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LG그룹이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치고 325일 만에 국내 그룹 시가총액 3위 자리를 되찾았다. 지난해 11월 현대차그룹에 3위를 내준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이번 역전은 하루 사이 갑자기 만들어진 결과라기보다 두 그룹 주력 계열사의 주가 흐름이 엇갈린 결과다. 올해 한때 70만 원대까지 치솟았던 현대차 주가는 고점의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LG그룹에서는 LG전자 주가가 최근 20만 원대를 회복했고, 그룹 내 시가총액이 가장 큰 LG에너지솔루션도 실적 회복 기대를 등에 업고 반등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미국 정부의 생산세액공제를 제외해도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하면서 전기차 캐즘으로 흔들렸던 실적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일부 고객사 보상금 등 일회성 이익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돼 수익성 개선이 온전히 본업 회복에 따른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루 전까지 현대차가 2조 앞섰는데 역전
한국거래소와 Fn가이드 등에 따르면 8일 종가 기준 LG그룹 상장사 12곳의 시가총액은 198조 3210억 원, 현대차그룹 상장사 12곳은 193조 5632억 원으로 집계됐다. LG그룹이 현대차그룹을 4조 7578억 원 앞서면서 삼성그룹과 SK그룹에 이어 그룹 시가총액 3위에 올랐다. LG그룹이 현대차그룹보다 시가총액이 많았던 것은 지난해 11월 17일 이후 325일 만이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순서는 반대였다. 7일 종가 기준 현대차그룹 상장사 12곳의 시가총액은 199조 7683억 원, LG그룹 상장사 12곳은 197조 6877억 원으로 현대차그룹이 2조 806억 원 앞섰다. 그러나 8일 종가 기준 LG그룹 시가총액은 전날보다 6333억 원 늘어난 반면, 현대차그룹은 6조 2051억 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하루 만에 순위가 뒤집히면서 LG그룹이 현대차그룹을 4조 7578억 원 앞서게 됐다.
가장 큰 변화는 현대차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해 11월 17일 27만 1500원에서 올해 6월 1일 장중 78만 3000원까지 치솟았다. 6월 1일 종가도 75만 원이었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빠르게 내려왔다. 8일 현대차는 전 거래일보다 3.42% 떨어진 32만 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6월 장중 고점과 비교하면 약 58.6% 낮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우려와 원화 강세에 따른 수익성 부담 등이 현대차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상반기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로봇 사업 관련 기대가 이전보다 약해진 점도 주가 조정 요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현대차 한 종목의 시가총액이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주가 조정은 현대차그룹 전체 시가총액 순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LG엔솔 매출 역대 최대, 보조금 제외해도 흑자 전환
LG그룹에서는 정반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회사는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8일 올해 3분기 매출 9조 6434억 원, 영업이익 7560억 원의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3분기보다 59.0%, 전 분기보다 27.6% 증가해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3분기보다 25.7%, 전 분기보다 567.3% 증가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등 북미 생산 세액공제 금액은 4169억 원이다. 이를 제외하면 매출 9조 2265억 원, 영업이익 3391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은 3.7%다.
지난 2분기에는 북미 생산 세액공제를 제외하면 1277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3분기에는 3391억 원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3분기 실적에는 일부 고객사 보상금 등 일회성 이익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돼 3391억 원 전부를 본업에서 발생한 이익으로 보기는 어렵다.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출하 확대와 배터리 판매 회복 등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북미 ESS 생산능력 확대와 추가 수주가 향후 실적을 뒷받침할 요인으로 꼽힌다.
주가도 반등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8일 전 거래일보다 2.56% 오른 40만 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90조 원을 넘어 LG그룹 상장사 가운데 가장 크다.
LG전자 역시 올해 상반기 급등 이후 한동안 조정을 받았지만 최근 20만 원대를 회복했다. LG전자 주가는 지난 7월 30일 14만 8000원까지 내려갔지만 8일 20만 500원으로 마감했다. 7월 저점과 비교하면 약 35% 오른 수준이다.
실적 흐름도 뒷받침한다. LG전자가 7일 발표한 3분기 잠정실적은 매출 23조 8270억 원, 영업이익 7818억 원이다. 전년 3분기보다 매출은 8.9%, 영업이익은 13.5% 늘었다.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71조 3807억 원, 영업이익은 4조 346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9.2%, 55.9% 증가했다. 가전과 전장사업이 수익성을 지탱하고 B2B 사업 등이 성장하면서 실적을 끌어올렸다.
LG가 급등했다기보다 현대차와 격차 좁혀
다만 LG그룹의 시가총액 3위 탈환을 LG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급등한 결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8일 하루만 놓고 보면 LG전자와 ㈜LG 등 일부 주요 계열사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랐지만 그룹 전체의 모든 계열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룹 시가총액 순위가 바뀐 것은 최근 수개월 동안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등이 회복한 반면 현대차가 6월 고점에서 큰 폭으로 조정받으면서 양 그룹의 격차가 빠르게 좁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현대차 주가가 70만 원대를 넘어서면서 시가총액이 150조 원을 돌파했고, 현대차 한 회사의 몸값이 LG에너지솔루션을 크게 앞질렀다. 그러나 현대차 주가가 고점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사이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와 ESS 실적 회복 기대를 받았고, LG전자도 가전 중심 기업에서 전장·B2B·구독 사업 등으로 사업구조를 넓혀온 점이 주가에 반영됐다.
결국 325일 만의 순위 역전은 LG그룹 기업가치의 회복과 현대차그룹의 주가 조정이 동시에 만든 결과다.
앞으로의 순위 역시 고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8일 오후 2시 기준 두 그룹의 시가총액 차이는 4조 50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처럼 하루에도 수조 원씩 시가총액이 움직일 수 있는 대형주를 각각 보유한 만큼 몇 차례 주가 변동만으로도 순위가 다시 뒤집힐 수 있다.
관건은 두 그룹의 주가를 끌어올렸던 기대가 실제 실적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다. LG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ESS 실적 회복과 LG전자의 사업구조 전환이, 현대차는 파업 이후 생산 정상화와 환율 부담 완화, 신차 판매와 로봇 사업 기대 회복이 향후 그룹 시가총액 순위를 가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