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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생협’ 아이쿱 유동성 위기…
수억 원 맡긴 조합원 불안

납품업체 정산 지연에 괴산 자연드림파크 일부 영업 중단…조합원 차입금 만기·반환도 6개월 이상 대기

[비즈한국] 국내 최대 규모 생협으로 성장한 아이쿱생협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조합원 차입금 상환이 지연되면서 수억 원대 자금을 맡긴 조합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앞서 아이쿱생협은 자연드림 생산자에게 지급할 물품대금 정산이 밀리면서 자금 사정에 대한 의구심을 키워왔다. 여기에 조합원 차입금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업계에서는 그간 제기된 경영 불안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기농·친환경 식품 브랜드 ‘자연드림’을 운영하는 아이쿱생협의 경영 부실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전 재산인데’ 조합원 차입금 상환 문제 불거져

유기농·친환경 식품 브랜드 ‘자연드림’과 종이팩 생수 ‘기픈물’로 잘 알려진 아이쿱생협(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은 국내 대표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중 하나다. 지역 생협을 기반으로 성장해 식품 생산·유통·물류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고, 괴산·구례에 자연드림파크를 조성하는 등 생협 가운데서도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아이쿱생협과 자연드림 관계사의 자금 유동성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8월 중순쯤이다. 지난달 13일 아이쿱생협은 자연드림 홈페이지를 통해 ‘위기대응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아이쿱생협 측은 “경영 효율화 과정에서 일부 법인의 부실경영 문제가 확인됐고, 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조합원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별위원회 활동 결과에 따른 혁신 방안을 조합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근본적인 재발 방지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조합원 사이에서는 만기가 도래한 차입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이쿱생협 조합원이 납입하는 돈은 크게 출자금과 차입금으로 나뉜다. 출자금은 조합원이 협동조합의 구성원으로 가입하기 위해 내는 자본금 성격의 돈이다. 반면 차입금은 조합원이 조합이나 관계 법인에 빌려준 돈이다. 조합원들은 아이쿱생협과 관계 법인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여유자금을 맡겼고, 법인과의 계약 조건에 따라 연 4~10% 수준의 이자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이쿱불공정경영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관계자는 “차입금은 반환을 요청하면 익일 상환하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최근 약관이 변경됐다며 반환을 신청했거나 만기가 도래한 조합원들에게 6개월 이상을 기다리라는 안내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전 재산이나 퇴직금을 차입금으로 맡긴 조합원이 적지 않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수억 원대의 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아이쿱생협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차입금 상환 계획 설명회를 열고 있다. 하지만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실질적인 상환 일정이나 규모에 대한 설명은 없고, 사과와 협조 요청만 반복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아이쿱생협 전체 관계사의 조합원 차입금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감사보고서가 확인된 관련 20여 개 법인의 지난해 말 조합원 차입금만 약 80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2024년 기준 아이쿱 관계 조직이 약 70곳에 이르렀던 만큼, 실제 전체 조합원 차입금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즈한국은 아이쿱생협 측에 차입금 상환 지연과 경영 상황 등에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자연드림 정산 지연도…무리한 사업 확장 탓?

아이쿱생협이 운영하는 괴산 자연드림파크 전경. 괴산 자연드림파크는 9월부터 일부 식당의 영업을 중단했다. 사진=아이쿱생협 연차보고서

아이쿱생협의 경영 위기설은 지난해부터 흘러나왔다. 아이쿱생협이 운영하는 자연드림에 상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이 정산을 제때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연드림에 납품하는 업체들이 정산을 못 받은 지 한참 됐다. 1년여간 정산을 받지 못한 업체들이 자연드림에서 상품을 많이 빼면서 매장의 물건도 많이 줄었다”며 “미정산금이 1000억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아이쿱생협 관계사가 운영하는 일부 사업장에서도 영업 중단 등 운영 차질이 나타나고 있다. 복합문화공간인 괴산 자연드림파크는 이달부터 파크 내 일부 식당의 영업을 중단했고, 이에 따라 식당 이용이 포함된 패키지 상품 판매도 멈췄다. 일본에서 운영 중인 가나자와 호텔 역시 시설 보수를 이유로 2027년 1월까지 운영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조합원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아이쿱생협이 또다시 조합원 돈에 기대 급한 불을 끄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아이쿱생협은 지난 2일부터 ‘자연드림 지킴이 특별출자’를 모집 중이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기존 차입금의 상환 계획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조합원에게 자금을 요청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쿱생협은 2019년을 전후로 사업 방향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기존 친환경 식품 생산·유통 중심의 사업에 ‘치유’와 ‘라이프케어’라는 개념을 더한 것이다. 자연드림파크를 중심으로 한의원과 치유 프로그램, 스포츠힐링 시설 등을 잇달아 마련했고, 일본 가나자와 온천지역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등 숙박 분야로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사업 확장의 속도와 규모가 과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자연드림파크를 조성하는 등 투자 규모가 상당했다”며 “협동조합을 기반으로 출발했지만 관계 법인과 사업이 계속 늘어나면서 외부에서는 전체 구조를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식품 유통업은 기본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 아니다”라며 “이런 구조에서 수백억 원대 자금이 필요한 대규모 사업을 연이어 추진하다 보니 재무 부담이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이쿱생협이 만든 종이팩 생수 브랜드 ‘기픈물’. 사진=아이쿱생협 연차보고서

공격적인 사업 확장과 함께 조합원 차입 규모도 빠르게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대위 관계자는 “과거에는 신규 사업을 추진할 때 필요한 금액을 정해 차입금을 모집하고, 목표액이 채워지면 모집을 종료하는 방식이었다”며 “당시에는 상환 가능한 범위 안에서 자금을 조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2023년부터는 상환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차입금 모집이 계속됐다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현재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차입금 반환을 받지 못한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공동 소송 등 대응 방안이 검토되는 분위기다. 비대위 측은 “현재 상황을 조합원에게 솔직하게 알리고 공동의 구성원이 함께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체 차입금 규모가 얼마인지, 어떤 방식과 일정으로 상환할 것인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조합원들과 논의해야 한다”며 “협동조합은 구성원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의사결정을 하는 조직이다. 지금처럼 소통이 안 되는 상황이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유통 산업과 기업 이슈를 취재합니다. 놓치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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