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비즈한국

거기 가봤어?
유등으로 수놓은 야경과 낭만 즐기러 가는 진주

임진왜란 역사를 품은 유등의 향연부터 감각적인 노포와 핫플레이스까지…

[비즈한국] ‘진주’ 하면 떠오르는 건 논개다. 임진왜란 때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투신한, 호국충절의 상징인 의로운 기생 논개.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런데 요즘 영크크들은 야경과 낭만 즐기러 진주에 간단다. 지난 10월 3일 시작한 ‘진주남강유등축제’ 첫날엔 무려 18만5000여 명이 찾았다고. 궁금증이 도진 늙크크가 몸을 일으켜 진주로 향한 이유다. 

10월 3일부터 10월 18일까지 열리는 진주남강유등축제. 같은 기간 개천예술제와 코리아드라마피스티벌도 열려 많은 사람들이 진주를 찾는 시기이다. 사진=정수진 제공

진주남강유등축제는 임진왜란 3대첩 중 하나인 진주대첩에 기원을 둔다. 1592년 진주성에 고립된 김시민 장군과 병사들이 왜군을 맞아 싸울 때, 군사 신호 및 진주성 밖과 통신수단으로 유등을 띄운 것에서 유래됐다. 개천예술제 부대행사 중 하나로 시작한 이 축제는 2002년 독립하여 대한민국 대표 축제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남강과 진주성 일대를 채운 7만여 개의 유등을 진주성의 야경과 함께 감상하고, 화려한 불꽃놀이와 1300대의 드론이 선보이는 군무까지 더해지니 화려한 가을밤을 만끽하고 싶은 이들이 안 찾을 이유가 없는 것.

화려하게 치장된 부교를 따라 남강을 건너 진주성과 촉석루를 배경으로 남강에 띄운 유등을 감상하는 시간. 섹션별로 테마가 다르니 강 따라 천천히 산책해보자. 사진=정수진 제공

우선 해가 지기 전에 진주성을 찾아 촉석루에 올라 시원스레 펼쳐진 진주 시내를 감상한다. 그리고 남강에 놓인 형형색색 부교를 건너 진주성 맞은편으로 건너가자. 진주교나 천수교를 통해 건너와도 되지만, 축제 기간에 놓이는 부교를 통해 걸으면 익숙하던 강을 전혀 다른 눈높이에서 경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다리, 별빛윤슬다리 등 4개의 부교가 설치돼 있는데, 청사초롱이 빛나는 배다리를 추천한다. 한 번 건널 때 2000원, 종일권은 6000원이니 참고.

축제 기간 조성된 소망등 터널뿐 아니라 진주 남강 따라 이어진 대나무숲인 남가람별빛길도 진주 야경을 즐기기에 좋은 공간이다. 사진=정수진 제공

남강의 유등은 섹션별로 테마가 있다. ‘미래도시 진주’ ‘우리글, 우리마음’ ‘함께 빛나는 기업’ 현대의 예술’ ‘대한민국 글로벌 축제’ ‘전통의 미학’ ‘세기의 결혼’ ‘진주의 기상’ ‘평화의 항해’ ‘지구의 희망’ 등등. 그중 촉석루가 잘 보이는 쪽은 정중앙의 ‘대한민국 글로벌 축제’부터 ‘세기의 결혼’ 존까지다. 진양호와 남강에 서식하는 천연기념물인 수달을 모티브로 한 진주 마스코트 ‘하모’와 함께 인증샷 남기는 것도 잊지 말자. 간절한 소망을 적은 소망문을 문에 매달아 놓은 소망등 터널, 진주 남강을 따라 길게 이어진 대숲에 반짝이는 조명을 배치해 밤마실을 즐기게 해놓은 남가람별빛길도 야경 핫플로 꼽힌다.

하연옥 촉석루점 대각선 빌딩 1층에 들어선 카페 겸 와인바 ‘르 몽트뢰’와 2층에 위치한 와인바 ‘카’는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LP를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심플 그 자체인 카의 인테리어도 인상적. 사진=정수진 제공

강바람 맞으며 야경을 실컷 즐겼다면 이제 분위기 좋은 곳에서 한잔 즐길 때. 진주교를 건너 중앙동 쪽으로 향하면 모던한 진주를 경험할 곳들이 보인다. 카페 겸 와인바 ‘르 몽트뢰’와 그 위층에 자리한 와인바 ‘카’는, 서울에서도 쉽지 않은 감도와 분위기를 자랑하는 곳이다. 특히 음악을 좋아한다면 필히 찾을 만한데, 주인장이 세계 곳곳에서 디깅한 LP 음반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 음악과 와인에 취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와인 한 병이 두 병이 되고 세 병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하자. 르 몽트뢰는 금·토·일 사흘만 문을 열고, 카는 매일 영업한다. 진주논개시장에 위치한 ‘진주진맥 브루어리’도 논개시장의 올빰야시장과 함께 찾을 만하다. 진주에서 자라는 앉은키밀을 주원료로 한 고급 수제 맥주를 음미할 수 있다.

