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부산광역시의 한국산업은행(산업은행) 본점 유치 움직임이 다시 본격화되고 있다. 산업은행이 부산시로 본점을 이전하게 되면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가 유력한 본점 후보지로 꼽힌다. 윤석열 정부 당시 부산시는 산업은행을 부산국제금융센터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들어 산업은행 본점 이전 계획이 동력을 잃으면서 해당 부지는 활용처 없는 빈 땅으로 남아있다. 부산시 요구대로 산업은행 본점 이전이 현실화되면 부산국제금융센터 부지 개발에 관심이 집중된다. 인근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광역시로 이전하려는 계획은 윤석열 정부 때부터 추진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광역시로 이전시키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면서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행 산업은행법에는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돼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산업은행 이전 대신 동남권투자공사를 부산시에 설치하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부산 지역 사회에서는 여전히 산업은행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이성권 국민의힘 부산광역시당 위원장은 8월 소셜미디어(SNS)에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부산의 핵심 과제”라며 “동남권투자공사 설립을 추진하기보다 이미 추진해 온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완수하는 데 먼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부산경실련)도 9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해양수도 및 해양수도권 완성의 마지막 퍼즐”이라며 “해양수산부와 주요 해운 기업이 이미 부산으로 자리를 옮긴 상황에서 정책금융의 핵심인 산업은행이 서울에 남는다면 현장 밀착형 지원과 정책 속도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재수 부산광역시장은 6월 지방선거 당시에는 산업은행 이전 대신 동남권투자공사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 시장도 산업은행 이전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재수 시장은 9월 타운홀 미팅에서 정부와 산업은행 이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시장은 “해운 대기업에 필요한 지원은 임대료 지원보다 선박 금융으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1척 가격 2500억 원 안팎 중 90% 상당을 금융으로 조달하지만 국내 시중은행이 해운 금융을 취급하지 않아 해외 금융기관에 의존한다”며 “이것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최우선으로 추진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친명’으로 꼽히는 전재수 시장이 직접 추진하고 있어 산업은행의 부산시 이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은 161명으로 과반이 넘는다. 정부와 여당이 힘을 실어주면 산업은행법 개정은 충분히 가능하다. 국민의힘도 이전부터 산업은행 이전에 찬성해왔기 때문에 이제 와 반대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한다면 그 위치로는 남구에 있는 부산국제금융센터 일대가 거론된다. 윤석열 정부 당시인 2022년 부산국제금융센터 내 약 1만 7000㎡(약 5142평) 부지에 산업은행 사옥을 건설하겠다는 구상이 나온 바 있다. 산업은행 이전이 현실화되지 못하면서 이 땅은 현재 공터로 남아있다. 부지 소유주는 부산도시공사다.
해당 부지는 부산에서 ‘노른자 땅’으로 평가받는다. 부산국제금융센터는 부산광역시 최대 도심으로 꼽히는 서면이 인근에 있고, 부산역과의 거리도 멀지 않다. 주요 금융사가 부산국제금융센터에 입주해 있다 보니 상권도 발달해 있다.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주요 금융 공기업이 부산국제금융센터에 본사를 두고 있고, 부산시를 대표하는 금융사 BNK금융지주의 본사도 부산국제금융센터 바로 옆에 있다.
그런 만큼 부산국제금융센터 부지를 활용처 없이 그대로 두면 아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지역 사회에서 산업은행 본사 이전을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역 균형 발전이지만 해당 부지를 활용하기 위한 것도 주요 이유로 꼽힌다.
비즈한국은 9월 29일 부산국제금융센터 부지를 찾았다. 부지에는 잡초와 자갈이 어지럽게 놓여 있고, 몇 대의 버스가 주차돼 있었다. 군데군데 담배꽁초나 쓰레기가 버려져 있어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모습이었다. 부산국제금융센터 입주 회사에서 근무한다는 A 씨는 “잡초나 자갈이 놓여 있어 인도가 있는 쪽으로 돌아서 걷다 보니 꽤나 불편하다”며 “이 넓은 부지가 공원도 아니고 정식 주차장도 아니니 매일 이곳을 다니는 입장에서 뭔가 시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문제는 산업은행 이전이 무산되거나 다른 곳에 사옥을 마련하게 될 경우다. 부산도시공사는 장기적으로 이 부지를 개발할 계획이지만 개발에 앞서 입주 기업을 모집해야 한다. 산업은행이 입주하면 최상의 시나리오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산업은행을 대체할 기업을 찾아야 한다. 부산도시공사로서는 산업은행의 이전 여부가 확정돼야 다음 계획을 준비할 수 있고, 확정이 늦어지면 그만큼 부지 개발도 늦어지게 된다.
정부는 조만간 공공기관 이전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치권에서 오랜 기간 산업은행 이전을 요구한 만큼 부산 지역 사회 내 기대감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은행 이전을 계기로 부산도시공사가 본격적인 부산국제금융센터 개발에 나설 수 있을지 지역 사회 관심이 집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