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빛과 색채를 탐구하는 작가 정희경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속삭이는 빛-Whispering Light’이라는 제목으로 오는 11월 22일까지 경기도 용인 한국미술관에서 작품 40여 점을 선보인다.
정희경 작가는 ‘속삭이는 빛’이라는 주제로 오랫동안 빛과 색채를 그려왔다. 그의 작품 세계는 크게 두 가지 경향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어둠 속에서 서서히 떠오르는 원형의 빛을 통해 빛의 생성과 감정의 울림을 표현한 작업이며, 둘째는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는 색의 리듬을 통해 빛의 질서와 명상적 아우라를 탐구한 작업이다.

작가는 캔버스를 깊고 어두운 남색으로 칠한 뒤 해면 스펀지에 아크릴 물감을 묻혀 보라, 자홍, 노랑, 청록 등의 다채로운 색점을 층층이 찍어 올린다. 이 작업을 반복함에 따라 색은 겹겹이 쌓이고 깊어지면서 은은한 빛이 서서히 떠오른다. 그 빛은 이지러졌다 차오르는 달처럼 보이기도 하고, 내리쬐는 햇빛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정적인 동시에 동적이다. 다만 빛은 강렬하지 않고 속삭이듯 조용히 관람자에게 다가온다. 말 그대로 ‘속삭이는 빛’이다.
그의 작품은 구체적인 형상이나 이야기를 표현하기보다 점과 색면, 반원과 타원, 곡선과 대각선 등의 절제된 조형 언어로 화면을 구성한다. 추상적인 형태와 공간을 남겨둠으로써 관람객이 내면의 풍경을 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어둠 속에서 은은히 떠오르는 빛의 흐름과 고요하면서도 강렬하게 다가오는 내면의 파장을 절제된 예술 언어로 담아낸 작품들을 선보인다. 회화와 동영상 작품을 통해 빛을 주제로 한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보여준다. 기존의 작품을 재해석한 시리즈도 선보인다. 무지개색의 다양한 색이 교차하고, 원기둥 단면 위에 잔잔한 빛이 퍼지는 작품들은 작가의 기독교적 영감에서 탄생했다. 이 작품은 미술전문지 ‘미술평단’ 2026년 봄호 표지를 장식했다.

해외 평단에서도 그를 주목하고 있다. 미국 미술 전문지 ‘아트 인 아메리카(Art in America)’ 전 편집주간이자 미술평론가인 리처드 바인은 정희경의 작품에 대해 동양미술의 조화와 명상성, 서양미술의 빛과 어둠의 역동성을 아우르며 빛을 통해 내면의 희망과 구원을 탐구하는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에 작가는 해외로도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뉴저지 파리스고 파인아츠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오는 10월에는 뉴욕 첼시에서 활동하는 엘가 위머(Elga Wimmer)의 큐레이팅으로 이탈리아 아스티 레지던시와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한다.

정희경 작가는 “지역민이 비구상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관객 각자 느끼는 대로 편하게 작품을 봐주면 좋겠다. 작품을 보고 마음이 정돈되고 정화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2026 박물관 미술관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10월 10일 오후 2시에 작가와 함께하는 초대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