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롯데그룹을 떠나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을 새 주인으로 맞은 롯데렌탈이 상장폐지 수순에 돌입했다. TPG가 잔여 지분 매입 후 롯데렌탈의 완전 자회사화를 추진하면서, 롯데렌탈은 코스피 상장 약 5년 만에 증권시장을 떠날 전망이다. 롯데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꾸준한 실적을 내온 롯데렌탈은 손바뀜을 계기로 경영 전략에도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TPG가 대규모 투자와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사모펀드 품에 안긴 롯데렌탈이 어떤 변화를 보일지 주목된다.

6일 롯데렌탈 최대주주인 렉시콘코리아홀드코 주식회사(렉시콘)는 11월 6일부터 12월 3일까지 롯데렌탈의 주식을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했다. 렉시콘은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롯데렌탈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매수 목적은 완전 자회사화를 위한 자발적 상장폐지다.
렉시콘은 공개매수신고서를 통해 “모빌리티 산업 내에서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영업용 자산의 대규모 확충, 차세대 시스템 고도화 등 자본적 지출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상장을 유지한 상태로 투자할 겅우 투자에 따른 실적 변동과 시장 평가가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상장폐지 배경을 설명했다.
TPG가 렉시콘을 통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은 61.17%로, 이번 공개매수에서 나머지 38.83%를 확보한다. 주당 매수가는 5만 9000원으로 롯데렌탈의 공모가이자 주식 매매 계약 당시 가격과 같다. 공개매수 후 결제일은 12월 7일로 예정됐다.
TPG는 8월 11일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로부터 롯데렌탈의 지분 38.14%, 23.03%를 총 1조 3105억 원에 매입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양측이 10월 30일 거래를 종결하면서 롯데렌탈은 TPG의 품에 안기게 됐다.
TPG가 공개매수를 마무리하면 롯데렌탈은 상장한 지 5년 만에 증권시장을 떠나게 된다. 롯데렌탈은 2021년 8월 9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직후 주가가 하락한 뒤 공모가조차 회복하지 못하고 부진한 만큼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에게는 공개매수가 희소식이 됐다. 실제로 6일 공개매수 소식이 나오자 롯데렌탈 주가는 전일 대비 10% 이상 상승했다.
롯데렌탈은 설립 이래 크게 세 번의 손바뀜을 겪었다. 회사는 1986년 KT 자회사 한국통신진흥으로 출범해 1989년 렌터카 사업을 시작했다. 2010년 KT가 금호렌터카를 인수하고 KT렌탈(옛 한국통신진흥)과 합병해 사명을 KT금호렌터카로 바꿨다. 그러나 실적이 악화하자 KT는 2015년 롯데그룹에 다시 매각했고, 현재의 롯데렌탈로 사명이 변경됐다. 롯데그룹은 비핵심 사업 정리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2024년 말 롯데렌탈의 매각을 추진했으나 한 차례 실패 후 TPG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롯데렌탈은 매년 2000억~3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내면서 롯데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꼽혔다. 매각 전 마지막 성적표인 3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 7754억 원에 영업이익 929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3%, 4.4% 증가했다.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612억 원으로, 전년 동기(2332억 원) 대비 12% 늘어난 수치다. 4분기 실적까지 포함하면 역대 최대 이익을 낼 것으로 점쳐진다.

한편 11년 만에 롯데그룹을 떠나 외국계 사모펀드를 새 주인으로 맞은 롯데렌탈이 어떤 변화를 맞을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우선 최대주주가 바뀐 만큼 경영진 교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렌탈은 거래 종결일인 10월 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TPG 측 인물인 윤신원·주빈 잠세드 이라니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윤 이사는 TPG 한국 투자 총괄, 이라니 이사는 TPG 아시아 포트폴리오 운영 총괄이다.
롯데렌탈은 TPG와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한 후 대표이사를 교체한 바 있다. 최진환 전 롯데렌탈 대표는 2023년 3월 처음 취임해 2025년 연임에 성공한 상태였으나 임기를 7개월 남긴 지난 8월 31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최 전 대표 사임 후 이장섭 기획부문장(상무)이 대표 자리를 이었다. 이 대표가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으나 통상 최대주주가 바뀌면 경영진을 교체하는 만큼, 브랜드 리뉴얼과 함께 새로운 인사를 앉힐 가능성이 크다.
사업 방향 변화도 주목된다. 롯데렌탈은 수익성 강화를 목표로 법인·개인 장기 렌트, 외국인 단기 렌트 등 기존 사업 재정비에 집중하고 있다. 해외사업도 확장 중이다. 베트남·태국, 아랍에미리트(UAE), 일본에 법인을 세우고 국가별로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다. 동남아에서는 렌터카·셔틀버스 사업을, UAE에서는 중고차 수출 사업을 중점으로 하고 있다. 지난 6월 말에는 일본 오키나와에 신규 법인을 세우고 7월 말부터 단기 렌터카 사업을 운영 중이다.
롯데그룹의 기조와 다르게 적극적인 영업 활동을 펼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대주주 변경 후 구체적인 전략 방향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며 “기존의 보수적인 부채비율 정책에서 벗어나 공격적인 영업 활동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반면 모기업이 사모펀드인 만큼 엑시트나 재무 정책 변경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TPG는 카카오모빌리티 2대 주주로 카카오모빌리티를 상장해 엑시트하려 했으나 실패하면서 카카오와 갈등을 겪고 있다. 채영서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단기간 내 사업 기반에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이나 사업 전략과 투자·재무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금 회수 전략, 사업 전략 등의 변화가 영업 및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