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중앙그룹 콘텐츠 제작사인 SLL중앙은 2024년 12월 YG플러스와 신규 음악 레이블 ‘언코어(UNCORE)’의 설립을 공식 발표했다. 언코어는 설립 당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중앙그룹의 미디어 사업과 YG엔터테인먼트의 역량이 결합하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상당했다.
내부 기대감도 높았다. 언코어 설립 당시 SLL중앙 관계자는 “SLL중앙이 기존 드라마 제작 및 유통 중심 사업구조에서 글로벌 IP(지식재산권) 파워하우스로 성장하는 데 언코어 설립이 큰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음악 사업 역량을 내재화하고 후속 프로젝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아티스트를 확보하겠다”고 전했다.
SLL중앙은 YG플러스와 언코어를 함께 설립했다고 밝혔지만 YG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언코어 지분은 SLL중앙이 모두 갖고 있고, 임원들도 모두 중앙그룹 출신이다. 비즈한국은 관련 입장을 듣기 위해 언코어에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언코어는 2025년 4월 보이그룹 ‘클로즈유어아이즈’를 데뷔시켰다. 멤버는 JTBC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젝트 7’ 출신들이다. 클로즈유어아이즈는 틱톡 어워즈 뉴 웨이브 아티스트상, 코리아 그랜드 뮤직 어워즈 IS 루키상, 대한민국 문화연예대상 K팝상, 서울가요대상 신인상 등을 수상하며 순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중앙그룹 재무 위기로 인해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은 언코어가 그룹의 재무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생존하기 쉽지 않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언코어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515.18%에 달한다. 지난해 영업손실 76억 원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도 좋지 않다. 중앙그룹이 지원을 축소하거나 사업 계획을 변경하면 클로즈유어아이즈 활동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앙그룹은 지난 6월 중앙홀딩스, JTBC,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 등 계열사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언코어 모회사인 SLL중앙은 대상이 아니다. SLL중앙은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89.16%로 비교적 양호하고, 실적 면에서도 흑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어 상황이 나은 편이다.
그럼에도 현재와 같은 분위기에서 SLL중앙의 미래를 낙관할 수는 없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6월 SLL중앙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하향 조정하고, 기업어음 및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을 B+에서 C로 조정했다. 양희철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사업적으로 긴밀하게 연계된 JTBC, (SLL중앙의) 모회사인 콘텐트리중앙을 포함한 그룹 전반의 재무위험이 SLL중앙의 사업 및 재무적 측면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며 “중앙그룹 계열의 신용위험 확대는 동사의 자금조달 여건을 제약하고 회사로의 유동성 부담 전이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권혁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도 “중앙그룹은 주요 계열사 간 자금대여와 신용공여 등으로 재무적 연계성이 매우 높다”며 “단기화된 차입금 만기구조와 현금흐름 대비 과중한 차입금 부담으로 계열 전반의 자본시장 접근성이 약화됐으며 보유 자산을 활용한 자금조달 추진도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SLL중앙은 언코어 설립 당시 “프로젝트 7의 뒤를 잇는 방송 프로젝트와 자체 신인 개발을 통해 K팝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프로젝트 7은 2024년 12월 종영했는데, SLL중앙이 언급한 ‘프로젝트 7의 뒤를 잇는 방송’ 관련 소식은 아직까지 들리지 않는다. 후속 아티스트가 등장하지 않으면 언코어의 사업 확장에도 한계가 있다.
또 다른 변수는 SLL중앙 매각 가능성이다. SLL중앙의 최대주주 콘텐트리중앙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에 생존을 위해 SLL중앙을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이 꾸준히 흘러나온다. SLL중앙 경영권에 변화가 발생하면 향후 언코어 경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수자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관심이 없다면 언코어에 대한 지원도 줄어들 수 있다.
클로즈유어아이즈는 기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9월 말 발매를 목표로 새 앨범을 준비 중이며 콘서트 투어인 ‘비욘드 유어 아이즈’도 진행 중이다. 8월 23일에는 프로야구 시구에도 나섰다. 언코어 법인에 변화가 있더라도 클로즈유어아이즈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만큼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악의 경우 중앙그룹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철수하더라도 클로즈유어아이즈 정도라면 다른 기획사로 이적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재무 위기 상황에서도 언코어 사업을 지속할지는 중앙그룹의 선택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장기적 관점에서 언코어가 중앙그룹의 캐시카우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