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진그룹이 산하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의 통합을 본격화한 가운데 통합 LCC 본사를 부산광역시에 두라는 지역사회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 본사를 두면 그간 에어부산이 쌓아온 부산의 항공산업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역 균형발전과 가덕도신공항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통합 LCC 본사가 부산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부산 반발, 산업은행 책임론까지 부상
오는 1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출범을 앞두고 두 항공사 산하 LCC의 통합 작업도 본격 시작됐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 3개 회사를 합병할 예정이다. 진에어는 8월 21일 에어서울, 에어부산을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하며 3사 합병을 공식화했다. 통합 출범 예정일은 2027년 3월 17일이다.
진에어가 존속법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은 소멸법인으로 합병법인의 체제도 진에어를 따르게 된다. 이에 따라 합병법인 본사도 진에어 본사인 서울시 강서구가 될 전망이다. 부산 지역사회에서는 합병법인 본사를 에어부산 본사인 부산에 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9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현재 가덕도신공항이라는 대규모 국가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공항만 만든다고 허브공항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 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노선을 갖고, 항공 산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통합 LCC 본사를 수도권에 두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8월 26일 부산광역시의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 역시 기자회견을 열어 “통합 LCC 본사 부산광역시 유치는 기업 하나를 유치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남부권 국제관문 공항인 가덕도신공항 활성화, 국가 물류 경쟁력 강화를 포함한 해양수도권 완성, 무엇보다 망국적인 수도권 일극체제의 사슬을 끊고 대한민국을 명실상부 선진국으로 도약시킬 국가균형발전의 발판”이라고 강조했다.
9월 11일에는 부산광역시의회가 ‘가덕도신공항 성공 개항을 위한 통합 LCC 본사 부산 유치 및 정부·대한항공 결단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부산 지역사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한목소리로 통합 LCC 본사 유치를 요구하고 있다.
사기업에 본사 이전을 강제할 수는 없다. 산업은행도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은 만큼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정책에 협조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산 지역사회에서는 정부와 산업은행의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산업은행은 현재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투자합의서에는 주요 경영 사항에 대한 사전 협의·동의와 경영평가, 인수합병 후 계획 수립, 이행 책임 등이 규정돼 있다”며 “산업은행은 2020년 항공사 합병 추진 당시 ‘지역 기반 제2의 허브공항 육성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제시했는데 통합 LCC 합병 승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앞둔 지금 ‘대한항공이 자율적으로 결정한 사안’이라는 산업은행의 입장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본사 이전 강제할 수 없어…한진그룹, 지역사회 설득 과제
한진그룹은 서울이나 수도권에 본사를 두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부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소셜미디어(SNS)에서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 산업은행이 약속한 ‘지방공항 세컨드 허브’의 구체적인 이행계획, 통합 LCC의 본사와 핵심 조직 배치, 부산발 노선과 항공기 운영계획을 철저히 따져 묻겠다”며 “부산광역시민과 지역 상공계가 함께 키운 에어부산의 자산과 노선은 가져가면서 본사와 결정권만 수도권에 집중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정부도 부담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전재수 부산광역시장은 최근 통합 LCC 본사에 대해 산업은행과 논의하겠다는 뜻을 몇 차례 밝혔다. ‘친명’으로 분류되는 전 시장의 요청을 정부가 마냥 외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개입하면 사기업 경영에 간섭한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본사 이전을 강제할 방안도 보이지 않는다. 산업은행은 한진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 지분 10.58%를 보유하고, 국민연금공단도 5.11%를 갖고 있다. 그러나 조원태 회장과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이 20.57%여서 표 대결을 펼칠 경우 조 회장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부산 지역사회에서는 통합 LCC 본사를 부산에 두는 것이 어려우면 에어부산을 분리 매각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진에어가 이번에 3사 합병을 공시하면서 에어부산 분리 매각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애초에 한진그룹은 에어부산 분리 매각을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해 3월 기자간담회에서 “에어부산 분리 매각 이야기는 2~3년 전부터 들었는데 크게 생각해본 바 없다”며 “부산 신공항(가덕도신공항)이 개항할 때 진에어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고, 추후 합병되더라도 이에 대한 포지션은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사는 서울에 두더라도 부산 거점 항공사 역할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부산 시민들이 한진그룹을 외면하면 조원태 회장도 좋을 것이 없다. 이들이 다른 항공사를 이용하면 당장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산 지역사회의 반발을 설득하는 일이 숙제로 남은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