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부가 농지 전수조사 계획을 발표한 후 농민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농협은 농지 전수조사에 대한 공식 입장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재계에서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민감한 내용에 대해 의견을 내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본다. 강 회장은 지난해부터 뇌물수수 혐의, 인사 문제 등으로 정치권의 비판 대상이다. 여기에 경찰 수사까지 받고 있으니 행동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협중앙회는 농지 전수조사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농협이 농업인의 협동조합임을 고려하면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데도 지역 농협에서 몇 차례 토론회만 열렸을 뿐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강호동 회장이 아닌 지역 조합장을 주로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10월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일부 의원이 농지 전수조사에 대한 의견을 물었으나 강 회장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재계에서는 강호동 회장이 처한 환경을 고려했을 때 정치권에 적극적인 의견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강 회장은 올해 4월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고, 이를 계기로 정치권에서 농협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도입, 감사기구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농협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강 회장 본인부터가 개혁 대상이기 때문에 발언권이 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농협법은 국회에서 정해지는데 강호동 회장이 정치권과 각을 세우면 농협법 개정이 강 회장 본인이나 농협중앙회에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며 “농협중앙회장은 대기업 오너와 달리 임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강 회장과 그렇게까지 끈끈한 관계를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 회장의 임기는 2028년 3월까지다.
그럼에도 농협의 역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한 농민단체 회원은 “강호동 회장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중요한 상황에서 농협중앙회장이란 사람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부분은 안타깝다”며 “찬성이나 반대 의견을 내기 어렵다면 최근 나오는 우려를 정치권에 전달해주는 역할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농지 전수조사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농지 전수조사가 농협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월 16일 “최근 농협은 농지 담보대출을 취급하는 지역농협 중 44곳이 부실판정을 받았는데 농지 전수조사로 농지거래가 급감하면 재정건전성이 양호한 곳도 위기에 봉착할 수 우려가 크다”며 “실제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농지거래 건수가 전년 동기보다 9134건이나 줄어든 것으로 확인되며 농지거래는 자체 빙하기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투기 목적의 농지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농사를 짓지 못할 때도 투기세력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월 5일 SNS에 “농지 전수조사는 그냥 조사일 뿐 정상적으로 농지를 보유한 분들은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고 전했다.
농민 단체가 농지 전수조사 자체를 마냥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전수조사를 찬성하는 여론도 상당하다. 다만 발표에 앞서 농민들과 소통이 모자랐고, 부작용을 막을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지 전수조사와 관련한 궁금증 해소와 현장과의 소통을 위해 지난 10월 12일부터 ‘농지 전수조사 상담센터’ 운영을 시작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윤원습 농림축산식품부 농지조사·제도개선 추진단장은 “상담센터를 통해 농지 전수조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의 궁금증과 우려를 해소하겠다”라며 “농업인들이 조사 과정에서 불필요한 걱정이나 불이익을 겪지 않도록 필요한 안내와 지원을 차질 없이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