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일본계 투자그룹을 표방하는 넥스록그룹(The NEXROC Group)과 SVCV가 JYP엔터테인먼트(JYP) 지분을 최대 50% 공개매수하겠다고 돌연 발표했다. 실제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최대주주인 박진영 JYP 창의성총괄책임자(CCO) 측 지분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규모다.
문제는 정작 JYP가 “지분 인수 관련 제안을 받은 바 없다”고 밝히면서다. 공개매수를 예고한 넥스록과 SVCV는 매수가격 산정 기준이나 최종 가격,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개매수 계획을 먼저 언론에 알렸다.
두 회사의 공개자료를 살펴보면 관계도 단순하지 않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는 최근 ‘NEXROC SVCV, Inc.’라는 이름의 법인이 5000만 달러 규모 증권 발행 신고서를 제출했다. 해당 법인이 SEC에 신고한 과거 명칭에는 ‘SVCV, Inc.’와 ‘THE NEXROC GROUP’ 등이 함께 등장한다. 다만 넥스록 자체 자료에서는 NEXROC Group을 모회사, SVCV를 산하 플랫폼으로 설명하고 있어 두 회사의 정확한 법적 관계는 공개자료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JYP는 “제안 받은 적 없다”…공개매수 계획부터 발표
넥스록과 SVCV는 지난 26일 국내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JYP 지분 인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인수 목표는 JYP 발행주식의 25~50%이며 이르면 오는 11월 20일 공개매수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두 회사는 기준주가에 30%의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기준주가를 어떻게 산정할지와 최종 공개매수가격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공개매수에 앞서 JYP에 비구속적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고 약 30일 동안 협상하겠다는 일정도 제시했다.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후 공개매수 진행 여부와 조건을 다시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JYP의 설명은 달랐다. JYP는 같은 날 “당사 지분 인수 관련 제안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넥스록과 SVCV가 향후 LOI를 전달한다는 계획인지, 이미 전달했다는 의미인지 보도 과정에서 표현도 엇갈렸다. 적어도 26일 밤 JYP가 공식 입장을 밝힐 때까지 회사가 인수 제안을 받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공개매수 방식도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일반적으로 경영권을 노린 공개매수는 매수 가격과 수량, 기간, 자금조달 계획 등을 구체화한 뒤 공시와 함께 진행한다. 사전에 계획이 알려지면 대상 회사의 주가가 올라 공개매수자의 자금 부담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실제 공개매수 목표일보다 약 한 달 앞서 계획부터 외부에 공개됐다. 넥스록 측이 배포한 자료에는 공개매수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며 예상 가격과 일정 역시 확정된 거래 조건이나 이행을 보장하는 약정이 아니라는 취지의 면책 내용도 담겼다. 국내 M&A 업계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JYP는 26일 KRX 정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2.31% 내린 3만 6000원에 마감했지만 공개매수 소식이 알려진 뒤 애프터마켓에서는 4만 2150원까지 올랐다. 이는 전 거래일 기준가 3만 6850원보다 14.38%, 이날 정규장 종가 3만 6000원보다는 17.08% 높은 가격이다. 장중에는 한때 4만 4000원까지 올랐다.
27일 오전에도 NXT에서는 전 거래일 기준가를 크게 웃도는 가격에 거래됐다. 다만 전날 애프터마켓 종가보다는 낮은 수준이어서 공개매수 발표 직후 나타난 급등세가 그대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30% 프리미엄이면 최대 8300억 원 필요
실제로 공개매수에 나선다면 필요한 자금도 상당하다. JYP의 발행주식은 3553만 2492주다. 26일 KRX 정규장 종가 3만 6000원을 적용하면 시가총액은 약 1조 2792억 원이다. 공개매수 측이 밝힌 대로 이 가격에 30% 프리미엄을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주당 매수가는 4만 6800원이 된다.
이 가격으로 발행주식의 25%를 사려면 약 4157억 원, 50%를 매입하려면 약 8315억 원이 필요하다. 다만 넥스록과 SVCV는 기준주가 산정 방식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필요한 자금은 달라질 수 있다.
일부 보도에서 인수금액이 약 7500억 원으로 거론된 것은 공개매수 발표 뒤 JYP 시가총액이 약 1조 5000억 원 수준으로 올라간 상황에서 지분 50% 가치를 단순 계산한 것이다. 실제 공개매수가격에 30% 프리미엄이 적용된다면 필요한 자금은 기준주가에 따라 이보다 커질 수 있다.
지분 25%만 확보해도 JYP 지배구조에는 상당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 JYP 공시에 따르면 박진영 CCO는 JYP 주식 546만 2511주, 15.3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정욱 대표이사 0.41%, 변상봉 부사장 0.04%를 합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총 562만 2390주, 15.82%다.
따라서 넥스록 측이 하나의 인수 주체로 실제 25% 이상을 확보한다면 현재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보다 많은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다만 지분 25% 확보만으로 곧바로 경영권을 확보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SEC에는 ‘NEXROC SVCV’…두 회사 관계는 복잡
그렇다면 JYP 지분을 최대 절반까지 사들이겠다고 나선 넥스록과 SVCV는 어떤 회사일까. 넥스록 홈페이지는 그룹을 일본과 중국을 기반으로 한 다각화 투자·지주 플랫폼이라고 소개한다. 지난 8월 공개한 투자자 서한에서는 조직 재편을 마쳤다며 최종 그룹 구조를 ‘NEXROC Group-모회사, NEXROC Inc.-자산운용, SVCV Inc.-지주회사, NEXLIFE Group-보험·연금’ 등으로 소개했다.
