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6월 28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국방 드론-대드론 발전정책을 발표하면서 일명 ‘한국형 루카스(K-LUCAS)’ 개발을 천명했다. 안 장관은 “과거에는 소수의 고가 무기체계가 전장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저비용 드론이 대량으로 운용되며 전쟁 양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며 “북한 역시 다양한 무인기 전력을 지속 발전시키고 있으며 우리 군의 군사시설, 국가중요시설 및 민간시설에 대한 위협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미사일이나 전투기 같은 고가 무기체계 대신 저렴한 드론을 공격 용도로 대량 배치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으로, 언론들은 이를 실전에 투입된 미국의 루카스 드론을 한국화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루카스(LUCAS, Low-cost Uncrewed Combat Attack System) 드론은 미국 애리조나주 기반 방산 스타트업 스펙터웍스(SpektreWorks)가 개발한 무인기다. 이란이 사용하는 샤헤드(HESA Shahed-136) 자폭드론을 미국이 복제해 이번 이란 공습 작전인 ‘에픽 퓨리’(Epic Fury) 작전에 투입하면서 유명해졌다. 샤헤드 드론 역시 이스라엘의 하피(IAI Harpy)를 모방·복제한 것이니, 루카스는 ‘복제의 복제품’이고 K-루카스는 이를 다시 모방하는 셈이다.
여기서 한국형 루카스가 성립하기 위한 핵심 조건은 ‘가성비 확보’에 있다. 일반적인 순항미사일이 미화 100만~300만 달러인 데 비해, 샤헤드는 2만 달러 내외, 미국 루카스 드론은 3만 5000달러로 알려지며 ‘엄청난 가성비’로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7월 30일 방위사업청이 주최한 ‘국방과학기술 대제전’에서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개발한 중형자폭무인기 시제기 M-1의 가격은 약 10억 원에 달했다.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70만 4000달러 수준이니, 이대로라면 한국형 루카스는 원조 루카스보다 20배 이상 비싼 셈이고 가성비 확보는 물 건너간 것처럼 보인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사실 답은 의외로 간단하면서도 심오하다. 루카스 드론의 가격이 3만 5천 달러, 한화 약 4900만 원이라는 자료 자체가 틀렸을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우선 ADD가 개발한 중형자폭무인기 M-1을 살펴보자. 위성 고속 데이터 통신인 원웹(OneWeb) 수신기로 실시간 조종이 가능하고,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컴퓨터인 젯슨(Jetson Orin NX)을 탑재한다. 엔진은 영국 UAV Engines Ltd.(UEL)가 제작하는 UEL AR741 로터리 엔진을 쓰는데, 이 엔진 하나의 가격만 5만 달러, 한화 약 6천만 원을 넘어선다.
여기에 자체 개발한 특수 탄두 및 탐색기, 비행시험용 시제품 제작과 시험비행, 인건비와 재료비까지 더하면 대당 10억 원이라는 가격은 오히려 당연한 결과다. 그렇다면 미국의 루카스 드론은 왜 이렇게 저렴한 걸까.
사실 미국 정부는 루카스 드론의 정확한 가격을 공개한 적이 없고, 개발비도 알려진 바가 없다. 제작사가 부품을 어디서 구해 어떻게 생산했는지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여러 언론이 루카스 드론의 가격이 원본인 이란제 샤헤드 드론과 비슷할 것이라고 ‘추정’한 내용이 널리 퍼졌을 뿐이다.
루카스 드론은 일반적으로 샤헤드 드론과 기체 구조 및 비행성능이 동일하고, 여기에 위성통신용 스타링크 안테나와 AI 컴퓨터 모듈을 장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루카스 드론이 샤헤드와 가격이 비슷하려면 샤헤드와 동일한 부품을 쓰는 수밖에 없다. 즉 미국의 루카스 드론이 정말 저렴하다면, 대량의 중국산 부품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일례로 미국 루카스 드론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 데저트 에어크래프트(Desert Aircraft)사의 DA 엔진 215cc는 미국산 R/C 무선조종항공기용 엔진이지만, 실제 생산은 중국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엔진 외에도 루카스 드론은 여러 부분에서 ‘무늬만 미국산’이거나, 중국산 부품에 원산지만 바꿔 단 것일 가능성이 크다. 가격 측면에서 미국이 루카스 드론을 위한 독자 부품을 개발하면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뿐 아니라, 제작사인 스펙터웍스는 애초에 그런 부품 개발 능력을 갖춘 회사가 아니다.
실제로 미국의 스타트업 조회 서비스 로켓리치(RocketReach)는 스펙터웍스의 임직원을 2024년 기준 16명으로 추정한다. 이 정도 규모의 스타트업이 미군에 드론을 공급한다는 것은, 결국 중국산 부품을 이곳저곳에서 사 모은 뒤 하청에 재하청을 주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미국의 루카스 드론, 그리고 우리의 M-1 드론이 진짜 비교해야 할 상대는 원조인 이스라엘 IAI의 하롭(HAROP) 무인기다. 하롭 무인기는 루카스나 M-1처럼 800km 이상 비행이 가능하고 영상 데이터를 통한 정밀 타격 능력을 갖췄으나, AI 기능이나 위성통신 기능은 없다. 이 드론의 수출 단가가 약 10억 원대다.
그렇다면 우리의 K-루카스는 현실을 인정하고 대당 10억 원대 드론을 생산해야 하는 걸까. 근본적인 대안은 중국산 부품 사용을 최소화하거나 우회할 방법을 찾아, 비용과 시간이 들더라도 우리 손으로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부품 국산화에 도전하는 것이다.
다행히 한국은 아직 제조업 기반이 남아 있어, 정부가 큰 관심과 투자를 기울인다면 기존 드론업체는 물론 관련 산업에서도 저렴하면서 중국 공급망에서 독립적인 드론 부품을 생산할 수 있다. 국산 비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역량을 활용해 중국산 칩에 의존하지 않는 드론 비행제어용 AI NPU를 개발하고, 저가형 위성통신 안테나와 저가형 2행정 왕복엔진 개발을 병행한 뒤, 드론 업체들이 대량생산에 나설 수 있도록 기술지원과 설비투자를 지원한다면 어떨까. 당장은 비용이 들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문제에서 벗어난 국산 부품으로 중국·이란산 드론과 가성비 면에서 경쟁할 수 있는 자폭드론을 만들 수 있고, 나아가 미국 등 동맹국도 우리 드론 부품을 구매하게 되면 규모의 경제까지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루카스’라는 구호는 간단하지만 쉽게 달성하기는 어렵다. 단순히 보여주기용 ‘10억 원짜리 시제품 드론’을 만들며 성과를 자축하거나, 개발 능력이 부족한 해외 국방 스타트업을 무작정 부러워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현실을 인정하고 부품 국산화에 나서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