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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료법인연합회 “지역의료 살리려면 중소종합병원에 ‘살 길’ 열어줘야”

의료법인 합병 등 경영 정상화 제도 마련 촉구…공적 역할 강조하면서 자율성 확대 요구

[비즈한국] 지역의 중소·종합병원을 운영하며 응급·입원 등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료법인은 경영난에 빠져도 다른 의료법인과 합병해 정상화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가 사실상 없다. 이에 대한의료법인연합회는 의료법인의 비영리성과 지역 필수의료 수행이라는 공공적 성격을 인정하는 동시에, 한계 의료법인이 파산할 때까지 방치되지 않도록 합병 등 경영 정상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의료법인들은 24시간 응급진료와 입원·수술 등을 통해 지역 필수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서울의 한 권역응급의료센터. 사진=최영찬 기자

대한의료법인연합회는 지난 9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주최 간담회에서 지역필수공공의료에서 의료법인의 역할과 의료법인 제도 개선 필요성을 설명했다. 대한의료법인연합회는 변화한 의료환경에 맞춰 의료법인 제도를 개선하고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2004년 한국의료재단연합회로 출범했다. 이후 사무장병원과 적법한 의료법인을 구분하고 정체성을 명확히 한다는 취지로 현재의 명칭으로 바꿨다.

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1300여 개 의료법인이 의료기관을 운영 중이다. 특히 지방의 의료법인 중소종합병원 상당수가 24시간 응급진료와 입원·수술 등 지역 필수의료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 연합회의 설명이다.

김철준 대한의료법인연합회 대외협력부회장(대전웰니스병원 병원장)은 “지역에 위치한 의료법인 중소종합병원들은 24시간 응급진료와 지역 필수의료를 받치는 핵심 축”이라며 “대학병원만으로 모든 지역 주민의 필수의료 수요를 감당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공공병원 신설만이 지역 의료공백의 해법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필요한 공공병원 건립에 앞서 이미 지역에서 진료 인프라를 갖춘 의료법인을 지역 필수의료 파트너로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의료법인에 필수의료 인력과 당직 인건비, 시설·장비 등을 지원할 경우 기존 의료자원을 활용해 지역 의료체계를 보다 효율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연합회가 이번 간담회에서 정부 재정지원 필요성만을 강조한 것은 아니다. 의료법인이 공공성을 수행하는 만큼 경영을 옥죄는 불합리한 규제 역시 개선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 부회장은 “정부에 요구하는 핵심은 무언가를 더 달라는 특혜나 지원 요구라기보다 불필요한 규제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의료법인은 구조상 개인이 자금을 유용하거나 착복할 수 없고 벌어들인 수익이나 투자금도 모두 법인에 귀속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인에 귀속된 자금은 병원 부지와 건물, 의료장비, 인건비 등 의료서비스에 사용되고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병원 시설과 설비에 재투자돼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학교법인은 합병 가능한데 의료법인은 왜 안 되나”

연합회가 대표적인 제도적 한계로 지적한 것은 의료법인 간 합병이 사실상 막혀 있다는 점이다. 같은 비영리법인인 학교법인은 사립학교법에 합병 절차가 별도로 마련돼 있고, 합병 후 존속하거나 새로 설립된 학교법인이 소멸한 학교법인의 권리·의무를 승계할 수 있다. 반면 의료법은 의료법인 간 합병에 관한 별도의 절차가 없다는 것이 연합회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경영이 악화된 의료법인이 다른 의료법인과의 합병해 정상화할 수 있는 구조조정 통로가 막혀 있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전국 1300여 개 의료법인 가운데 경영난을 겪는 한계 병원이 적지 않은데 현행 제도에서는 퇴출이나 정리를 위한 정상적인 수단이 부족하다”며 “병원이 부도가 나고 파산할 때까지 방치되거나 사실상 ‘좀비 병원’처럼 남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법인 간 합병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는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의료법인의 경우 설립자나 이사장이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 개인 재산이나 부동산까지 담보로 제공해, 경영난이 심화될 경우 의료법인뿐 아니라 개인 파산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합병을 통해 의료법인 자산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부채와 의료기관 운영을 정상화할 다른 법인을 찾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만 의료법인의 합병 허용을 두고서는 의료기관의 영리화나 사실상의 병원 운영권 거래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의료법인 합병이 허용될 경우 병원 건물과 토지, 의료시설 등 상당한 규모의 법인 자산과 의료기관 운영권이 다른 법인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운영권을 인수해 친인척을 이사장·이사로 선임하고 요양병원 운영을 주도한 사례가 대법원까지 간 적도 있다. 2023년 10월 대법원은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운영에 관여했다는 사정만으로 의료법상 불법 개설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의료법인의 의사결정 구조와 재산·수익의 귀속, 실질적인 경영 지배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봤다.

이 판결은 의료법인 운영 주체가 바뀌는 과정에서 형식적인 법인 구조뿐 아니라 누가 실질적으로 법인을 지배하고 자산과 수익을 통제하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향후 의료법인 합병 제도가 도입될 경우에도 합병 절차와 함께 법인 사유화나 편법적인 운영권 거래를 막기 위한 장치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부회장은 일반 기업의 M&A와 의료법인 합병은 구조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 대기업이나 사모펀드는 회사를 인수하면 배당이나 매각 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의료법인은 배당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지분도 없고 주주도 없으며 이사회가 운영을 맡고 있는 구조다. 사모펀드처럼 인수한 뒤 매각 차익이나 배당을 노리는 구조로 봐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자율성 확대하는 만큼 투명성도 높여야

연합회는 의료법인이 비영리성과 지역필수의료 수행을 근거로 일반 민간병원보다 강한 공공성을 갖는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합병 등 경영 자율성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의료법인을 공공의료의 한 축으로 인정하면서 어느 수준까지 민간의 경영 자율성을 허용하고, 그에 상응하는 공공성과 투명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가 향후 제도 개선 과정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 부회장은 의료법인의 수익이 개인에게 배당되지 않고 의료서비스에 재투자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료법인의 재무제표는 회계감사를 거쳐 관할 관청의 관리 대상이 되고, 공익법인의 재무제표 역시 법에 따라 공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본의 이동과 사용 내역은 재무제표에 모두 담겨 감사를 받기 때문에 숨길 수 없다”며 “제도가 개선되면 더욱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의료법인의 합병과 경영 자율성이 확대될수록 법인이 벌어들인 수익이 실제로 어느 분야에 얼마나 재투자됐는지, 지역 필수의료 수행에 얼마나 사용됐는지를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투명성 역시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의료법인의 공공성을 근거로 규제를 완화하려면 그 공공성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관리·공시 체계를 함께 정비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최영찬 기자

제약바이오 분야 출입하고 있습니다. 많이 듣고 많이 공부해 정확하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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