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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양은 막혔지만 LG 지분 소송은 계속…
구광모·세 모녀 오늘 상속분쟁 2심

구본무가 남긴 ㈜LG 지분 11.28%, 현재 가치 약 2조 3000억 원…1심은 “상속협의 유효”

[비즈한국] 구광모 LG그룹 회장(48)을 둘러싼 가족 간 법정 다툼이 이틀 연속 이어진다. 구 회장의 양어머니인 김영식 여사(74)가 구 회장을 상대로 낸 파양 청구는 3일 1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루 뒤인 4일에는 김 여사와 두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48), 구연수 씨(30)가 구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의 항소심이 시작된다.

서울고법 민사8-3부는 4일 오후 4시 김 여사와 구 대표, 구연수 씨가 구 회장을 상대로 낸 상속회복청구 소송 2심 첫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한다. 세 모녀는 2023년 2월 소송을 제기한 뒤 지난 2월 1심에서 패소했고, 3월 항소했다.

이번 항소심이 시작되기 하루 전에는 또 다른 가족 소송의 1심 결과가 나왔다. 서울가정법원은 3일 김 여사가 구 회장을 상대로 낸 재판상 파양 청구를 기각했다. 김 여사는 상속소송이 진행 중이던 2024년 11월 파양소송을 냈다. 구체적인 기각 이유는 법정에서 공개되지 않았다. 김 여사는 판결 뒤에도 구 회장과 양친자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며 법적 대응을 이어갈 뜻을 내비쳤다.

파양소송과 상속회복청구 소송은 당사자와 쟁점이 다르다. 파양소송은 김 여사가 단독으로 구 회장과의 법률상 양친자 관계를 해소해달라고 요구한 사건이다. 민법은 양부모가 양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거나 양친자 관계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재판상 파양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반면 상속회복청구 소송에는 김 여사뿐 아니라 두 딸도 원고로 참여해 2018년 이뤄진 구본무 선대회장의 상속재산 분할 자체를 다투고 있다.

구광모 LG회장이 6월 5일 서울 서교동의 한 고깃집에서 열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의 삼겹살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구본무 남긴 ㈜LG 지분 11.28%가 핵심…현재 가치 약 2조 3000억 원

상속소송의 핵심에는 LG그룹 지주회사 ㈜LG 지분이 있다. 구본무 선대회장은 2018년 5월 별세하면서 ㈜LG 주식 1945만 8169주, 당시 지분율 11.28%를 남겼다. 이 가운데 구광모 회장이 1512만 2169주, 8.76%를 상속받았다. 장녀 구연경 대표가 346만 4000주, 2.01%, 차녀 구연수 씨가 87만 2000주, 0.51%를 각각 물려받았다. 김영식 여사는 ㈜LG 주식을 상속받지 않았다.

구 회장은 상속 전에도 ㈜LG 지분 6.24%를 보유하고 있었다. 선대회장의 지분 8.76%를 추가로 물려받으면서 지분율이 당시 15%로 높아져 최대주주가 됐다. 지주회사인 ㈜LG가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는 만큼 이 지분 상속은 LG그룹의 4세 경영체제를 완성하는 핵심 절차였다.

2018년 당시 상속된 ㈜LG 지분의 가치는 현재 주가 기준으로는 더 커졌다. ㈜LG의 9월 3일 종가는 11만 8300원이었다. 이를 구본무 선대회장이 남긴 1945만 8169주에 적용하면 약 2조 3019억 원이다. 구 회장이 상속받은 1512만 2169주는 약 1조 7889억 원, 구연경 대표 몫은 약 4098억 원, 구연수 씨 몫은 약 1032억 원 수준이다. 이는 현재 주가를 적용한 단순 평가액으로 실제 상속 당시 가치나 세법상 평가액과는 다르다.

㈜LG 주식 외에도 구본무 선대회장이 남긴 전체 재산은 당시 약 2조 원 규모로 알려졌다. LG 측에 따르면 김 여사와 두 딸은 ㈜LG 지분 일부와 금융투자상품, 부동산, 미술품 등을 합쳐 약 5000억 원 규모의 재산을 상속했다.

