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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원전 공론화’ 띄우자 환경단체 “기만적 행위”
반발

12차 전력수급계획 미루고 공론화위 3개월 가동…탈핵진영 “원전 확대 기정사실화”

[비즈한국] 정부가 국가 중장기 전력 정책의 밑그림이 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을 앞두고 원자력발전의 역할을 결정하기 위해 약 3개월간 대국민 공론화를 추진한다. 9월 22일 국무회의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원전 공론화 추진계획’을 공식 보고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전력수요 급증을 이미 전제로 하고 원전의 역할을 묻는 기만적인 공론화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무회의서 원전 공론화 계획 논의

이날 정부 서울청사와 세종청사 간 영상회의로 열린 제41회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중점 안건으로 ‘원전 공론화 추진계획’을 논의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AI 확산과 첨단산업 육성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으로 에너지 확보는 우리 산업경쟁력의 가늠자가 되고 있다”며 “이에 정부는 안정적 에너지 공급 체계 구축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는 물론 원전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명하고 공정한 공론화 절차를 통해 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아 나갈 것이며, 이번 공론화가 미래 전력 수급을 위해 지혜를 모으는 건설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이 될 수 있도록 국민들께서도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9월 22일 정부 서울청사와 세종청사 간 영상회의로 열린 제41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제공

시민참여단 숙의토론 뼈대로 공개토론 및 의견 수렴

기후부는 지난 8년간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둘러싸고 제로섬 게임이 펼쳐졌다면서 공론화를 통한 국민 여론 수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론화의 기본 성격을 단순 찬반 여부를 묻는 방식을 탈피해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로서 원전의 역할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데 두기로 했다.

이를 위해 위원장 1인을 포함해 11명 이내로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위한 원전 공론화위원회’를 신설한다. 위원은 인문사회, 과학기술, 조사통계, 갈등관리, 에너지 등 각 분야 유관단체의 추천을 받아 원전 이해관계가 없는 중립적 인사로 채워진다. 원전 분야 전문가는 별도의 ‘전문위원회’로 분리 배치해 객관적 기술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공론화 방식은 대표성 있는 국민으로 구성한 시민참여단의 숙의토론을 뼈대로 전문가 공개토론회와 온라인 국민 의견 수렴을 병행한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반도체와 전기차 확대 등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안정적으로 충분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원전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원전 안전성이나 사용후핵연료 문제 등에 대한 국민 우려도 상존한다”며 “정부가 원전의 역할을 결정하는 데 있어 어느 한쪽의 목소리만 듣거나 단순히 찬반을 묻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원전 공론화에 따라 12차 전기본 일정 연기는 불가피해졌다. 당초 기후부는 10월 정부안 도출을 목표로 했으나, 권고안이 나오는 12월로 정부안 발표를 늦췄다. 아울러 공론화위원회가 원전의 개수를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며, 의결 기구가 아닌 ‘자문기구’로서 정부에 권고안을 제출하는 형태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특히 이미 부지가 확정된 경북 영덕 신규 원전이나 노후 원전의 설계수명 연장 등은 기존 행정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는 이유로 공론화 대상에서 제외했다.

김 장관은 일정 지연에 대해 “숙의민주주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공론화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고 최소한 3개월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11차 전기본이 2025년 2월에 확정된 만큼 2년 주기 수립 계획상 특별히 늦어지는 것은 아니며 당초 10월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만 국민 의견을 충분히 듣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탈핵단체 “신규 원전 도입 기정사실화”

신규핵발전소저지와 핵없는사회를 위한 전국행동이 9월 16일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전국 탈핵순례 마무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전국행동 제공

그러나 정부 발표 직후 환경단체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신규핵발전소저지와 핵없는세상을위한 전국행동(전국행동)’은 전력수요 급증을 전제로 원전의 역할을 묻는 이번 계획에는 전력 수요 전망의 타당성과 수요감축을 포함한 대안을 어떻게 검토할 것인지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들은 시민참여단에 제공할 정보의 균형과 원전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어떻게 보장할지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미 대규모 전력 수요 폭증을 내세우고 신규 원전 도입의 필요성을 공언한 상태에서 공론화를 띄우는 것은 원전 확대를 기정사실화한 기만적인 행위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유에스더 전국행동 집행위원은 “이미 정부가 스스로 신규 원전 확대 정책을 확실히 한 상태에서 공론화가 어떤 의미인지 의문이다”며 “위원 구성을 중립적 인사로만 하겠다는 것도 지금까지 원전 지역에서 요구한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나 시민사회와 같이 이야기하자는 요구를 사실상 묵살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김민호 기자

중화학공업·에너지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사회와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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