 나온 돌과 얼음으로 이루어진 자연 천체로 보인다.
그런데 훨씬 먼 과거에는 이들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존재가 태양계를 찾아왔다. 혜성이나 소행성 한 덩어리가 아니었다. 별 하나가 통째로 태양계 가까이를 스쳐 지나갔다.

다만 이 별이 지구와 목성 사이를 통과했다는 뜻은 아니다. 별이 지나간 곳은 행성계보다 훨씬 바깥쪽, 태양계를 거대한 구름처럼 에워싸고 있는 오르트 구름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사건이 이미 끝난 과거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약 250만 년 전 지나간 별이 뒤흔든 혜성들이 수백만 년에 걸쳐 태양계 안쪽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그 영향이 오늘날까지 남아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 흔적을 남긴 별의 이름은 HD 7977이다. 태양계는 텅 빈 우주를 혼자 떠다니는 고립된 섬이 아니다. 태양은 우리 은하 중심을 공전하고 있으며, 주변의 별들도 서로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움직인다. 아주 긴 시간을 놓고 보면 별과 별 사이의 거리는 끊임없이 달라진다. 대부분의 별은 태양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만큼 멀리 지나간다. 하지만 가끔은 오르트 구름을 강하게 뒤흔들 정도로 가까이 접근하는 별이 나타난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숄츠별이다. 현재 태양에서 약 22광년 떨어진 이 어두운 쌍성계는 약 7만 년 전 태양으로부터 약 5만 AU 거리까지 접근했다. 태양과 지구 사이 거리의 5만 배이지만, 오르트 구름의 규모를 생각하면 그 내부를 통과한 셈이다.

숄츠별 역시 일부 혜성의 궤도를 바꾸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불과 7만 년 전에 일어났다. 오르트 구름에서 출발한 혜성이 태양계 안쪽까지 도착하려면 보통 수십만 년에서 수백만 년이 걸린다. 숄츠별이 보낸 혜성의 본격적인 영향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HD 7977은 훨씬 오래전에 태양계를 통과했다. 이 별이 흔들어 놓은 혜성들이 지금 태양계 안쪽에 도착했다고 해도 시간적으로 이상하지 않다. 오르트 구름은 태양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소천체 저장고다. 정확한 모습이 직접 관측된 적은 없지만, 태양으로부터 수천에서 수만 AU, 넓게는 10만 AU 가까이까지 이어진 거대한 구형 구조로 추정된다.
그 안에는 수십억 개에서 수조 개에 이르는 얼음 천체가 들어 있을 수 있다.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 수십만 년에서 수백만 년이 걸리는 장주기 혜성들이 주로 이곳에서 날아온다. 평소에는 우리 은하 원반의 중력이 오르트 구름을 조금씩 잡아당긴다. 이를 은하 조석력이라고 부른다. 은하 조석력은 혜성의 궤도를 천천히 비틀어 태양과 가장 가까워지는 근일점 거리를 변화시킨다. 그 중 일부가 목성과 토성의 궤도 안쪽까지 떨어져 들어오면 비로소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장주기 혜성이 된다.
이 과정은 완전히 무작위가 아니다. 은하 조석력이 주된 원인이라면, 태양계 안쪽으로 들어오는 혜성의 궤도 방향에는 우리 은하 원반을 기준으로 특정한 치우침이 남아야 한다. 쉽게 말해 은하 조석력이 혜성을 태양 쪽으로 밀어 넣을 때 선호하는 궤도의 방향이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오르트 구름에서 처음 들어오는 혜성들이 하늘의 모든 방향에서 완전히 똑같은 비율로 나타나서는 안 된다.
그런데 실제 관측은 이 예상과 맞지 않았다. 2026년 ‘행성과학저널’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장주기 혜성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조사했다. 첫 번째는 ‘역학적으로 새로운 혜성’이다. 장반경이 1만 AU보다 큰 혜성으로, 이전에는 거대 행성들의 강한 중력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태양계 안쪽을 사실상 처음 방문하는 천체들이다. 두 번째는 ‘젊은 귀환 혜성’이다. 장반경이 1000AU에서 1만 AU 사이인 혜성으로, 이미 태양계 안쪽을 한 번 또는 몇 번 통과한 뒤 다시 돌아온 천체들이다.
