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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MH 자주포’ 미국 시장 첫 진출 의미와 과제

10조 원 규모 최대 500대 수출 기대…다년간 운용시험 통과가 ‘관건’

[비즈한국] K9MH 자주포가 미국 수출길을 뚫었다. 미국의 대외군사원조로 무기를 공짜로 받아 나라를 지키던 한국이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무기 수입국을 거쳐 이제는 거꾸로 미국에 첨단 무기를 수출하는 국가가 되었다. 수십 년간 국산화와 자주국방을 위해 노력한 K방산이 이제는 동맹국 미국의 화력과 치명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줄 기회를 잡았다. 

2026년 8월 17일, 미 육군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미국 자회사 한화디펜스USA(Hanwha Defense USA)와 기동전술포(Mobile Tactical Cannon, MTC) 프로그램 시제품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로이터는 이번 선정을 두고 “한국 최대 방산 기업의 미국 무기 시장 진출에 있어 돌파구”라고 평가했다. 한화디펜스USA는 같은 날 자체 보도자료를 통해 이 계약이 회사의 “첫 미 육군 주요 계약”이라고 밝혔다.

K9MH 자주포가 미 육군의 기동전술포(MTC) 시제품 개발 사업에 선정되면서 K방산이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미국에 본격 진출할 기회를 잡았다. 사진=김민석 제공

미국은 항상 자유무역을 중시하지만, 방위사업 시장의 무역 장벽은 매우 높고 튼튼하다. 오직 자국이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무기체계에만 선택적으로 문을 열어준다. 영국이 개발했지만 미국이 대량으로 운용한 AV-8B 해리어(Harrier) II 정도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해외 국가의 미국 무기 수출 사례로 꼽힌다.

물론 이번 한화에어로와 미 육군 사이의 계약 규모는 크지 않다. 기본 계약금액은 1억 302만 9610달러이며, 옵션 행사 시 누적 최대 2억 6290만 3274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이 숫자에 얽매이면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이 시제품 계약이 향후 최대 498문, 사업 규모로는 약 67억 달러(약 10조 원)에 달하는 양산 사업의 첫 관문이라는 점이다.

이번에 미국 수출에 성공한 K9MH(K9 Mobile Howitzer)는 전 세계 궤도형 자주포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한 K9 계열의 화력체계를 체코 타트라(Tatra) Force 8×8 차륜형 차체에 접목한 모델이다. 궤도형 자주포는 화력과 방호력에서 강점을 갖지만, 도로 기동 속도와 정비 부담에서는 차륜형에 뒤진다. 한화는 K9의 검증된 155밀리미터 사거리와 사격통제체계는 그대로 가져오고, 하부 구조만 트럭형 차체로 바꾸는 절충안을 택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어느 트럭에나 탑재하기 쉽도록 K9A2 자주포의 포신과 구조, 자동장전장치를 하나의 포탑에 통합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차체에 탑재가 가능해졌고, 유지·보수 측면에서도 수리가 쉬워져 가동률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K9MH의 검증된 성능과 빠른 납기, 신뢰성 외에도 미국이 자주포에 기대하는 요구 조건은 여러 가지다. 먼저 사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신형 58구경장 장포신 장착이 필요하다. 포탄 역시 기존 재래식 포탄 외에 미 육군이 요구하는 80km 이상 초장거리 사격을 위해 램제트 포탄 등 미래형 탄약의 통합이 필요하며, 심지어 155mm 포탄을 활용해 순항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하는 저비용 대공시스템으로 자주포의 역할을 확장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렇다면 K9MH는 이런 미 육군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마이크 스미스(Mike Smith) 한화디펜스USA COO 겸 지상체계부문 사장은 “차륜형인 K9MH는 향후 궤도형 전력으로 확장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하며, 미래전을 위한 여유 설계가 반영돼 있다”고 밝혔다. 시제품 단계인 차륜형 모델이 향후 궤도형 파생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스미스는 “이런 능력을 갖추면 그 싸움은 공정한 싸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표현으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는 미 육군이 현재 모색 중인 신형 포탄이나 기능을 이미 준비하고 있거나, 요구가 있을 경우 빠르게 통합할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한 답변으로 판단된다.

K9MH의 ‘500대 미국 수출’을 위한 또 하나의 숙제는 미국의 포탄 공급 능력을 확충하는 것이다. 미 육군과 정부는 이번 자주포 사업과 포탄 공급 문제 사이의 직접적인 관계를 인정하지 않지만, 최근 미국이 155mm 포탄 부족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최근 미국 언론들은 미국 최대 포탄 생산업체 GD사가 검증되지 않은 튀르키예제 포탄 생산설비를 도입했고, 이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계획보다 포탄 생산량이 부족하다는 점을 연일 비판하고 있다. GD사 공장은 2025년 8월 3개의 포탄 생산라인 중 두 개를 중단했고, 5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음에도 아직 포탄을 정상적으로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미국의 K9MH 도입 결정에는 한화의 포탄 생산 능력까지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이 있다.

미군은 포병에 관심이 없고 공군에만 신경 쓴다는 고정관념이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미국은 포병 화력으로 대한민국을 구한 적이 있다. 밴 플리트 장군은 막대한 포병 화력으로 중국군의 인해전술을 격멸하며 ‘밴 플리트 탄약(Van Fleet ammunition)’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당시 서울 광화문에서 마포 한강변까지 야포 400문을 일렬로 배치하고 3일 밤낮 동안 포격을 가하는 작전을 통해 30만 발의 포탄으로 수도 서울을 지켜냈다.

이제 미국이 우리를 위해 투자한 포병 화력과 포탄을 우리가 갚아줄 때가 왔다. K9MH의 시험 수출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시험평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 우리 자주포가 미 육군의 표준형 자주포로 자리 잡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김민석은 미국 워싱턴에 본사를 둔 에비에이션 위크(Aviation Week)의 한국 특파원이자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 국방일보 등 여러 매체에서 방위산업·국방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달란트 투자’, ‘신사임당’, ‘경제한방’, ‘증시각도기’, ‘와이스트릿’ 등 경제·시사 유튜브 채널과 KFN TV ‘리얼웨폰 K’, ‘디펜스 프라임’에 출연해 국제정치와 방위산업 현안을 진단해왔다. 저서로 방위산업 투자 안내서 ‘K-방산에 투자하라’가 있다.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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