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25년 5월 27일 하이브는 2000억 원 가치를 지닌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전량을 텐센트 산하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텐센트뮤직)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221만 2237주(9.38%)를 주당 11만 원에 넘겨 총거래 규모는 2433억여 원에 달했다. 앞서 하이브가 2023년 2월 SM 경영권 인수 경쟁에서 취득한 지분을 모두 텐센트에 넘긴 것이다.
텐센트가 SM 지분을 확보한 것이 갑작스런 일은 아니었다. 텐센트뮤직은 큐브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주요 기획사의 음원을 중화권에 유통하는 형태로 K팝 업계와 협업해왔고 이들 기획사의 지분 확보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텐센트는 자회사를 통해 YG엔터테인먼트(4.30%), 카카오엔터테인먼트(4.61%) 등 K팝 관련 대기업의 지분을 점차 확보했다.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을 소유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3대 주주이며, K팝의 본가라고 할 수 있는 SM엔터테인먼트의 2대 주주다. 물론 SM은 중화권의 영향력 확대를 기대할 것이다.

지난 22일과 23일 홍콩 카이탁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TME 라이브 인터내셔널 뮤직 어워즈(2026 TIMA)’에서 일정 정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시상식 주체가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그룹(TME)이었기 때문이다. 국내 언론에서는 텐센트 시상식에서 에스파 등 K팝 그룹이 대거 수상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매우 기뻐할 만한 일로 보인다. 다만, 그래미 어워즈의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 신설과 방탄소년단의 출품 거부로 인한 논란을 생각한다면 짚어볼 점들이 있었다.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 먼저 TIMA 시상식은 해외 가수만을 대상으로 한다. ‘올해의 해외 그룹상’, ‘올해의 베스트 해외 걸그룹’, ‘올해의 베스트 해외 보이그룹상’, ‘해외 인기 그룹상’, ‘해외인기 무대’ 등 해외라는 이름이 붙는 이유다. 즉 K팝을 위시한 다른 나라 가수들을 중화권 가수와 분리해 해외로 묶어 따로 시상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해외 가수 시상식 정도가 된다.
K팝과 관련해서는 따로 부문을 만들었다. ‘글로벌-K 아티스트’, ‘멜론 뮤직 초이스’ 등 2개 부문을 만들었는데 멜론이 연계한 부문 신설이었다. 멜론은 2021년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흡수 합병했다. 즉 텐센트가 3대 주주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멜론과 연계한 사업의 일환이다. 수상자의 배경이 어떨지 짐작이 가는 대목인데 실제로 그랬다.
2026 TIMA에서 최다 수상한 그룹은 에스파였고,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는 수상자 명단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에스파는 ‘올해의 베스트 해외 걸그룹’과 ‘올해의 베스트 디지털 EP’를 받았고, 멤버 4명의 솔로곡이 ‘올해의 10대 해외 히트곡’에 꼽혀 모두 6개의 상을 받았다. 중화권에서 인기 있는 그룹인가 싶겠지만, 소속사가 SM엔터테인먼트다. 이 외에도 SM 소속 8팀이 참석해 상을 받았다. 슈퍼주니어는 ‘올해의 가장 영향력 있는 해외 그룹상’, 소녀시대 태연은 ‘올해의 가장 영향력 있는 해외 가수상’, NCT 태용은 ‘올해의 스타라이트 아티스트상’을 받았다. 웨이션브이는 ‘아시안 아이콘 그룹상’, 라이즈는 ‘트렌딩 해외 그룹상’, NCT 위시(NCT WISH)는 ‘브레이크스루 해외 그룹상’, 하츠투하츠는 ‘라이징 해외 그룹상’을 받았다. 신구 아티스트들을 골고루 안배한 셈이다.

물론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나 아티스트만 수상을 한 것은 아니었다. 스트레이 키즈(JYP)는 ‘올해의 해외 그룹상’, 아이브(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해외 인기 그룹상’을 받았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하이브)는 ‘올해의 베스트 해외 보이그룹상’을 수상했으며, 멤버 연준은 솔로로 ‘브레이크스루 해외 가수상’까지 받아 2관왕을 기록했다. 키키(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멜론 뮤직 초이스’, 베이비몬스터(YG엔터테인먼트)는 ‘글로벌 아이콘 그룹(Global Icon Group)’ 부문, 앤더블(YH 엔터테인먼트)은 ‘가장 기대되는 글로벌 그룹 수상’, 알파드라이브원(웨이크원)은 가장 인기 있는 뉴글로벌 그룹(The Hottest New International Group)’ 부문에서 수상했다. 버추얼 그룹 플레이브(블래스트)는 ‘해외 인기 무대상’, 에반(하이브-빌리프랩)은 ‘글로벌 케이 아티스트상’ 등을 받았다.
많은 K팝 아티스트와 팀이 수상 기회를 얻은 것은 분명하다. 긍정적인 점은 신예들과 중소 기획사 소속 가수들이 해외에서 인정받고 수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상식의 권위와 수상의 가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시상식은 이미 해외 가수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 노래들과 대등하게 경쟁하고 평가한 것이 아니었다. 한한령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고육지책일 것이다. 다구나 텐센트와 이해관계가 깊을수록 수상 가능성이 컸다. 결국 공정한 경쟁과 수용이 아니라 이익을 위해 시상식이 열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미국 그래미와 대동소이하다. 그래미는 겉으로 개방성을 말하지만 속으로 폐쇄적이고, 중국은 선을 분명히 그어놓았다. 곰은 재주가 넘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는 점에서 중국이나 미국이나 같은 것이다. K팝 팬들이 항상 마음 아파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K팝을 제대로 평가할 세계관과 시스템을 갖춘 곳은 없다. 결국 K팝이 스스로 신뢰와 권위를 가진 시상식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이는 한국 스스로 만들어가야 할 길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