연구진은 전 하늘을 비교적 체계적으로 탐색하기 시작한 1990년 이후 발견된 혜성만 사용했다. 궤도 오차까지 엄격하게 제한한 결과, 역학적으로 새로운 혜성 107개와 젊은 귀환 혜성 112개가 분석에 포함됐다. 여기서 이상한 차이가 드러났다. 젊은 귀환 혜성의 궤도 방향은 은하 조석력이 지배하는 시뮬레이션과 잘 맞았다. 관측과 모형 사이에 뚜렷한 충돌이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태양계 안쪽을 처음 방문한 혜성들은 지나치게 등방적으로 분포했다. 은하 조석력만 작용했다면 특정한 방향에서 더 많은 혜성이 들어와야 하지만, 실제 혜성들은 거의 모든 방향에서 비슷하게 날아왔다. 무작위 분포에 매우 가까웠다.
이것은 이상한 결과다. 젊은 귀환 혜성은 원래 역학적으로 새로운 혜성이 태양계 안쪽을 통과한 뒤 다시 돌아오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현재 처음 들어오는 혜성은 거의 무작위 방향에서 날아오는 반면, 앞서 들어왔다 돌아오는 혜성은 여전히 은하 조석력의 방향성을 기억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두 종류의 혜성이 서로 다른 시기에 오르트 구름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약 250만 년 전 오르트 구름을 강하게 뒤흔든 별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가이아 우주망원경은 별들의 현재 위치와 운동을 정밀하게 측정한다. 이 운동을 시간에 따라 거꾸로 계산하면 별들이 과거 어느 위치에 있었는지를 추적할 수 있다. 그 결과 태양과 비슷한 별 HD 7977이 약 247만 년에서 276만 년 전 태양 가까이를 통과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현재 이 별은 태양에서 약 246광년 떨어져 있지만, 과거에는 오르트 구름 깊숙한 곳까지 들어왔다.
연구진은 HD 7977이 태양으로부터 3162AU에서 5만 119AU까지 서로 다른 거리로 통과하는 13개의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오르트 구름과 네 개의 거대 행성, 은하 조석력, 다른 약한 항성 통과의 영향을 함께 계산했다. 그 중 실제 혜성 궤도를 가장 잘 재현한 것은 HD 7977이 태양에서 약 6000AU에서 1만 AU 사이를 통과한 경우였다. 광년으로 환산하면 약 0.1광년에서 0.16광년에 불과하다.
명왕성의 평균 거리가 약 40AU라는 점을 생각하면, 태양과 HD 7977 사이의 거리는 명왕성 궤도 반지름의 약 150배에서 250배였다. 일상적인 감각으로는 대단히 멀지만, 별과 별 사이의 평균 거리에 비하면 사실상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간 셈이다.
HD 7977이 정말 태양과 비슷한 밝기의 별이고 6000AU에서 1만 AU까지 접근했다면, 당시 밤하늘에서는 금성보다도 훨씬 밝게 보였을 것이다. 겉보기등급은 대략 마이너스 7에서 마이너스 8 정도였을 가능성이 있다. 보름달처럼 밤을 환하게 밝힐 정도는 아니었지만, 가느다란 초승달에 견줄 만큼 눈에 띄었을 수 있다. 당시 지구에는 아직 호모 에렉투스가 등장하기 전이거나 막 초기 인류가 출현하던 시기였다. 책은커녕 기록도 남길 수 없었지만, 그 시대의 인류 조상들이 밤하늘에 갑자기 나타난 유난히 밝은 별을 보았을 가능성은 있다.

이 별의 중력은 오르트 구름의 혜성들을 모든 방향으로 흩어 놓았다. 태양에서 1만 AU 안팎에 있던 혜성들은 공전주기가 상대적으로 짧다. 이 천체들은 HD 7977이 지나간 뒤 비교적 빨리 태양계 안쪽에 도착했다. 거대 행성의 중력에 궤도가 바뀐 뒤 다시 돌아오면서 오늘날 젊은 귀환 혜성 집단을 이루었다. 이 혜성들은 HD 7977의 영향을 받았지만, 별의 통과가 궤도의 방향성을 완전히 지울 만큼 강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전부터 작용하던 은하 조석력의 흔적이 일부 남아 있다.
