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26 아이치-나고야(Aichi-Nagoya)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우승의 기쁨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사회적 의제를 던지고 있다. 과거라면 승리를 확정 지은 선수들의 멋있는 플레이나 금메달을 따게 한 일등공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인데, 축구 이야기 대신 오히려 ‘병역특례’ 이야기만 커뮤니티에 넘쳐난다.
경기 후 일부 선수들이 미리 한국에서 가져온 전역모를 쓰는 광경이나, SNS의 외국 선수 쇼츠 영상을 따라 하며 신발 안에서 금메달을 꺼내는 영상에 분개를 하며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제도가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일부 선수의 경솔한 언행을 넘어, 50년 넘게 이어온 ‘국위 선양’이라는 명분이 현재의 시대정신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우선 현행 예술·체육요원 제도의 뿌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대한민국이 개발도상국으로서 국가적 자부심을 고취하고 세계에 이름을 알려야 했던 1973년 처음 도입되었다. 당시의 병역특례는 부족한 국력을 보완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적 투자’였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의 메달 하나가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핵심 수단이었기에, 국가가 그들의 재능을 보호하고 경력 단절을 막아주는 것이 정당화되었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 보면 그때 당시 예술 및 체육에서 국가적인 성과를 정부가 강조한 의도 자체가 2026년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당시 박정희 유신 정권은 민주화 시위가 한창이던 시점으로, 병역특례제도가 도입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1973년 8월에는 해외에서 반유신 운동을 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납치한 사건으로 전 세계적인 비난을 받았으며, 최초의 예술 및 체육요원 제도의 수혜자인 지휘자 정명훈은 민청학련 사건과 긴급조치 4호의 발동 후 두어 달 후에 공산주의 국가의 심장인 모스크바에서 상을 받아 예술인 병특 제도의 혜택을 최초로 받게 되었다. 즉, 현재의 예술 및 체육인 제도의 시작 자체가 독재국가로서 국가적 이미지가 바닥에 닿았던 박정희 정부가 자신의 치부를 가리기 위한 눈속임으로 시작한 정책인 셈이다.
하지만 반세기 전의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지금의 현실은 괴리가 크다.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자 문화 강국으로 성장했으며, 이제 스포츠 메달 하나가 국가의 위상을 결정짓는 시대는 지났다.
주목해야 할 점은 우리와 전략적 환경이 유사한 대만의 행보다. 대만 역시 과거에는 국제 대회 입상자에게 병역 혜택을 부여했으나, 최근 고위 공직자나 유명인들의 ‘병역 기피’ 논란이 불거지자 국방부를 중심으로 면제 기준을 매우 엄격하게 강화하는 추세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조치가 아니라, 국가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병역의 ‘공정성’과 ‘형평성’ 없이는 국민적 통합과 동원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그렇다고 해서 인기 영합적인 논리에 매몰되어 모든 특례 제도를 무작정 폐지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특례의 대상’을 어디로 옮길 것인가 하는 전략적 재배치에 있다. 과거의 국위 선양이 경기장 위에서의 금메달이었다면, 미래의 생존과 안보는 실리콘 웨이퍼와 코드(Code) 위에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사이버 보안, 그리고 첨단 방위산업은 이제 단순한 경제적 가치를 넘어 국가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보루가 되었다.
혹자는 이미 한국 산업에서 반도체, AI 관련 기술자들이 이미 우대받는 상황에서 병역특례에 대한 제도까지 적용해야 하는지 의문을 표시할 수 있다. 또한 이미 2027년 병역특례요원 인원 배정 6300명 중에서 방위산업 분야와 첨단전략산업 분야에 대한 배정이 있다. 특히 방위산업의 경우 업체별 소요 인원을 모두 반영했고, 반도체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인원은 올해보다 내년이 200명 더 늘어난 상태이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의 경우 중소기업 중심으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을 병역 대체라는 미끼로 유인하여 산업 인재의 유치보다는 ‘3D 작업자 동원’에 가까워 고급 인재의 확보와 연구 지원이라는 목적과 병역특례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작정 대기업에도 병역특례를 일괄 개방하는 것 대신, 국가전략기술에 해당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대기업에만 선택적으로 지정하고, 개발 성과가 중소기업의 성장이나 경쟁력에 이득이 되는 부분을 연구하는 대기업 중심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우선 생각해 볼 만하다.
또한 AI 및 정보 보안에 능력을 가진 인재가 병역 문제로 해외 국적 취득이나 유학 후 국내 복귀를 망설이는 경우를 줄이기 위해 병역특례제도를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해 볼 만하다. 최근 앤트로픽이나 오픈AI 등에서 활약하는 인재들이 20대 초반도 많은 만큼, 해외 대형 AI 업체에 일하는 한국 인재들이 한국 회사로 이직할 경우 병역 문제를 해결해 주는 방식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이제는 예술·체육 분야에 집중되었던 특례의 무게추를 국가 생존 전략 자산으로 옮겨야 한다. 예술과 체육은 이미 세계적 수준의 위상을 확보하여 제도적 지원 없이도 자생할 수 있는 동력을 갖췄으나, AI 및 반도체 분야의 인재 유출은 곧바로 국방 경쟁력의 붕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병역특례 제도의 수정 방향성은 ‘명예’에서 ‘전략’으로의 완전한 전환이어야 한다. 예술·체육 분야의 특례는 단계적으로 축소하거나, 복무 기간 중 발생하는 소득의 일부를 군인 복지 기금으로 환원하는 등 엄격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재설계해야 한다. 동시에 AI와 반도체, 사이버 안보 및 방산 기술 분야의 인재들이 연구 현장을 떠나지 않고 국가 안보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인적 자원 확보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는 단순히 병역을 깎아주는 특혜가 아니라, 현대판 ‘기술 성벽’을 쌓는 국가 안보 전략이 되어야 한다.
병역은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가장 무거운 의무이자 희생이다. 이 희생이 누군가에게는 ‘프리패스’처럼 여겨지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 국방부는 ‘국위 선양’이라는 모호한 수사 뒤에 숨지 말고, 누가 진정으로 국가의 안보를 지키는 핵심 자산인지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나고야에서 불어온 논란의 바람은 낡은 제도를 걷어내고 대한민국 국방 인적 자원의 최적화를 이뤄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