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증시가 미국발 인공지능(AI) 투자 불확실성에 크게 흔들린 가운데 자동차주는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우려로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확산했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관세 부담 완화 기대에 상승했다. 미국 의회 지형 변화가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실제 관세 인하나 철회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8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5일 국내 증시는 미국 중간선거 결과의 여파로 크게 흔들렸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는 ‘블루웨이브’가 현실화하면서 AI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우려가 커졌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확산했다. 이에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28% 내린 5383.80에 마감했다.
반도체주를 비롯해 증시 전반이 급락한 것과 달리 같은 날 자동차주는 강세를 보였다. 5일 현대차는 전 거래일보다 3.53% 오른 29만 3500원에 마감했고, 장중에는 8% 넘게 뛰었다. 기아도 5.22% 상승한 10만 8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자동차주 반등에는 미국 통상정책이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온 강경한 관세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커졌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에 부과된 고율 관세 역시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됐다.
민주당이 전기차 보급 등 친환경 정책에 비교적 우호적인 점도 호재가 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큰 폭의 주가 조정으로 과매도 인식이 형성되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점도 반등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오랜 대립 관계를 이어온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중간선거 승리 뒤 “하원 민주당이 미국 의회의 통제권을 되찾았다”며 “여러분은 대통령이나 부통령, 대법원이 아닌 미국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사실을 아는 의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추진에 의회 차원의 제동을 걸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다올투자증권의 유지웅 연구원은 자동차 산업의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줬던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른 관세 완화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관세 철회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자동차 업종의 밸류에이션이 빠르게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근거로 수입 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으며,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에는 15%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자동차 관세는 그동안 국내 완성차 업체의 실적과 주가를 압박해온 주요 변수다. 미국 판매 비중이 큰 현대차와 기아는 관세 부담이 줄어들 경우 수익성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미국 의회 지형 변화만으로 자동차 관세가 곧바로 낮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역확장법 제232조 등에 따른 관세 부과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어 의회의 견제만으로 정책을 되돌리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리츠증권은 이 같은 이유로 자동차 관세 철회 가능성을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영향력을 만회하기 위해 통상정책에서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 자동차주의 반등도 하루 만에 힘이 빠졌다. 코스피가 6일에도 6.02% 급락한 가운데 현대차는 4.77% 내린 27만 9500원으로 마감해 전날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기아도 0.50% 하락한 10만 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기아의 낙폭은 시장 전체와 비교하면 제한적이었다.
한편 정부는 미국 중간선거 이후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선제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76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우리 증시가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지나치게 반응하지 않도록 관계기관이 필요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강구하고 적기에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의 관세·수출통제와 산업지원 정책 변화가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도 점검할 계획이다. 기존 한미 무역합의를 안정적으로 이행하는 한편 미국 행정부와 의회, 주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