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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
진짜 내가 아닌 것을 떼어낼 때 ‘그렇게 브랜드가 된다’

나만의 태도와 판단으로 대체 불가능한 ‘나’라는 브랜드를 만드는 법에 관한 이야기

[비즈한국] 회사 이름을 빼고 나면 나는 누구일까. 명함에서 직급을 지우고, 소속과 경력을 설명하지 않고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할 수 있을까. 꽤 오래 일한 사람에게도 선뜻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회사의 이름을 빌려 자신을 설명하고, 직급의 무게를 자신의 무게로 착각하며 살아간다.

한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 인정받는 일을 하고 직급이 올라가면 자신의 가치도 함께 올라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AI가 누구에게나 제법 그럴듯한 답을 내놓는 시대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식과 기술은 빠르게 평준화되고 어제까지 특별했던 능력은 내일이면 흔한 기능이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할 줄 아는가’보다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는가’가 된다.

그렇게 브랜드가 된다. 전우성 지음. 디자인하우스. 

‘그렇게 브랜드가 된다’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20년 넘게 여러 기업을 거치며 브랜드를 만들어온 전우성은 이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일하는 1인 기업가가 됐다. 전작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가 브랜드라는 ‘일’을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을 이야기한다. 수많은 브랜드를 만들어온 사람이 이제 자기 자신은 어떻게 브랜드가 되었는지를 돌아보는 글이다.

책은 그 과정을 ‘사고’, ‘태도’, ‘관계’, ‘일’이라는 네 가지로 나눠 풀어낸다. 거창한 이론 대신 저자가 현장에서 겪은 경험을 꺼내놓는다. 남들과 다른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왜 완벽보다 완성이 중요한지, 결정하는 사람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어떤 사람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회사가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어떻게 일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다. 사고는 자신만의 시선을 만들고, 태도는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며, 관계는 신뢰를 쌓고, 일은 그 모든 것을 증명한다. 그것들이 오랜 시간 반복되면서 결국 ‘그 사람다운 무엇’이 만들어진다. 제목의 ‘그렇게’는 아마 그 과정일 것이다.

이 책은 흔히 말하는 퍼스널 브랜딩 책과 조금 결이 다르다. 자신을 멋지게 포장하거나 유명해지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저자가 말하는 브랜드는 오히려 기억과 기대에 가깝다. 누군가 내 이름을 들었을 때 ‘감각이 좋은 사람’, ‘어려운 일도 결국 해결하는 사람’, ‘이 분야라면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구체적인 문장이 떠오르는 것. 브랜드란 어쩌면 이름 뒤에 따라붙는 보이지 않는 한 줄의 평판인지도 모른다.

그 한 줄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저자는 삽질하고, 실패하고, 때로는 남들과 반대로 가라고 말한다. 모두가 레퍼런스를 좇을 때 빈틈을 찾고, 의견은 널리 듣되 마지막 판단은 스스로 내리고, 그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한 일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기록되지 않은 성과는 사라지지만 글은 남아 내가 없는 곳에서도 나를 설명하기 때문이다.

AI 시대라서 이 이야기는 더 의미심장하다. 이제 좋은 답을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 AI에게 몇 줄만 입력하면 그럴듯한 이름도, 카피도, 기획안도 쏟아진다. 그렇다면 사람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판단이다. 무엇을 물을지, 무엇을 버릴지, 무엇을 선택할지, 그리고 그 선택에 자신의 이름을 걸 수 있는지다. AI는 답을 만들 수 있지만 그 답에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저자가 회사를 나와 깨달았다는 ‘Doing’과 ‘Being’의 차이도 같은 이야기다. 조직에서는 얼마나 바쁘게 움직이는지가 보이지만 혼자 일하면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고객은 전우성이 몇 시간을 일했는지가 아니라 ‘전우성이라면 어떻게 볼 것인가’에 돈을 지불한다. 대체되지 않는 사람은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라서 맡기는 이유’가 있는 사람이다.

책을 덮고 나면 결국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온다. 회사 이름 없이 나는 누구인가. 사람들이 내 이름을 들었을 때 어떤 문장을 떠올릴까.

직급은 언젠가 사라진다. 회사도 떠나게 된다. 지금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기술 가운데 일부는 AI가 더 잘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한 사람의 취향과 판단, 태도와 신뢰까지 그렇게 쉽게 복제되지는 않는다.

어쩌면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나를 크게 알리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반대다. 무엇을 더 붙일 것인가가 아니라 하나씩 떼어내는 일이다. 회사 이름을 떼고, 직급을 떼고, 화려한 경력을 떼고도 마지막까지 남는 것. 그럼에도 누군가가 “이 일은 저 사람에게 맡기고 싶다”고 말하게 만드는 것.

그 마지막에 남는 것이 내 이름이라면, 그렇게 그 사람이 브랜드가 된다.

봉성창 기자

기업이 말하는 성장의 언어와 그 뒤에 놓인 현실의 간극을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날카롭고 균형 잡힌 시선으로 산업의 현재와 다음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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