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미래에셋컨설팅은 지난 7월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인수 절차를 완료했다. 코빗은 피인수 후 사명을 디지털엑스로 변경했다. 동시에 블록체인 관련 내용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래에셋그룹이 디지털엑스를 통해 블록체인 사업에 속도를 내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도 디지털엑스에 대해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제한 논의 등 변수가 남아 있어 밝은 앞날을 장담할 수는 없다.

미래에셋 품에 안긴 코빗, 새 이름 달고 사업 확장
디지털엑스는 8월 7일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 ‘블록체인 기술 관련 기타 정보서비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 디지털엑스는 이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 매매업을 영위하고 있다. 당장 디지털엑스의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에서 거래되는 다수의 암호화폐가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 자산이다. 다만 이번에 사업목적을 추가함으로써 향후 사업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디지털엑스가 블록체인 관련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디지털엑스는 그간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해왔으므로 블록체인 사업에서도 노하우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2월 법제화 예정인 토큰증권발행(STO·Security Token Offering) 관련 사업 확장을 전망한다. STO가 법제화되면 토큰증권이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정식 인정된다. 실물자산을 토큰 형태로 발행해 거래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금융권이 최근 들어 블록체인 업체에 투자하는 것도 STO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미래에셋그룹은 디지털엑스를 인수하면서 STO 등 분야로의 사업 확장을 시사해왔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 7월 디지털엑스 인수 소식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향후 디지털자산기본법과 STO 등 관련 제도 정비에 발맞춰 스테이블코인, 커스터디(디지털 자산 보관·관리 서비스), 실물연계자산(RWA·Real World Asset), 디지털 결제·보관 등 다양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며 “법인의 디지털자산 시장 참여가 확대되는 제도 변화에도 대응해 기관과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리서치, 투자정보, 자산보관, 보안 및 운용지원 등 종합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전했다.
- 토큰증권
-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자산 형태로 발행하는 증권
미래에셋그룹은 디지털엑스 경영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디지털엑스는 지난 7월 미래에셋 출신 임원 세 명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최근 디지털엑스에 유상증자 형태로 500억 원 추가 투입을 결정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도 디지털엑스 인수 후 “디지털엑스는 미래에셋 3.0을 구현할 가장 강력한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디지털엑스 관계자는 사업목적 추가에 대해 “기존에도 실질적으로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을) 수행해왔다”며 “이번 사업목적 추가는 그간의 사업 실질을 명확히 반영해 정합성을 갖추는 차원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코빗의 낮은 점유율과 규제 논의 부담
그러나 미래에셋그룹과 디지털엑스의 미래가 마냥 밝은 것만은 아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은 업비트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고, 빗썸이 이를 추격하고 있다. 코빗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1% 수준에 불과하다. 코빗 자체가 업계에서 존재감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디지털엑스는 지난해 순손실 158억 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도 좋지 않다.
또 다른 변수는 대주주 지분 제한 문제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의 지분 보유 한도를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상자산의 시장 영향력이 확대된 만큼 특정 개인이나 기업에 지배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아직 확정된 내용은 아니지만 금융당국의 뜻대로 대주주의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보유 제한이 도입되면 미래에셋그룹으로서는 난감해진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디지털엑스 지분 97.15%를 보유 중이다. 대주주 지분 제한이 현실화되면 미래에셋컨설팅은 상당량의 디지털엑스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디지털엑스에 대한 경영권을 온전히 행사하기도 어렵다.
다만 지분 제한에 대해서는 반대 목소리도 높아 반전의 여지는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은 위헌 소지가 있으며 해외 주요국에서 유사한 입법 사례를 찾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며 “증권거래소와 기능적 동일성, 시장 구조, 위험의 성격 및 규율 환경의 차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밀한 비교·설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금융당국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9월 정기국회 전후로 가상자산 2단계 입법(디지털자산기본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입법 절차가 본격화되면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에 대해서도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