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1호 부동산 조각투자 업체 카사(운영사 카사코리아)가 서비스를 종료했다. 대신금융그룹 편입 이후에도 적자를 이어간 데다, 수익증권 투자중개업 인가를 취득하지 못하면서 결국 시장에서 퇴장하게 됐다. 2027년 토큰증권 제도화 시행을 앞둔 가운데, 카사 인수로 토큰증권 시장에서 선두에 나서려 했던 대신금융의 향후 전략에도 눈길이 쏠린다.

국내 첫 부동산 디지털 수익증권(DABS·Digital Asset Backed Securities) 거래소 카사가 8월 10일 자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카사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아 중소형 상업용 부동산의 신탁 수익증권 발행과 거래 서비스를 시험적으로 제공해왔다. 그러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기간 종료 이후 신설된 법령의 제도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수익증권 투자중개업 인가를 취득하지 못했다”며 운영 종료 배경을 밝혔다.
카사는 서비스 종료 소식을 7월 10일 공지했으나 사업 정리는 일찍이 예고됐다. 카사가 올해 상반기 중 신규 공모를 받지 않으면서 북촌 월하재, 서초 지웰타워, 상암235 빌딩 등 보유한 부동산을 차례로 매각했기 때문이다. 카사코리아 직원들은 업무 분야에 따라 대신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카사는 2019년 12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2020년 9월 서비스를 개시했다. 카사는 개인이 투자하기 어려운 상업용 부동산을 조각투자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 서비스다. DABS를 보유한 투자자는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임대료를 받을 수 있고, 건물을 매각할 경우 DABS 보유 수량에 비례해 매각 차익을 얻는 식이다. 카사는 2020년 서울 강남구 역삼 런던빌 건물을 시작으로 한국기술센터, 여의도 익스콘벤처타워, 충남 천안의 TE물류센터 등 여러 공모 청약을 진행했다.
대신금융그룹은 2023년 카사 인수를 통해 부동산 조각투자 사업을 확보하고 향후 토큰증권(블록체인 기반의 증권)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하려 했지만, 카사가 수익증권 투자중개업 인가를 취득하지 못하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2023년 3월 대신금융그룹이 카사 경영권과 한국 사업 부문을 인수한 뒤, 홍재근 대신증권 신사업추진단장이 대표직을 맡았다. 대신그룹이 부동산 투자에 강한 데다 대신증권을 통해 토큰증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만큼 양사의 만남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카사는 전통 금융 그룹에 편입된 후에도 규제의 벽을 넘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2025년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 사업을 발행과 유통으로 분리하면서 겸영을 금지했다. 증권 발행의 경우 증권업 스몰라이선스(수익증권 투자중개업)를 신설했다. 라이선스를 취득한 업체는 조각투자 증권을 발행해 투자자를 모집하고 장외에서 투자자 간 1대1 거래를 중개할 수 있다.
유통을 위한 수익증권 장외거래중개업 라이선스의 경우 안정적인 주문 및 결제 처리를 위해 인가 조건이 까다롭게 설정됐다. 최저 자기자본 기준이 10억 원인 발행업 라이선스와 달리 유통업은 최저 기준 60억 원에, 전산전문인력 8명을 갖춰야 하는 등 대형 거래소 수준의 조건이 요구됐다.

혁신금융서비스 종료 시점을 연장해 오던 카사는 2025년 6월 수익증권 투자중개업 라이선스 예비인가를 신청했지만, 취득에 실패하면서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인가 조건으로는 자기자본, 내부통제 체계 마련, 투자자 보호 제도 등이 있으나 이를 맞추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또 다른 1세대 부동산 조각투자 업체였던 펀블과 비슷한 행보다. 펀블은 수익증권 투자중개업 인가를 받지 못해 지난 5월 플랫폼 운영을 중단했고, 약 두 달 만인 7월 3일 파산 선고를 받았다.
카사는 조각투자 상품을 유통할 수 있는 장외거래업 라이선스를 직접 취득하는 대신 KDX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예비인가를 받은 두 컨소시엄(KDX, NXT) 중 키움증권·교보생명·카카오페이증권이 최대주주에 한국거래소가 5% 이상 주주로 참여한 KDX 컨소시엄에 합류하면서다.
NXT 컨소시엄은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가 최대주주로 참여한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컨소시엄이다. 금융위가 공개한 예비인가 신청 현황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 뮤직카우, 아이앤에프컨설팅, 하나증권, 한양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이 5% 이상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두 컨소시엄의 본인가 취득 절차가 길어지면서 카사는 더 버티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과 발행을 분리하면서 혁신금융서비스로 운영하던 부동산 조각투자 업체는 기존의 사업 구조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 라이선스를 취득하기 위한 인적·물적 조건은 소형 업체로서 맞추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수익증권 2차 거래를 할 수 없으니 서비스를 축소할 수밖에 없고, 수익성도 악화했다”고 말했다.
한편 카사가 인수 3년 만에 문을 닫으면서 대신그룹의 토큰증권 사업에도 눈길이 쏠린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카사 서비스 정리 이후 방향에 대해 “새롭게 추진하거나 정해진 것은 없다”고 전했다. 법인 청산에 관해서도 “자산 정리를 진행 중이나 폐업 여부는 확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부동산 조각투자 수익 구조의 한계가 드러난 만큼 인수합병(M&A) 전략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카사는 대신그룹에 편입된 이후에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인수 첫해인 2023년 매출 2억 원, 당기순손실 67억 원을 냈다. 2024년에는 매출 3억 원에 당기순손실 59억 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인가 문제로 정상 영업이 어려웠던 2025년에는 매출이 5400만 원에 그쳤고, 당기순손실은 59억 원에 달했다.
제도 정비가 길어지면서 토큰증권 시장의 열기가 꺾였다는 점도 문제다. 다만 올 초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을 개정해 2027년 2월부터 토큰증권이 본격적으로 제도권에 들어오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주식·채권·수익증권 등 다양한 종류의 증권을 토큰으로 발행(STO·Security Token Offering)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에서도 STO 플랫폼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추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