반면 태양에서 2만 AU 이상 떨어져 있던 혜성들은 공전주기가 훨씬 길다. 이 천체들은 별이 지나간 뒤 200만 년에서 300만 년이 흐른 지금에야 태양계 안쪽에 도착하고 있다 오르트 구름 바깥쪽의 혜성들은 HD 7977의 중력에 더 쉽게 교란됐다. 별의 통과가 기존 궤도의 방향성을 거의 완전히 뒤섞었다. 이들이 오늘날 역학적으로 새로운 혜성으로 관측되기 때문에, 새 혜성들은 모든 방향에서 비슷하게 날아오는 것처럼 보인다.
별이 지나간 직후에는 혜성이 한꺼번에 지구 근처까지 도착하지 않는다. 오르트 구름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혜성 소나기는 수백만 년에 걸쳐 천천히 펼쳐진다. 시뮬레이션에서 HD 7977이 6000AU에서 1만 AU 사이를 통과했을 경우, 지난 250만 년 동안 태양계 안쪽으로 유입된 장주기 혜성의 평균 개수는 은하 조석력만 작용할 때보다 약 7배에서 12배 많았다. 이것은 특정 순간의 짧은 폭발이 아니다. 장반경이 2만 AU에서 5만 AU인 혜성들은 별이 지나간 뒤 300만 년에서 1000만 년이 지나야 오르트 구름에서 빠져나와 태양계 안쪽에 도착한다. 그래서 약 250만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장주기 혜성의 유입률은 평상시보다 약 2배에서 2.5배 높을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지나간 혜성 소나기의 흔적을 관측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혜성 소나기의 후반부를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 결과는 오르트 구름의 규모를 추정하는 방법에도 영향을 준다. 오르트 구름은 너무 멀고 어두워 그 안의 천체를 직접 세기 어렵다. 천문학자들은 태양계 안쪽으로 들어오는 새로운 장주기 혜성의 숫자를 센 뒤, 시뮬레이션에서 혜성이 들어오는 비율과 비교해 오르트 구름의 전체 천체 수를 추정한다. 그런데 지금이 평상시보다 혜성이 두 배 이상 많이 들어오는 특별한 시기라면, 현재의 유입률을 평상시 값으로 가정한 기존 계산은 오르트 구름의 천체 수를 과대평가하게 된다. 논문은 HD 7977이 현재 혜성 궤도의 등방성을 만든 원인이라면, 오르트 구름의 전체 천체 수에 관한 기존 추정치를 약 2배에서 2.5배 낮춰야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태양계의 역사가 태양과 행성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우리은하를 함께 여행하는 주변 별들도 때때로 태양계의 경계를 침범하고, 수백만 년 뒤까지 이어지는 변화를 남긴다. 그리고 이러한 일은 앞으로도 다시 일어난다. 약 130만 년 뒤에는 K형 별 글리제 710이 태양에서 약 1만 AU, 즉 0.16광년까지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리제 710 역시 오르트 구름을 교란하고, 그로부터 다시 수백만 년 뒤 새로운 혜성 소나기를 일으킬 수 있다.
먼 미래의 인류가 성간 탐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살아남아 있다면, 이렇게 가까이 다가온 별은 일종의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다. 물론 1만 AU도 현재의 유인 우주기술로는 쉽게 건널 수 없는 거리다. 하지만 평소 수광년 떨어진 별이 0.16광년까지 접근한다면 성간 탐사의 난도는 크게 달라진다.
한때 오우무아무아와 3I/ATLAS는 다른 항성계에서 날아온 작은 파편으로 태양계를 방문했다. 그러나 별과 별의 만남에서는 방문자가 언제나 작은 돌멩이일 필요가 없다. 때로는 별 자체가 태양계의 문턱까지 다가온다. 그리고 그 별은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떠나지 않는다. 멀리 떨어진 오르트 구름을 뒤흔들고, 수백만 년 동안 혜성들을 태양계 안쪽으로 보낸다.
참고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PSJ/ae7a65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5-29033-y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천문학자의 쓸모없음에 관하여’, ‘우리는 모두 천문학자로 태어난다’,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UFO’ 등을 번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