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국감장에서 대중문화교류위원회가 추진하는 ‘패노메논’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한국판 코첼라’를 목표로 한 초대형 글로벌 K컬처 축제라는 콘셉트만 부각되는 경향이 있는데, 패노메논의 궁극적인 모델은 어떤 것일까. 위원장인 박진영 JYP 대표가 강조하는 K팝의 성장 한계를 극복할 방안과는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K팝은 한국의 팝 음악을 뜻하지만 사실상 민간 기업이 주도한다. K팝을 찾아 한국에 온 세계 팬들이 마주하는 것은 통합적인 공간조차 없는 현실이다. 개별 소속사 건물에 찾아가야 하고, 전체적으로 K팝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적 콘텐츠가 없다. 국내가 이러하니 해외는 말할 것도 없다. 장소성에서도 콘텐츠 차원에서 실망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K팝이 국가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지만 실상 국가권력이나 정부와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K팝은 민간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음악 상품과 문화 서비스에 토대를 둔다. 아티스트들은 소속사를 중심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획사들이 K팝을 내세워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한미 합작 그룹을 만들거나 아예 미국 팝 그룹을 배출하는 상황에 이른다. 그런데 이 같은 외연 확장이 거꾸로 K팝의 정체성에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맥락에서 주요 기획사가 통합적 행보를 보인다면 시너지 효과는 물론 내적인 외연 확장 효과를 기할 수 있다. 내부에서 결집해 전 세계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이 중심이 되는 K음악 페스티벌로 KCON이 있다. KCON은 2012년 시작된 K팝 콘서트로 해외에서 행사를 연다. 이를 주도하는 것은 기획사들이 아니라 대기업인 CJ ENM이다. 이와 달리 패노메논은 국내 4대 기획사 중심이다. K팝 음악 기획 제작사이자 소속사가 주역이다. 여기에 정부의 공적 토대와 지원이 더해져 한국을 대표하는 K팝 행사가 되는 셈이다.
무엇보다 K팝만의 정체성을 심화한다. 패노메논은 K팝의 중요한 특징을 ‘팬’에 둔다. 그들을 단지 소비자나 객체로 여기지 않는다. 패노메논(FANOMENON)이라는 말 자체가 ‘팬(Fan)’과 ‘현상(Phenomenon)’이라는 단어를 결합해 만든 신조어다. 팬이 만들어내는 문화적 현상에 초점을 두는 것. 팬이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K컬처의 중심이 된다는 뜻이다.
패노메논은 서울아레나와 고양 킨텍스 등을 중심으로 K팝 공연과 팬덤 시상식, K컬처 전시·체험 행사가 함께 열릴 예정이다. 특히 팬덤 시상식인 ‘패노메논 어워즈’가 차별화 포인트로 작동할 것이다. 1년 동안 가장 열정적이고 뜨거웠던 ‘톱10 팬덤’을 분야별로 선정, 아티스트가 팬덤을 대신해 상을 받는다. 가수들에게 상을 주고 팬들은 수동적으로 참여하거나 관중에 머물던 기존 방식과는 다르다. 그야말로 팬이 상을 받는 주역이 되는 것이다.
이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다. 산업 종사자나 전문가가 중심인 그래미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포맷이다. 음악의 향유와 평가 방식이 이제 달라져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창의적, 혁신적이고 K팝의 정체성에도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K팝과 팬덤 세계의 중심에 한국이 자리하게 된다.
그 이후도 중요하다. 이른바 K컬처 센터를 구축하는데, 이 공간은 해외 공연과 K콘텐츠 전시 참여에 상시 활용된다. 그동안 일시적으로 공연하거나 팝업 스토어를 열었던 것과 다른 항구적인 장소성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K팝을 중심으로 한 K콘텐츠의 영향력 확장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다만 여기에는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만큼 투명성을 지켜야 한다.
대중문화교류위원회는 독특한 성격으로 인해 이미 논란이 예정되어 있었다. 일반적으로 위원회는 전문가 자문 기구로서 사업 실행의 주체가 아니다. 반면 대중문화교류위원회는 관련 콘텐츠 업계가 참여한 사업의 주체다. K팝 대기업들이 모여 법인을 구성하고 정부 지원을 받는 패노메논 사업이 추진될 수 있었던 이유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상표권 등록과 향후 수익 배분 문제다. 민관 협의체에서 수익 배분 계약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패노메논(FANOMENON)은 신조어이기 때문에 국내외에서 선제적으로 상표권을 등록할 필요가 있어 JYP에서 출원했다. 다만 향후 4대 기획사가 행사 전담 법인을 설립하면 정부와 공동으로 상표권 지분을 50%씩 보유한다. 또 전담 법인에서 발생한 수익은 다음 행사에 전액 재투자한다.
중요한 것은 공공성을 확보해 장기적으로 K팝의 외연을 키우는 것이다.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패노메논이 공공성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K팝을 중심으로 음식·뷰티·패션·게임·웹툰까지 한 곳에 모으는 초대형 K컬처 행사라고 하니, 최대한 다양한 콘텐츠 기업들이 수혜를 보게 해야 한다. 영세한 콘텐츠 기업들이 세계에 나아갈 교두보 역할을 해줘야 한다.
아울러 패노메논의 수익을 재투자의 마중물이자 토대가 되도록 한다는 약속을 투명하게 지켜나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한두 번 행사를 해서 성과가 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여야가 모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