100년 넘게 운영 중인 진주비빔밥 명소 ‘천황식당’과 작년 말 문을 연 ‘은안재티룸’. 진주는 세월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노포와 감도 높은 신상 공간이 잘 어우러지는 도시다. 사진=정수진 제공

교방문화와 함께 음식이 발달한 진주에선 무엇을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평양냉면과 더불어 제일로 치는 진주냉면과 진주비빔밥이 유명하고, 정갈한 한식과 다양한 밑반찬이 눈길을 끄는 헛제사밥, 흑돼지고기도 으뜸으로 친다. 육전을 올려 먹는 진주냉면도 좋지만, 갖은 나물에 신선한 육회를 더한 진주비빔밥은 놓칠 수 없다. 탑티어로 꼽는 곳은 ‘제일식당’과 ‘천황식당’, 그중 100년 넘게 운영 중인 천황식당은 가게 앞 현대자동차의 고전 차량 포니 픽업부터 노포 느낌을 물씬 선사하며 눈길을 끈다. 선짓국과 함께 내오는 비빔밥은 담백하며, 석쇠불고기를 곁들이면 금상첨화. 식후 차 한잔 마실 곳으로는 망경동에 위치한 유명 카페 ‘은안재’와 함께 차와 다과를 정갈하게 즐길 수 있는 ‘은안재티룸’을 추천한다. 말차라떼, 쑥라떼, 호지차라떼 등이 인기인 은안재티룸에선 꼭 화과자를 곁들일 것.

진주남성당교육관, 일신월드, 더라운지책강. 김장하 선생의 나눔과 베풂 정신을 느껴보고, 수십 년 된 캐릭터들의 향연도 즐겨보고, 사락사락 책장 넘기는 시간도 즐겨본다. 사진=정수진 제공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를 인상 깊게 본 사람이라면 ‘진주남성당교육관’도 빼놓을 수 없다. 김장하 선생이 약 60년 동안 운영한 남성당한약방이 2025년 12월 시민 문화·교육 공간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선생이 운영한 한약방의 공간과 함께 3.1운동과 진주소년운동, 형평운동 기록물들을 살펴볼 수 있어, 잠시 들러 한약차 마시며 나눔과 베풂의 삶을 실천한 선생의 정신을 되새겨볼 만하다. 빈티지 소품샵으로 유명한 ‘일신월드’도 인근에 위치해 있다. 40여 년 전부터 일본에서 식기를 수입했던 주인장의 뚝심 있는 컬렉션들이 반기는데, 헬로키티를 비롯한 수십 년 된 캐릭터 소품과 그릇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마지막으로 북카페 겸 북바 ‘더라운지 책강’에서 진주의 여정을 마무리하면 어떨까. 지난 7월 문을 연 신상 공간으로, 다양한 카페 음료와 바 메뉴와 함께 고즈넉하게 책에 탐독하는 곳이다. 평소엔 책을 잘 안 읽더라도 이런 분위기에선 책장이 술술 넘어가게 된다.

진주남강유등축제는 10월 18일까지 열린다. 토요일인 10월 10일과 17일엔 드론 라이트 쇼, 10월 9일과 17일엔 불꽃놀이 쇼도 곁들여지니 사람이 매우 많을 것이 자명하다. 메인 존이 아닌 외곽의 소망진산 유등공원에서 전체적으로 남강과 진주성의 야경을 감상하거나 전통 정자선 형태의 유람선인 김시민호를 타는 것도 방법. 진주남강유등축제뿐 아니라 개천예술제도 10월 18일까지 열리며, 10월 10일엔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도 열려 더 많은 사람들이 진주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에 진주를 찾는다면 영수증도 꼭 챙기자. 진주시 축제·관광지 방문 인증샷과 당일 5만 원 이상 영수증으로 귀여운 하모 굿즈를 받을 수 있는 ‘진주 관광·소비 인증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공북문 앞 이벤트 운영 부스에서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수령할 수 있다(신분증 지참).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무비위크> <바앤다이닝> <KTX매거진> 등을 거치며 영화, 여행, 미식,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노후는 모르겠고, 오늘 이 순간 맛있는 거 먹고 마시고 즐기며 사는 게 제일이라 생각한다. 경쟁상대는 ‘노는 게 제일 좋아’를 외치는 뽀로로.

writer@bizhankook.com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형광펜 추가
✕ 형광펜 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