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급등했던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 인텔의 주가는 하루 만에 29% 가까이 폭락했고, 엔비디아는 애플에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줬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실적에도 동반 급락하면서 코스피는 5700선까지 밀려났다. AI 산업의 성장 기대감은 여전하지만, 막대한 투자비용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를 두고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인텔 주가 52년 만에 최대 폭락…애플 시총 1위 탈환
10월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인텔의 주가가 28.58% 폭락했다. 1974년 7월 29.9% 하락한 이후 약 52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이번 주가 하락의 여파로 인텔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약 1400억 달러(약 200조 원)가 증발했다.
인텔은 올해 AI 관련 반도체 수요 증가와 경영 정상화 기대감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했다. 연초 38달러 안팎이던 주가는 지난 6월 140달러를 넘어서며 약 6개월 만에 3.7배 수준으로 뛰었다. 하지만 최근 발표한 실적 전망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인텔의 3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매출은 16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고, 시장 예상치인 164억 8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조정 주당순이익(EPS)도 0.52달러로 시장 전망치인 0.40달러를 웃돌았다. 하지만 4분기 매출 전망치는 150억~160억 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약 171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조정 주당순이익 전망치 역시 0.25달러로 시장 기대치인 0.44달러를 밑돌았다.
3분기 실적이 양호했음에도 향후 성장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고,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PC 수요 부진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에 따른 자금 부담도 악재로 작용했다.
인텔의 주가 폭락과 함께 미국 반도체 기업들도 일제히 하락했다. 10월 30일(현지시간) 엔비디아의 주가는 4.22% 떨어졌고, AMD도 10.88% 급락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7.2% 떨어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도 2.86%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애플에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줬다. 이날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약 4조 9300억 달러로 줄어든 반면, 애플은 약 5조 3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애플 역시 주가가 1% 넘게 하락했지만 엔비디아보다 낙폭이 작아 지난 7월 이후 약 3개월 만에 시총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미국발 AI 투자 불안에 국내 증시도 급락
미국 빅테크 기업의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는 앞서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기술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된 가운데, 인텔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전망을 발표하면서 국내 반도체주에도 매도세가 확산됐다.
10월 3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06.92포인트(3.48%) 내린 5730.74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5599.42까지 떨어지며 56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지수가 급락하면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조 6000억 원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7000원(3.02%) 내린 22만 5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SK하이닉스는 10만 8000원(7.08%) 급락한 141만 8000원을 기록했다. 두 기업 모두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전날까지 호실적과 대규모 주주환원책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하루 만에 분위기가 반전됐다. 삼성전자우(-5.33%), 삼성전기(-7.50%), SK스퀘어(-5.88%) 등 관련 종목들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AI 관련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지만,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30일 보고서에서 아마존·인텔·샌디스크의 실적을 분석하며 “이들 3사의 실적을 통해 AI 서버 수요의 견조함은 확인했으나, 투자 수익성 및 B2C 전방수요 둔화 우려도 부각된 만큼 이 같은 상하방 재료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변동성 확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