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우리나라 수출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꿈의 1조 달러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속도라면 연간 수출 1조 달러는 이번 달 안에 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반도체 활황에 3%대 중반의 경제성장률과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이라는 대기록도 눈앞에 다가왔지만 정작 서민들이 느끼는 경기는 바닥이다.
체감경기와 경제지표 간 격차가 큰 이유 중 하나는 고용시장 회복이 더디기 때문이다.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의 취업자 수가 감소하면서 올해 취업자 증가 폭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용이 무너졌던 202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물론 한국은행이 전망했던 올해 고용 지표를 달성하려면 4분기(10~12월) 동안 취업자 수가 매달 전년 동월 대비 20만 명 이상 늘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국회에서 진행한 ‘2027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확장 재정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나라 경제는 좋아졌는데 내 살림은 여전히 팍팍하다는 국민의 절박한 호소, 내 삶이 나아지지 못한다면 성장이 무슨 소용이냐는 무거운 질문에 답해야 할 때”라며 모두의 성장을 내세웠다.
특히 인턴학기 도입 등을 통해 일 경험·훈련·구직 지원 대상자를 56만 명에서 72만 명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노인 일자리도 118만 개로 약 3만 개 더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일자리 확대를 통한 모두의 성장을 강조한 것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갈수록 높아지는 반면 고용시장은 예상보다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디커플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0월 16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태국 방콕을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에게 “남은 기간 대외적인 새로운 이벤트가 발생해서 큰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면 (올해 성장률이) 3% 중반도 가능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3% 중반에 대해 “3.4%, 3.5%, 3.6%”라고 부연 설명했다.
지난 7월 2.0%에서 3.0%로 성장률을 상향 조정한 지 3개월 만에 추가 상향 조정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한은도 10월 22일 내놓은 ‘2026년 10월 경제 상황 평가’에서 올해 성장률이 지난 8월 전망치인 3.3%를 상당폭 웃돌 것이라고 밝혔다. 2.6%에서 3.3%로 올린 지 두 달 만이다.
정부와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 추가 상향 가능성을 언급할 정도로 한국 경제는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고용시장의 회복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재경부는 8월에 발표한 2026년 경제전망에서 올해 취업자 수가 지난해 대비 15만 명 늘어나고 고용률은 63.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9월 월평균 취업자 수는 2888만 7000명으로 지난해 동기(2877만 명)에 비해 약 11만 7000명 증가하는 데 그친 상황이다. 취업자가 정부 전망보다 적게 늘어나면서 고용률도 62.8%에 머물고 있다. 이는 한은이 예상한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인 14만 명이나 고용률 62.9%에 비해서도 낮은 것이다.
취업자 수가 정부나 한은 예상에 못 미친 배경에는 제조업과 건설업의 고용 부진이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제조업의 1~9월 월평균 취업자 수는 1년 사이 439만 2000명에서 434만 1000명으로 5만 1000명 줄어들고, 임시·일용직 비중이 높은 건설업 취업자 수도 경기 침체로 같은 기간 193만 8000명에서 190만 1000명으로 3만 7000명 감소했다. 반도체 호황의 과실이 일부 근로자에게 집중되는 사이 서민들과 취약계층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문제는 정부나 한은 전망보다 높아지는 성장률과 달리 고용지표는 당초 전망치에 근접하기조차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가 내세운 올해 취업자 증가 폭 15만 명을 달성하려면 4분기 3개월 동안 취업자가 전년 동월보다 월평균 25만 명가량 늘어나야 한다. 1~9월의 월평균 증가 폭보다 13만 명 이상 더 늘어야 하는 셈이다. 이보다 낮은 한은 전망치에 근접하기 위해서도 4분기 월평균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보다 약 21만 명 증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