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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욱의 나쁜골프
골프 명언의 불편한 진실들

골퍼들 맹신하는 각종 격언과 통념들, 과연 모두 사실일까

[비즈한국] 골프를 하다 보면 수많은 명언들을 만난다. 어떤 명언들은 전설적인 플레이어의 입으로부터 골퍼들의 입으로 전해졌고, 어떤 명언들은 출처가 불분명한 채 마치 신화처럼 구전되어 내려오고 있다. 이 말들은 골퍼들에게 단지 멋진 말만은 아니다. 진실로 믿고 진리로 받아들여져 골프를 잘하기 위한 마음속의 표어가 된다.

그런데 가끔 그 말 중에 ‘그게 사실일까? 반은 맞고 반은 아닌 것 같은데…’라며 의심이 피어오르는 것도 있다. 예를 들면 “힘 빼려면 3년이 걸린다” 같은 말이다. 이 말의 시작은 ‘골프에서 힘을 빼는 데는 적어도 3년이 걸린다, 쉽지 않다’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의 골퍼들을 보자. 3년이 지나서 힘이 빠졌는가. 어떤 골퍼는 우스갯소리로 ‘30년째 힘주는 중’이라고 말한다. 힘을 빼는 데 오래 걸린다는 말은 분명 맞지만, 그 기간이 3년이라는 데에는 이견을 달 수밖에 없다.

‘드라이버는 쇼, 퍼트는 머니’부터 ‘너의 아이언을 믿어라’까지, 익숙한 골프 명언이 모든 골퍼에게 정답은 아니다. 문제는 아이언을 믿지 못하는게 아니라 본인의 스윙 그 자체다. 사진=미즈노 홈페이지

하지만 데이터는 그렇지 않았다. 타수 이득(strokes gained)으로 분석해 본 결과, 티샷, 그린을 향한 샷, 그린 주변의 어프로치 샷, 퍼트의 4가지 요소 중에 상금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린을 향한 샷, 즉 대부분의 아이언 샷인 것으로 나타났고, 그다음도 티샷, 즉 대부분의 드라이버 샷이었다. 심지어 드라이버 티샷을 멀리 러프에 보내는 것이 짧게 페어웨이를 지키는 것보다도 유리하다는 데이터도 있었다. 신들린 퍼트가 우승을 만들어내는 것 같지만, 홀에 얼마나 가까이 붙이느냐가 더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드라이버는 머니, 아이언은 더 큰 머니’로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본인의 실력을 겸손하게 말할 때 ‘구력’이란 단어를 꺼낸다. “아직 구력이 얼마 안 돼서…”다. 그렇다면 구력이 쌓이면 실력도, 스코어도 정비례할까? 구력과 스코어는 어느 순간까지는 비례한다. 하지만 일정 기간이 넘으면 정체기를 거치고 사람에 따라서 쇠퇴기를 맞는다. 가끔 누군가의 입에서 “4년 차일 때, 5년 차일 때 가장 잘 쳤어”라고 얘기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구력은 오래됐어요”란 말도 그런 맥락이고, 또 누군가는 어느 순간부터 구력을 줄여서 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골프의 전설 잭 니클라우스는 “골프는 50%가 멘탈이고 40%가 어드레스, 나머지 10%가 스윙이다”라는 말을 했다. 이 역시도 골프에서 멘탈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에서는 동의하지만, 아마추어 주말 골퍼 레벨에서는 그 중요도의 순서에 대해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스윙이 안 되는데 어떻게 멘탈을 운운할 수 있는가”라는 항변에 잭 니클라우스는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프로 선수들의 레벨에서 스윙이 별 차이 없이 일정 수준에 오른 골퍼들끼리의 경쟁에서는 당연히 멘탈의 비중이 높겠지만, 세상의 거의 모든 주말 골퍼들은 아직도 ‘스윙 교정 중’이고 ‘미완성’이지 않은가.

역시 전설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골프 영웅 개리 플레이어는 “연습을 많이 할수록 더 많은 운이 온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여기서 ‘했다고 한다’라고 쓰는 이유는 수많은 골프 명언들은 그 출처가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연습은 중요하다. 하지만 연습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실전이다. 라운드 경험이다. 소위 ‘잔디밥’이다. 연습장 프로, 닭장 프로라는 말이 있다. 연습장에서는 주변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샷을 날리는 사람이 필드에서 그렇지 못한 백돌이 수준의 스코어를 내는 골퍼들을 말한다. 이 말도 “연습을 많이 하고 라운드를 많이 해야 더 많은 운이 온다”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골프 광고 얘기를 해보자. 유명한 골프채 광고 중에 아직도 회자되는 카피가 바로 ‘너의 아이언을 믿어라’다. 솔직히 본인의 아이언을 믿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현대 골프 클럽 제조 기술로 과연 아이언 간에 얼마나 차이가 날까? 골프채가 샷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샷의 차이가 골프채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아이언은 믿는데 나를 못 믿겠다”라고 말한다.

골프를 둘러싸고 수많은 말들이 돌아다닌다. 우리는 그 말들을 기억하고 신봉하지만 어떤 말들은 나와 안 맞는 것일 수도 있다. 설사 그 말이 내게 딱 맞는 말일지라도 골프는 말처럼 안 된다.

말은 쉽고 골프는 말보다 어렵다.

강찬욱 작가

광고인이자 작가.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현재는 영상 프로덕션 ‘시대의 시선’ 대표를 맡고 있다. 골프를 좋아해 USGTF 티칭프로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글쓰기에 대한 애정으로 골프에 관한 책 ‘골프의 기쁨’, ‘나쁜골프’, ‘진심골프’, ‘골프생각, 생각골프’를 펴냈다. 유튜브 채널 ‘나쁜골프’를 운영하며, 골프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와 생각을 독자 및 시청자와 나누고 있다.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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