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한국 문화 상품, 이른바 K컬처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해왔다. 대선 공약으로 문화 수출 50조 원 시대를 내세웠고, 최근에는 “문화는 미래 산업의 핵심”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정부의 노력 덕분인지 올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급증세다.
이처럼 세계에서 K컬처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문화·여가 생활의 빈부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취업 시장이 얼어붙고, 물가가 오르고, 부동산 가격마저 급등하면서 심각해진 경제적 양극화가 문화·여가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9월 7일 프랑스 국빈방문 중 영화계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바뀐 이후 K콘텐츠에 대한 접근 방식과 사고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지금 정부는 미래산업의 핵심이 문화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문화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K컬처는 최근 순풍을 만난 배처럼 순항 중이다. 올해 상반기 K팝 음반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5% 늘어난 3823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K푸드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19일 빠른 9월 10일에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급증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8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동기 대비 21.6% 늘어난 1505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8월 방한객은 225만 명으로, 월 단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올해 1~8월 관광 분야에서 사용한 카드 소비액도 14조 18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8.5% 급증하며 집계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처럼 한국 문화를 느끼기 위해 한국 제품을 소비하거나 한국을 찾아 즐기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문화·여가 생활의 빈부 격차가 극심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5분위 가구(소득 상위 20%)의 올해 1분기 소비지출은 월평균 556만 5601원으로, 1분위 가구(소득 하위 20%)의 145만 7047원보다 3.8배 많았다.
이러한 소비지출 격차는 문화·여가 생활에서 더욱 벌어졌다. 오락·문화 지출액은 5분위 가구의 경우 월평균 41만 1015원이었던 반면 1분위 가구는 6만 1942원으로 격차가 6.6배나 됐다. 문화예술관람이나 스포츠 경기 관람, 동영상 콘텐츠 시청 등 오락이나 문화에서 누리는 차이가 큰 셈이다.
또 관광의 영향이 큰 음식·숙박 지출액도 5분위 가구는 78만 6839원이었던 반면 1분위 가구는 17만 2081원으로 4.6배 차이가 났다. 교통·운송 지출액의 경우 5분위 가구는 81만 8747원으로, 1분위 가구의 6만 1942원보다 13.2배나 높았다. 소득이 적다 보니 국내 여행도 버거운 셈이다.
여가활동을 하더라도 소득수준에 따라 그 질이 달랐다. 국회미래연구원과 국가데이터처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문화예술관람과 문화예술활동, 관광 등 적극적 여가활동은 소득 수준이 높은 가구일수록 즐기는 비중이 높았다. 월 소득 200만 원 미만 가구의 경우 이러한 적극적 여가활동을 평일에 다른 사람과 함께 한다는 비중이 5.1%에 불과했던 반면 월 소득 600만 원 이상인 가구의 경우 평일에 다른 사람과 한다는 비중이 20.0%로 4배나 높았다.
적극적 여가활동을 주말에 다른 사람과 함께 한다는 비중도 월 소득 200만 원 미만 가구는 15.5%인데 비해 월 소득 600만 원 이상 가구는 이보다 2배가량 높은 30.5%였다.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경제적 제약으로 인해 여가 활동의 내용과 질도 나쁜 것이다.
소득 수준이 낮으면 외출 자체가 줄어드는 경향도 나타났다. 외출 횟수를 점수화(1점=거의 외출하지 않음~6점=주 5일 이상 외출)한 조사에서 월 소득 200만 원 미만인 가구의 경우 외출 횟수 점수가 5.0점이었으나 월 소득 600만 원 이상 가구의 경우 5.7점으로 높아졌다. 외출 횟수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고립된 삶을 산다는 의미로, 단체 생활이나 여가활동이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