넥스록은 지난 9월 자체 보도자료에서 SVCV를 2027년 출범을 준비하는 문화 복합기업으로 설명했다. 기관투자자와 전략적 파트너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럭셔리·패션·엔터테인먼트 분야 여러 브랜드와 인수 및 제휴를 논의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다만 이는 넥스록 측의 자체 설명으로, 구체적인 기관투자자 명단이나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SEC 자료에서는 두 이름의 관계가 더욱 복잡하게 나타난다. 지난 19일 서명돼 SEC에 제출된 Form D를 보면 신고 법인 이름은 ‘NEXROC SVCV, Inc.’다. 뉴욕주에서 2024년 설립됐다고 기재됐으며 이전 회사명으로 ‘SVCV, Inc.’, ‘SVCV Group Inc’, ‘THE NEXROC GROUP’, ‘Nexroc Group’, ‘NEXROC Group’ 등이 올라 있다.
공개매수 발표에서는 넥스록과 SVCV가 별도 주체처럼 소개됐지만 미국 신고자료에서는 두 이름이 동일 법인의 과거 명칭으로 함께 등장하는 셈이다. 다만 넥스록 자체 자료에서는 NEXROC Group을 모회사, SVCV를 산하 플랫폼으로 설명하고 있어 공개된 SEC 자료만으로 현재 두 조직이 법적으로 동일한 회사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해당 법인이 SEC에 신고한 연간 매출 규모는 100만 달러 초과 500만 달러 이하 구간이다. 역시 NEXROC SVCV, Inc.라는 신고 법인이 스스로 기재한 수치로, 넥스록 전체 그룹의 매출이나 자산 규모를 의미하지 않는다. SEC 역시 Form D에 기재된 정보의 정확성과 완전성을 자체 검증한 것은 아니라고 명시한다.

SEC 신고서엔 5000만 달러 ‘판매’…실제 자금력은 미확인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공개매수 자금이다. NEXROC SVCV, Inc.가 SEC에 제출한 Form D에는 총 5000만 달러 규모의 증권 발행이 기재돼 있다. 최초 판매일은 지난 12일이며 신고서상 총 발행 예정액과 판매액은 모두 5000만 달러, 잔액은 0으로 적혀 있다. 증권 종류는 부채와 다른 증권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로 신고됐으며 인수·합병 등 기업결합 거래와 관련됐다는 항목에도 ‘예’라고 표시했다.
다만 이 신고서만으로 5000만 달러가 실제로 납입됐거나 JYP 공개매수를 위한 자금이라고 확인할 수는 없다. 같은 신고서에는 투자자 수가 0명으로 기재돼 있어 문서 자체만으로 자금 유입 구조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Form D는 미국 증권법상 등록 면제를 이용한 증권 발행에 관해 발행인이 SEC에 제출하는 신고서다. SEC가 해당 자금의 실제 납입 여부나 신고 내용의 정확성을 검증해 보증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따라서 현재 공개된 SEC 자료만으로 넥스록 측이 JYP 공개매수에 필요한 수천억 원의 자금을 이미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넥스록은 자체 투자자 홈페이지에서 훨씬 큰 자금조달 능력을 제시한다. 초기 자본 5억 달러, 증권·인수금융 20억 달러, 리볼빙 신용한도 5억 달러 등을 합쳐 30억 달러 규모의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페이지에는 이 숫자가 ‘예시적 프로그램 규모(illustrative program capacity)’라고 명확하게 적혀 있다. 금융기관의 승인이나 실행된 약정, 실제 자본조달 실적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붙었다. 넥스록이 홈페이지에 제시한 30억 달러를 현재 동원 가능한 확정 자금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향후 2년 목표로 제시한 보험 운용자산 50억 달러, 유동자산 운용규모 150억 달러, 매출 10억 달러 등도 마찬가지다. 넥스록 스스로 실제 실적이나 확정 운용자산이 아니라 경영진이 설정한 미래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결국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넥스록과 SVCV가 JYP 지분 25~50%를 사들이는 데 필요한 수천억 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확인하기 어렵다.
실제 공개매수가 시작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공개매수자는 공개매수가격과 수량, 기간뿐 아니라 매수자금의 조성 내역도 공개매수신고서에 기재해야 한다. 자금을 빌린 경우에는 차입처 등 구체적인 조달 구조도 공개 대상이다.
넥스록 측이 제시한 11월 20일 일정대로 공개매수가 현실화한다면 지금까지 불분명했던 실제 자금조달 능력도 검증대에 오르게 된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JYP 지분을 최대 절반까지 사겠다’는 넥스록 측의 발표와 ‘아무런 지분 인수 제안을 받지 않았다’는 JYP의 입장이다. 공개매수 가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넥스록 홈페이지가 제시한 대규모 금융 프로그램 역시 실행된 금융약정이 아니다.
공개매수 계획 발표만으로 JYP 주가가 크게 움직인 만큼, 앞으로 관건은 넥스록과 SVCV가 실제 공개매수신고서를 제출하고 수천억 원 규모의 자금조달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