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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빈 이혼 ‘2.5조 재산분할’ 판결, 스마일게이트 경영권 어떻게 되나

‘지분 100%’ 소유 구조가 만든 천문학적 재산 분할…경영권 변동 없지만 특별결의·주식매각 등 영향

[비즈한국] 회사를 키우려면 보통 지분을 내줘야 한다. 투자받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익숙한 성장의 대가다. 개발비를 마련하고 사람을 뽑고 해외로 나가는 동안 투자자가 늘어난다. 기업가치가 10배로 커져도 창업자의 지분율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 그렇게 회사를 키운 뒤 증시에 입성하면 더욱 그렇다.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는 달랐다. ‘크로스파이어’와 ‘로스트아크’를 터트리며 거대 게임사가 됐는데, 회사 지분은 권혁빈 창업자 한 사람이 100%를 소유하고 있다. 이러한 평범하지 않은 소유 구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권 대표의 이혼 소송에서 2조 5500억 원대 천문학적 재산분할이 나온 결정적 이유이기 때문이다.

서울가정법원은 지난 9일 배우자 이 씨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고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에게 스마일게이트 주식 35%와 현금 65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국내 이혼·재산분할 판결 가운데 최대 규모다. 아직 1심이지만 그대로 확정된다면, 2012년부터 이어진 스마일게이트 단독 주주 체제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가 9일 이혼 소송 1심에서 2조 4867억 원 규모의 재산 분할 판결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판단한 스마일게이트의 가치는 ‘7조 1049억 원’

지금의 100%만 보면 권 창업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소유한 회사처럼 보인다. 출발은 그렇지 않았다. 두 사람은 2001년 결혼했고 이듬해 스마일게이트가 설립됐다. 창업 당시 지분은 권 창업자 70%, 이 씨 30%였다. 한때 이 씨는 대표이사와 등기이사로도 이름을 올렸다.

이후 기업 성장 과정에서 지분 구성이 달라졌다. 회사 성장 과정에서 이 씨의 지분은 신주 발행 등을 거치며 줄었고, 2010년에는 남은 지분을 텐센트에 매각했다. 이후 2012년 홀딩스를 통한 지분 재매입과 재편을 거쳐 권 창업자의 100% 소유 구조가 만들어졌다.

그 과정에서 회사의 운명을 바꾼 게임은 일인칭 슈팅게임 ‘크로스파이어’다. 2007년 출시돼 2008년 텐센트를 통해 중국 서비스를 시작한 이 게임은 중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로스트아크가 더해지면서 스마일게이트는 굵직한 흥행작을 보유한 게임사로 자리 잡았다.

흥행 수익은 후속 개발과 투자에 쓸 수 있는 재원이 된다. 다만 이를 근거로 스마일게이트가 모든 사업을 내부 자금만으로 확장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핵심은 자금조달 방식 전체가 아니라 최종 소유 구조다. 지금까지도 비상장 상태에서 권 창업자가 지분 전부를 보유했고, 회사의 주식 가치가 커질수록 그의 개인 자산도 함께 불어났다는 점에서 그렇다.

실제로 기업집단의 규모와 총수 개인의 재산은 다르다. 총수는 지주회사나 핵심 계열사의 일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할 수 있다. 그룹이 거대해도 그 안의 모든 주식이 총수 개인의 재산은 아니다. 이혼 때 분할 대상으로 검토하는 것도 회사 전체의 자산이 아니라 당사자가 보유한 주식 등 개인 재산이다.

스마일게이트는 다랐다. 권 창업자가 분할 대상 회사의 주식 전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그 주식 가액을 7조 1049억 원으로 평가했다. 순자산 7조 3375억 원 가운데 약 96.8%가 회사 주식이 차지한다.

다만 이는 증시에서 형성된 시가총액이나 실제 매각가격이 아니다. 비상장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평가한 법원의 판단이다. 그럼에도 분할 대상에 산정된 가치는 천문학적이다. 1심이 인정한 35%를 주식에 적용하면 분할 재산 평가액은 무려 약 2조 4867억 원이 된다.

주주명부에서 사라진 배우자, 왜 절반을 요구했나

재판에서 배우자 이 씨는 창업 당시 지분과 임원 이력, 오랜 가사·양육 부담을 근거로 권 창업자가 보유한 지분 절반을 요구했다. 그러나 권 창업자 측은 실제 출자나 근무가 없었다며 공동창업자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초기 주주이자 등기 임원이었다는 사실과, 실무에서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별개의 쟁점이었다.

1심은 이 씨의 초기 지분 보유와 대표이사 등재, 가사·양육 분담 등을 인정하면서도 권 창업자의 사업 능력과 경영 판단을 더 높게 평가했다. 혼인 초기 이 씨 집안의 경제적 지원 등도 고려했다. 그럼에도 결과 지분 절반을 달라는 요구가 모두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다만 과거 이 씨가 보유했던 초기 지분 30%는 기여를 판단하는 자료이고, 현재의 분할 비율은 별도의 판단 결과로 해석된다. 공개된 자료만으론 이 씨가 특정 게임의 개발이나 중국 진출을 주도했다고 단정할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는 위자료와도 구별된다. 재판부는 혼인 파탄에 양측 책임이 대등하다고 보고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재산 대부분이 비상장주식이라는 점에서 지급 방식에도 관심이 모인다. 장부상 수조 원의 재산이 있어도 계좌에 그만큼의 현금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주식을 팔아 마련하려 해도 수조 원 규모 비상장 지분의 매수자를 찾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재판부는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주식 35%를 직접 넘기고 현금 650억 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 씨 역시 평가액만큼의 현금을 즉시 얻는 것은 아니라, 주식 가치가 오르면 이익을 얻고 떨어지면 손실을 부담하는 상황이 됐다. 현금화하려면 매수자와 가격, 거래 조건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판결문에 적힌 평가액이 실제 거래가격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 씨에게 주주 지위가 생긴다는 점이다. 권 창업자에게는 회사를 함께 소유하는 다른 대주주로서의 위치다. 이는 단순 재산분할이 아닌 회사의 의사결정 문제로 이어지는 중요한 문제다.

지분 3분의 1 아닌 35%의 숨은 가치

스마일게이트는 올해 초 홀딩스·엔터테인먼트·RPG 등 핵심 법인을 통합하는 경영체제를 출범시켰다. 분산된 사업과 자원을 모아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판결이 확정돼 지분 이전이 이뤄지면 권 창업자 65%, 이 씨 35%의 구조가 된다.

65%는 과반을 훨씬 넘는다. 이 씨가 35%를 받는다고 대표이사가 되거나 일상적인 경영권을 곧바로 가져오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관 변경 등 특별결의가 필요한 사안에선 이야기가 달라진다.

상법상 정관 변경에는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필요하다. 두 사람이 모든 의결권을 행사하고 이 씨가 반대한다면 권 창업자의 65%만으로는 통과시킬 수 없다. 반대로 이 씨의 참석과 의결권 행사 여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35%가 모든 경영 사안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권은 아니지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씨가 지분을 그대로 장기 보유할지,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지, 매각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매각을 시도할 경우 당초 이 씨가 원한 절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특별결의를 저지할 수 있는 3분의 1이 넘는 지분이라는 점에서 매각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선고 직후 권 창업자 측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후속 절차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봉성창 기자

기업이 말하는 성장의 언어와 그 뒤에 놓인 현실의 간극을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날카롭고 균형 잡힌 시선으로 산업의 현재와 다음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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