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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이사는 ‘거수기’? 코스피 50대 기업 이사회 분석해보니

신한금융·한전·고려아연서 ‘반대’ 기록 확인…오너 굳건한 기업선 반대 의견 없어

[비즈한국] 올해 7월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독립이사(옛 사외이사)의 책임이 강화될지에 관심이 쏠렸다. 그동안은 독립이사가 최대주주나 기존 이사회가 내놓은 안건에 찬성으로 일관해 ‘거수기’ 노릇을 한다는 비판이 컸기 때문이다. 이에 비즈한국은 지난 6월 30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의 이사회 기록 1000여 개를 확인해 독립이사가 최대주주 의견에 반대한 사례가 있는지 살펴봤다. 결론을 말하면 그런 사례는 매우 드물었다.

2025년 7월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사진=박은숙 기자

50개 회사 중 독립이사가 이사회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기업은 신한금융지주, 한국전력공사(한전), 고려아연 세 곳으로 확인된다. 이들 회사의 특징은 개인 오너가 없거나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오너가 있는 회사에서 독립이사가 안건에 반대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양인집 신한금융지주 독립이사는 올해 3월 임시 이사회에서 ‘이사 보수 승인의 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그를 제외한 10명의 이사는 안건에 모두 찬성해 가결됐다. 양 독립이사는 하이트진로 사장 출신으로 현재는 어니컴 대표를 맡고 있다.

한전은 올해 5월 이사회를 열고 ‘기본공급약관 개정’을 의결했다. 주요 내용은 일반용(갑)Ⅱ 대상 계절별 단일단가를 적용하는 선택요금을 신설해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한다는 것이었다. 또 한시적으로 일반용(갑)Ⅱ 요금 중 신설된 요금과 기존 요금 중 더 낮은 요금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소규모 자영업자의 부담을 완화하고, 시간대별 요금제 개편 수용성을 제고하려는 목적이었다.

이흥렬, 황정화, 송재도 세 명의 독립이사는 기본공급약관 개정에 반대했다. 이 안건은 찬성 4명, 반대 3명, 불참 1명으로 가결됐다. 하지만 이사회에서 특정 안건에 반대표가 3건이나 나온 사례는 많지 않다. 당시 반대 의견을 낸 독립이사들은 단계적인 논의 없이 의결되면 영업 현장에 혼란을 유발할 수 있고, 특정 업종에만 예외적 요금제를 적용하면 부정적인 선례로 남을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고려아연은 몇몇 이사회 안건에서 다수의 이사들이 반대한 기록이 확인된다. 다만 고려아연은 현재 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장 고문 측이 추천한 독립이사들이 최윤범 회장 측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특이한 일이 아니다.

이처럼 오너가 없거나 경영권 분쟁을 겪는 경우를 제외하면 코스피 시가총액 50대 기업 중 독립이사가 이사회 안건에 반대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상법상 독립이사의 정의는 ‘사내이사, 집행임원 및 업무집행지시자로부터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이사’다. 즉 경영진이나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주주의 이익을 위해 경영진을 감시·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실제로 독립이사가 이사회에서 경영진을 견제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독립이사 제도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독립이사 선임 자체를 기존 이사회에서 하는데 당연히 본인들과 뜻이 맞는 인사를 선임하려고 할 것”이라며 “독립이사 입장에서도 특별한 일이 아니면 선임권이 있는 기존 이사회와 굳이 각을 세울 이유가 없다. 오너가 없는 회사라면 대표 교체 후 독립이사도 교체될 가능성이 있지만, 오너가 있으면 독립이사가 재선임되기 위해서라도 경영진에 잘 보여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문제는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상장사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바꾸고(비상장사는 그대로 사외이사), 이사회 내 독립이사 비율을 4분의 1 이상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강화하는 상법 개정안이 7월 시행된 것도 독립이사의 독립성과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독립이사 선임에 여전히 최대주주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상법 개정안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다만 정부에서는 상법 개정안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상법 개정안 시행 당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개정 상법이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주주의 권익을 두텁게 보호하고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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