그러나 세 모녀는 상속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세 모녀 측은 상속재산 분할 협의 당시 구본무 선대회장의 유언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협의에 임했지만, 이후 유언장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한다. 유언이 없는 만큼 법정상속비율에 따라 재산을 다시 나눠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법상 배우자는 자녀보다 50% 많은 법정상속분을 갖는다. 김 여사와 구광모 회장, 구연경 대표, 구연수 씨 등 네 명에게 이를 적용하면 배우자인 김 여사의 비율은 1.5, 세 자녀는 각각 1이다. 세 모녀는 ㈜LG 지분을 포함한 상속재산을 이 같은 법정상속비율에 따라 다시 나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8년 5월 22일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발인식이 엄수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구광모 LG전자 회장이 고인의 영정에 마지막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1심 “세 모녀도 상속 내용 알고 있었다”…항소심에서 뒤집을까

하지만 1심 법원은 지난 2월 세 모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서부지법은 상속재산분할협의서가 유효하게 작성됐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와 구연경 대표가 재무관리팀 직원들로부터 상속재산의 내용과 분할 방식에 관해 여러 차례 보고를 받았고, 상속 협의 과정에도 참여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특히 세 모녀가 개별 상속재산을 어떻게 나눌지를 놓고 구체적으로 의사를 표시한 사실에 주목했다. 원고들의 요구를 반영해 당초 작성된 상속재산분할협의서 내용이 변경된 점도 근거가 됐다. 재무관리팀 직원들이 세 모녀의 위임을 받아 협의서에 날인한 것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세 모녀가 재무관리팀 등에 속아 상속 합의를 했다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법정 증언과 증거 등을 토대로 구본무 선대회장이 구광모 회장을 후계자로 삼아 경영재산을 승계한다는 뜻을 밝혔고, 이를 바탕으로 가족 간 협의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착오나 기망을 이유로 상속 합의를 무효로 할 수 없다고 봤다.

다만 1심에서 구 회장 측의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다. 구 회장 측은 세 모녀가 상속이 끝난 지 수년이 지나 소송을 냈기 때문에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이 지났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부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 자체가 지났기 때문에 패소한 것이 아니라, 상속재산 분할 합의가 유효하다고 판단해 세 모녀의 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항소심에서 세 모녀가 결과를 뒤집으려면 결국 이 같은 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을 흔들어야 한다. 상속재산의 구체적인 내용을 충분히 알고 협의했는지, 재무관리팀에 적법하게 권한을 위임했는지, 유언의 존재 여부에 대한 설명이 상속 합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이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 모녀는 1심 판결에 불복해 3월 4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구 회장은 이에 앞서 1심 판결문에 가족의 구체적인 사생활과 상속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며 법원에 판결서 열람 제한을 신청하기도 했다.

이번 상속분쟁이 특히 주목받는 것은 단순한 가족 재산 다툼을 넘어 LG그룹 지배구조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구광모 회장은 구본무 선대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친아들이다. 구본무 선대회장은 1994년 외아들을 사고로 잃은 뒤 그룹 승계를 위해 2004년 조카였던 구 회장을 양자로 들였다. LG가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후계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구본무 선대회장이 별세한 뒤에는 지주회사 지분 대부분이 구 회장에게 넘어갔다. 세 모녀 측 주장이 받아들여져 상속재산 분할 방식이 다시 판단 대상이 되더라도 구 회장이 즉시 LG그룹 최대주주 지위를 잃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구 회장은 상속 이전부터 ㈜LG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구 회장 개인의 지분이 줄고 김 여사와 두 딸의 지분이 늘어날 가능성이 생기는 만큼 오너 일가 내부 지분구조에는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우종국 기자

기업의 움직임 뒤에 있는 구조와 이해관계를 취재합니다. 드러난 사건보다 그 사건이 벌어진 이유를 설명하는 기사를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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