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롯데쇼핑이 약 1조 원을 투입해 추진하는 ‘오카도 프로젝트’의 첫 거점 ‘롯데마트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이 가동을 시작했다. 롯데쇼핑은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6개 거점에 고객 CFC(Customer Fulfillment Center·고객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해 온라인 식료품 배송망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두 번째 거점으로 추진 중인 고양 CFC의 공사가 수개월째 멈춰 있어 후속 사업의 진행 시점은 아직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부산 CFC의 운영 성과가 고양 CFC 공사 재개와 향후 사업 확장 속도를 가를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경쟁력 강화 위해 영국 오카도 자동화 물류 시스템 도입
지난 10일 롯데마트가 약 4년에 걸쳐 준비한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이 가동을 시작했다.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은 연면적 약 4만 ㎡(약 1만 2000평) 규모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다. 최대 3만 5000개 품목을 취급하며 부산·창원·김해 등 영남권 배송망의 핵심 거점 역할을 맡는다. 롯데마트는 센터 구축에 약 2000억 원을 투입했다.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은 롯데쇼핑이 추진해온 ‘오카도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이다. 롯데쇼핑은 2022년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Ocado)와 파트너십을 맺고, 오카도의 자동화 물류 시스템인 OSP(Ocado Smart Platform)를 기반으로 온라인 장보기 사업의 물류 경쟁력을 강화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고객 주문이 들어오면 AI와 로봇이 상품 보관부터 집품, 포장, 출고까지 주문 처리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첫 거점인 부산 센터가 가동에 들어가면서 오카도 프로젝트의 향후 확장 속도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롯데쇼핑은 당초 전국 6개 지역에 CFC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약했던 온라인 장보기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규모 자동화 물류 인프라 구축에 나선 것이다.

부산에 이은 두 번째 거점은 수도권에 들어설 고양 CFC다. 롯데쇼핑은 2025년 경기도 고양시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약 2000억 원을 투자해 제타 스마트센터 2호점을 구축하기로 했다. 고양시 사리현동 일대에 들어서는 센터는 연면적 약 5만 ㎡(약 1만 5200평),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로 계획됐다.
고양 CFC는 지난해 5월 착공해 당초 2027년 6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해왔다. 하지만 현재 현장 공사는 멈춘 상태다. 현장 철문은 굳게 닫혀 있고 관리인만 상주하고 있다. 비즈한국 취재에 따르면 현재 공정률은 약 17%로, 터파기 등 초기 토목공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고양 CFC의 공사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는 사실은 올해 초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롯데 측은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변경 사항을 협의하고 있는 데다, 동절기라는 계절적 요인이 겹치면서 공사가 일시적으로 중단됐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수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본격적인 공사는 재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양시 관계자는 “올해 2분기부터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 재개 일정과 관련해 계속 확인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도 별도로 전달받은 내용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공사가 중단된 상황인 만큼 당초 예정했던 완공 시기 역시 변경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은 설계 변경으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고양 CFC는 기초 토목공사를 마친 뒤 본격적인 건축 공사에 앞서 공간 활용도와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한 설계 변경을 진행하고 있다”며 “투자 규모와 완공 일정은 최적화된 설계안이 확정된 이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 센터가 ‘시험대’…고양 등 후속 투자 확장 여부 가늠
오카도 프로젝트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챙겨온 그룹의 핵심 유통 사업 중 하나다. 단순히 물류센터를 확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동화 물류를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했던 온라인 식료품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롯데의 중장기 전략이 담겼다.
신 회장은 2023년 12월 부산 CFC 기공식에 직접 참석해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에 6개 CFC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경쟁력 있는 온라인 식료품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그룹 총수가 착공 현장을 찾아 직접 전국 단위 확장 계획을 밝힌 만큼, 오카도 프로젝트는 롯데 유통사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투자로 주목받아왔다.
업계에서는 부산 CFC의 성과가 향후 오카도 프로젝트의 확장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화 설비를 통한 물류 효율 개선을 넘어 충분한 주문량을 확보하고, 이를 온라인 매출과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이 관건이다. 부산 CFC에서 확인되는 초기 성과는 고양을 비롯한 후속 센터의 투자 시기와 규모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롯데쇼핑도 부산 CFC의 성과를 후속 투자 판단의 주요 기준으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부산 센터의 운영 성과는 후속 센터의 투자 시기와 운영 방향을 검토하는 주요 참고 기준 중 하나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 CFC는 하루 최대 3만 3000건의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롯데마트가 부산·경남 지역에서 처리하던 온라인 주문량의 2배가 넘는 규모다. 롯데마트는 부산 CFC의 실제 주문량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공식 오픈에 앞서 부산·영남권 일부 점포의 온라인 주문 물량을 제타 스마트센터로 이관해 사전 운영한 결과, 주문 건수는 기존 점포 배송 당시보다 약 20~30%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은 현재 운영 초기 단계로 안정적인 시스템 정착과 주문 처리 역량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며 “향후 센터 가동률과 주문 처리 역량을 단계적으로 높여 온라인 주문과 매출 성장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